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한국은 9년 만에 올라간 대회 2라운드(8강)에서 평균 시속 95.2마일(약 153.2㎞)의 강속구 좌완 크리스토퍼 산체스(30·도미니카 공화국)에게 막혀 0-10, 7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산체스의 고속 싱커와 각이 좋은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한국 타자들은 무려 18번의 헛스윙을 했다. 귀국 후 한국 타자들은 그 공에 "차원이 달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구속은 세계와 한국야구의 격차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였다. 미국 야구 통계 매체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번 대회 한국 투수들의 직구 계열(포심 패스트볼, 싱커, 커터) 평균 구속은 시속 90.1마일(약 145㎞)로 본선 20개 팀 중 18위,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1위 도미니카 공화국의 시속 95.6마일(약 153.9㎞)은 물론이고, 4위 일본의 94마일(약 151.3㎞), 8위 대만의 92.9마일(약 149.5㎞)과도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빠른 구속만 추구하다 변화구의 완성도, 제구력 등 투수의 기본을 등한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날고 긴다는 정상급 유망주들이 프로 무대에서 곧바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다. 고교 감독 A는 2026 WBC 종료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류현진처럼 싸울 줄 아는 투수가 없었던 것 같다. 빠른 공이 아니어도 타자와 싸울 줄 아는 투수가 돼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선수가 많이 없다. 과거 WBC 대회에서 류현진, 윤석민도 공이 엄청 빠른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요리했다. 김병현, 봉중근, 김선우, 구대성 당시 고참 선수들도 힘이 떨어졌을 때인데 유리한 볼 카운트를 선점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볼 카운트 자체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투수들을 본 적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요즘은 스피드만 많이 나오면 드래프트가 된다. 예전에 시속 150㎞를 던졌던 투수들은 타자와 싸울 줄 아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성공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스피드만 나오면 된다 싶어 퍼포먼스에만 열중한다.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은 사라지고 와일드하게 힘만 쓰다가 부상이 나오곤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구속만 문제는 아니라는 소리다. 한때 한국야구는 투수 유망주 선택과 육성에 있어 빠른 구속에 집중했다. 미국, 일본처럼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상황에서 몇 년에 한 명꼴로 나오는 시속 155㎞ 이상 던질 수 있는 유망주들을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대만큼 강속구 유망주들이 제구까지 갖추는 경우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반대로 일본, 대만 야구에서는 제구를 갖춘 강속구 투수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한국야구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다시 국내·외 스카우트들은 구속은 조금 아쉬울지라도 변화구 완성도와 제구를 갖춘 투수를 찾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던져봤을 뿐인 최고 구속에 속지 않는다. 당장 안 나오는 구속은 신체적 성장과 투구 메커니즘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마야구 현장에서는 선수 육성에 있어 제구와 구속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B는 "국제대회가 끝날 때마다 계속 구속 이야기를 하는데 솔직히 한국 유망주들이 가장 떨어지는 것이 제구다. 구속이 타자를 제압하는 데 있어 정말 큰 요소인 건 맞다. 하지만 이번 WBC에서도 한국이 구속이 떨어져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로에 들어가기 위해 구속을 억지로 늘리려는 선수들이 많이 보인다. 그렇게 일본프로야구(NPB) 선수들처럼 구속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NPB 선수들과 비교하면 제구가 확연히 떨어진다. 제구와 구속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을 막아놓는 제도적 장치도 아쉽게 느껴진다.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많이 배울 수 있어야 하는데 안주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마야구가 말한다] 갈팡질팡 한국야구, 세계 최하위 구속만 문제일까
① "류현진처럼 싸울 줄 아는 투수가 없다" 갈팡질팡 한국야구, 세계 최하위 구속'만' 문제 아니다
② "반복 훈련 답 아니다" 좋은 제구 위해 무조건 많이 던져라? 韓 야구계 편견 깨진다... 가변성 주목한 美 야구
③ 172㎝ 야마모토가 웨이트 없이 159㎞ 강속구 '어떻게'... 차원 다른 美 드릴 훈련, 韓 유망주도 감탄했다
④ "150㎞ 던지는 선수는 많다" 나무배트가 만든 강속구 거품, 22년 전 패러다임에 갇힌 한국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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