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22억원을 들여 데려온 거포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김재환(38·SSG 랜더스)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이숭용 SSG 감독은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김재환에 대한 질문에 "누차 얘기하지만 밸런스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정말 어려운 공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년 최대 22억원에 SSG가 영입한 김재환은 9경기에서 모두 4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지만 타율 0.088(34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 5득점 7볼넷 8삼진, 출루율 0.238, 장타율 0.176, OPS(출루율+장타율) 0.414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9경기 중 7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칠 정도로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숭용(55) SSG 감독은 여전히 믿음을 나타내고 있다.
김재환이 두산 베어스에서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2016년 이후 4월까지 가장 부진했던 건 2022년이었는데 24경기에서 타율 0.229(96타수 22안타) 3홈런 13타점 10득점 24삼진을 기록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부침에 시달리고 있는 시즌 초반이다.

김재환 또한 지난달 31일 첫 안타를 홈런으로 만들어낸 뒤 "개막하고 이렇게까지 안타를 못 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안타가) 안 나오다 보니까 심적으로 '아, 내가 지금 급해지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급하지 않게, 안타를 못 치더라도 달려들지는 말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첫 안타 이후에도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후 3경기 무안타에 그쳤고 지난 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올 시즌 첫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살아나는 듯 했으나 다시 2경기 침묵했다.
이숭용 감독은 상대 투수들이 김재환에게 유독 어려운 승부를 걸어오고 있는 걸 그 이유로 꼽았다. "(상대 투수들의 공이) 끄트머리에 걸려서 들어오는데 본인도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것도 있고 새로운 팀에 왔기 때문에 더 잘하려고 하는 생각도 있다"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좋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재환의 타격감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투수들의 집중견제와 불운은 수치로도 어느 정도 확인되고 있다. 김재환의 올 시즌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은 0.077로 타율보다도 더 낮다.

반면 볼넷은 7개로 리그 전체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출루율에서 타율을 뺀 순출루율은 0.150으로 13위, 팀 내 2위다. 이 감독의 말처럼 투수들이 매우 까다롭게 승부를 걸어오고 있고 그 결과 많은 볼넷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7일 한화전에서도 유격수 뜬공, 삼진으로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볼넷 2개로 멀티출루를 완성했다.
그러나 볼넷이 많다는 건 그만큼 상대 투수들이 김재환에게 쉽게 칠 수 있는 공을 던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7일 한화전에서 류현진과 승부가 대표적이다. 4회엔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는데 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이 없었다. 6회엔 삼진으로 물러났는데 약 14년 만에 두자릿수 삼진을 잡아낸 류현진의 공은 김재환을 상대로도 존 가장자리만 골라서 안착했다.
BABIP이 타율보다 낮다는 건 불운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야수들이 처리하기 쉬운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실제로 김재환에겐 두 가지가 모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수들의 까다로운 승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많은 볼넷을 얻어내고 있지만 계속되는 부진에 4번 타자로서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고, 안 좋은 공에도 자꾸 스윙이 나오는 결과로 낮은 타구질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고)명준이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게 재환이에게 어렵게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그걸 재환이가 잘 골라내고 실투 오는 걸 조금 치면 그 다음에 명준이한테는 실투가 들어올 확률이 더 많다고 본다"며 "그래서 명준이를 계속 5번에 넣고 뒤에 (한)유섬이를 두는 것도 명준이를 성장시키기 위함이다. 명준이가 그 덕을 많이 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대의 까다로운 승부와 불운 영향도 있지만 더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위해선 김재환의 타격감이 더 살아나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그래도 공동 선두팀 사령탑은 아직 여유로웠다. "시간이 지나 더 잘치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팀이 이기고 있고 4번 타자가 안 맞는데도 이기고 있지 않나"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해 4번 타자가 더 치기 시작하면 타선은 더 무서워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