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가 지명했고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실력보다는 '체중 증량에 애를 먹고 있는 마른 투수'라고 더 기억되고 있었다. 그만큼 황준서(21)가 입단 후 기대를 밑돌았다는 뜻이다.
프로 3년 차를 맞이한 황준서가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시즌 첫 경기부터 흠잡을 데 없는 투구로 사령탑을 미소 짓게 했다.
황준서는 5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3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이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며 패전 투수가 됐지만 매우 만족할 만한 투구였다.
면일초(중랑구리틀)-상명중-장충고를 거친 황준서는 2023년 퓨처스 스타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고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류현진의 뒤를 이을 차세대 좌완 투수로 기대를 받았다.
앞서 한화가 뽑은 문동주(2022년 1차), 김서현(2023년 1R 1순위), 작년 신인 정우주(2025년 1R 2순위)와 함께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재목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두 명의 선배와 심지어 후배까지 팀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홀로 아직까지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내지 못하고 있는 '아픈 손가락'과 같은 투수다.
황준서를 이야기할 때 늘 따라 붙는 게 스태미너다. 전반기 좋을 때와 비교해 후반기에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다. 데뷔 시즌 전반기 평균자책점(ERA)은 4.77, 지난해엔 3.15였지만 결국엔 5.38, 5.30으로 비슷하게 마무리했다. 승-패도 2승 8패로 똑같았다.

후반기에 지치는 일이 반복됐고 그 이유 중 하나로 '체중'이 거론됐다. 한 시즌을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류현진을 비롯한 선배들이 이른바 '황준서 살 찌우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쉽지 않았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은 조금 달랐다. 황준서는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먹었고 이지풍 트레이너의 전담 마크 하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집중했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이미 5㎏ 가량을 찌워 기대를 키웠다.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 때부터 인상적인 투구를 펼친 황준서는 시범경기에서 선발과 구원으로 나서며 5경기에서 4⅔이닝 3실점으로 결국 퓨처스(2군)에서 시작했으나 퓨처스리그 2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외국인 투수 오웬 화이트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5일 콜업돼 이날 선발 등판했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준서도 한번 오늘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나 기대는 하고 있다"며 "잘 던지면 개수를 생각 안 하고 갈 때까지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긴 말을 하진 않았지만 이젠 황준서가 기대에 맞는 투구를 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묻어나왔다.
시작은 불안했다. 1회말 박준순과 정수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양의지에겐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 다즈 카메론에게 낮게 제구된 직구로 루킹 삼진, 안재석에겐 느린 커브를 뿌려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양석환은 유격수 땅볼 타구로 처리해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이닝을 마쳤다.

이후 날아올랐다. 원하는 곳으로 정확히 빨려 들어가는 날카로운 직구에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는 슬로우 커브로 두산 타자들을 압도했다. 2회 박찬호는 황준서의 낮은 직구에 어정쩡한 자세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4회엔 카메론, 안재석, 양석환을 KKK로 돌려세웠다.
최고 148㎞ 직구를 38구 던졌는데 이 중 31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꽂힐 만큼 공격적으로 투구했다. 커브의 평균 구속은 시속 111㎞로 직구와는 30㎞ 차이를 보였다. 타자들이 그만큼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5회가 다소 아쉬웠다. 박찬호에게 안타를 맞은 뒤 2루 도루와 박지훈의 희생번트로 3루로 주자를 보냈는데 이유찬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 볼넷을 내주자 한화 벤치가 움직였다. 공에 힘이 빠졌다거나 투구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휴식일을 앞두고 불펜 투수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한화 벤치의 생각이 담겨 있는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투구수가 71구에 불과한 잘 던지던 투수를 내렸고 윤산흠을 올렸는데 1사 1,3루에서 박준순에게 시속 145㎞ 직구를 통타당해 결승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황준서의 승계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고 한화 타선이 한 점도 내지 못하며 결국 패전까지 떠안았다.
다만 패배라는 결과를 제외하고 본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내용이었다. 이날 경기 전 화이트의 일시 대체 외국인 투수 잭 쿠싱이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들과 인사도 나눴지만 시차 적응과 점검 등을 거치면 선발 등판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황준서의 자리에 그대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이날 투구만 생각하면 황준서는 롱릴리프 자원으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만했다.
스스로도 프로 3년 차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어렵기만 했던 체중 증량도 성공했고 첫 경기부터 달라졌다는 걸 보여줬다. 김 감독의 말처럼 이젠 황준서가 보여줄 차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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