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8)는 키 178㎝ 몸무게 79㎏의 작은 체구에도 시속 159㎞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그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창 던지기 드릴(Drill)을 중시하는 독특한 훈련법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야마모토가 창을 던졌다'는 사실이 아니다. 왜 그에게 창을 던지는 것이 필요했는지다.
올해 1월 미국 IMG 아카데미를 다녀온 한국 야구 유망주들이 감탄한 지점도 바로 그 '목적의 깊이'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월 2일부터 2월 1일(한국시간)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위치한 IMG 아카데미에서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해 KBO Next-Level Training Camp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인 고1 유망주 16명(투수 6, 포수 2, 내야수 5, 외야수 3)이 선발돼 훈련받았다. 뛰어난 시설과 따뜻한 날씨 속에 4주 동안 이어진 훈련에서 한국 유망주들은 같은 나이대 미국 유망주들과 비교해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들었다.
체계적인 훈련과 실전을 치르면서 모두 만족감을 느낀 가운데 참가자들이 공통으로 드릴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야구 유망주들이 가장 크게 체감한 차이는 드릴 훈련을 바라보는 이해의 깊이였다.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참가자 조성준(17·충암고)은 "내가 알지 못하는 드릴 훈련이 많았다. 정말 많이 배웠다. IMG 코치님들이 다양한 드릴을 가르쳐주고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거기서 내게 필요하고 내 몸에 맞는 드릴을 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내 루틴도 조금은 정리해서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 문준혁(17·유신고)은 "확실히 미국의 훈련은 체계적이었다. 오전에는 무조건 수업받고 오후에는 3시간 정도 훈련하는데 각자 자신들만의 드릴 훈련을 집중해서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도 각자 딱 정해져 있는 횟수만 채우고 팀 훈련에 들어갔다. 이런 기회가 있으면 앞으로 색다른 훈련을 많이 배우고 야구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드릴 훈련은 한국어로 딱 맞게 옮기기 어려운 개념이다. 흔히 기술 훈련으로 설명되지만, 단순 반복보다 더 세부적인 목적을 가진 맞춤형 훈련에 가깝다. 예를 들어 같은 땅볼 실수라도 원인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선수는 바운드 예측이 늦고, 다른 선수는 몸이 뻣뻣해 불규칙 바운드에 대응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둘 다 펑고를 더 받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드릴은 각각의 원인을 나눠 공 추적, 동체 시력, 가동성, 자세 전환 등 필요한 능력을 따로 훈련한다.
한국에 가장 잘 알려진 드릴 훈련이 야마모토의 창 던지기다. 특히 야마모토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따로 하지 않는다고 밝혀 2년 전 미국 진출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그 비결에는 야마모토가 일본프로야구(NPB) 시절부터 꾸준히 해온 창 던지기 훈련에 있었다. 그는 400g 무게의 플라스틱 창을 투창 선수처럼 매일 던진다. 전신을 활용한 창 던지기를 통해 신체 유연성을 극대화하려 했다.
야마모토의 성공 이후 국내 개인 트레이닝 센터에서도 한때 창 던지기 드릴이 유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무작정 따라 한 선수 중 기대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수마다 체격, 가동성, 통증 이력, 투구 메커니즘이 다른 것이 이유였다. 같은 드릴이 모두에게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드릴의 핵심은 '무엇을 따라 하느냐'가 아니라 '왜 그 동작이 필요한가'를 찾는 데 있다.

국내의 한 트레이너 C는 "드릴 훈련을 도입하는 데 있어 국내 트레이너나 코치나 그 선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이 선수는 이런 증상이 있는데 어떻게 고치면 되냐?'라는 식의 질문은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말은 의사가 환자의 영상을 보지도 않고 진단하는 것과 똑같다. 선수를 직접 보고 그 선수가 겪은 과정과 맥락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드릴 훈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명 트레이닝 센터 '트레드 애슬레틱' 역시 공식 SNS에 야마모토의 창 던지기 드릴 훈련을 소개하면서도 "야마모토는 창 던지기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팔꿈치 통증이 멈췄다고 주장한다. 이는 동작 순서 개선이나 팔의 움직임을 더욱 평면에 가깝게, 그리고 타이밍에 맞추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이 곧 '당신이 창 던지기를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과는 다른 질문이다"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결국 야마모토의 훈련법에서 중요한 건 '창'이 아니라 '왜 창이 필요했는가'였다.
어린 야구 선수들이 유튜브 영상이나 유명 선수의 드릴을 그대로 따라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이유다. 현재 몸 상태와 통증 이력, 투구 메커니즘을 먼저 확인한 뒤 필요한 훈련을 골라야 한다. 트레이너 C는 "트레이닝 센터가 만능은 아니다. 미국 유명 트레이닝 센터에 간 선수들이 별 효과를 못 보거나 다치고 돌아오는 이유다. 선수마다 맞는 상황과 시기가 있다. 특히 아직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선수들은 더 다치기 쉽다"고 짚었다.
적극적인 배움을 통해 선수들만큼이나 지도자들의 성장도 필요한 이유다. 직접 경험한 이들은 그 필요성을 체감했다. IMG로 학생들을 인솔해 다녀온 KBO 관계자 D는 "(일과 등) 훈련 프로그램 자체는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느꼈다. 다만 드릴 훈련은 색다른 게 많아 이건 벤치마킹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국야구가 배워야 할 것은 특정 드릴 하나가 아니다. 야마모토의 창 던지기와 IMG의 다양한 드릴이 공통으로 주는 메시지는 선수의 몸을 먼저 이해하고 문제를 정확히 진단한 뒤, 그 선수에게 필요한 훈련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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