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에 리빌딩이 어디 있습니까?"
LG 트윈스의 성공적인 리빌딩을 이끌고 있는 염경엽(58) 감독이 오히려 한국 프로야구에 리빌딩은 있었냐는 물음을 던졌다.
염경엽 감독은 2023년 LG에 부임해 29년 만의 우승 포함, 최근 3년간 2번의 통합우승에 성공한 명장으로 통한다. 최근 LG가 꾸준히 우승 후보로 분류되는 이유에는 그의 지도 아래 주목받지 못한 선수와 유망주들이 주전으로 올라선 것도 한몫한다. 육성선수 출신 대주자 신민재(30)가 골든글러브 2루수로 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손주영(28), 송승기(24) 등 젊은 좌완들이 선발 투수로 키워냈고, 지난해 신인 김영우(20)도 데뷔 첫해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베테랑 선수들은 충분한 휴식을 부여받고 시즌 끝까지 꾸준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됐다. 또한 일부 선수의 이탈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야구팬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리빌딩이다.
하지만 '육성잘알(육성을 잘 알고 있는)'로 여겨지는 염경엽 감독도 그러한 과정을 섣불리 리빌딩이라 표현하지 않았다. 염 감독은 "프로야구에 리빌딩이 어디 있나. 프로야구 44년을 봤는데 리빌딩을 외친 팀 중에 성공한 팀은 아직 보지 못했다. 리빌딩 3년해서 감독, 사장, 단장이 남아 있는 팀을 한 팀도 못 봤다"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2016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를 그나마 비슷한 사례로 여겼다. 당시 넥센은 강정호,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마무리 투수 손승락과 주전 외야수 유한준이 FA로 이적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외국인 에이스 앤디 밴 헤켄이 일본프로야구(NPB)로 떠나고 조상우, 한현희도 수술을 받아 시즌 최하위도 예상됐다.
그러나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로 성장하고 이보근, 김상수, 김세현 등이 필승조로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넥센은 시즌 3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에 염 감독은 "그때도 3년 전부터 선수들이 빠질 것을 예측하고 차근차근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준비 없이 (리빌딩은) 절대 안 된다"라고 답했다.
구단 차원의 장기적인 청사진과 단계적인 계획이 없는 리빌딩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가장 선수를 잘 키우고 있다는 LG도 2019년 부임한 차명석(57) 단장과 염 감독의 손발이 맞았기에 가능했다.
그런 염 감독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선수들이 야수 중에서는 천성호(29), 이재원(27), 이영빈(24) 등이었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합류한 천성호는 특별한 성적이 아님에도 한국시리즈까지 꾸준히 1군에 포함됐다.
이재원은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복귀한 우타 거포 유망주다. 이영빈 역시 좋은 어깨와 장타력을 보유한 내야 유망주로서 제2의 오지환(36)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염 감독은 "이영빈은 지난해 천성호의 길을 간다고 보면 된다. 나는 과정 없는 성장은 절대 없다고 본다. 이영빈은 1군 엔트리에 들기까지 2년이 걸렸다. 2년의 시간을 들여 준비했기 때문에 지금 엔트리에 들어올 수 있었다. 또 올해 과정을 통해 내년에는 훨씬 더 많은 기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을 거쳐야 실패 확률이 떨어진다. 구본혁도 그렇게 완전히 주전 같은 백업으로 성장했고, 천성호도 그럴 것이다. 레벨 업은 단계별로 돼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주전이 되면 2~3년 후에는 오지환, 박동원, 박해민이 (자연스레) 백업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선수들이 단계적으로 성장해 베테랑이 자연스레 물려주는 팀을 가장 이상적으로 여겼다. 염 감독은 "나중에는 또 다른 어린 선수가 성장해서 문보경, 신민재가 백업으로 물러나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순환적으로 돌아야 시스템적으로 갖춰진다"고 말했다. 이어 "백업에 어린 선수가 있는 건 의미가 없다. 팀에 도움이 안 된다. 결국 백업에 베테랑이 있는 팀이 성적이 난다. 그렇게 선순환되는 것이 우리 LG가 가고 싶어 하는 육성 시스템이고 완성되는 거라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 과정이 베테랑들에게도 자연스레 은퇴 후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믿었다. 염 감독은 "지금 오지환이 구본혁을 키우고 이영빈을 가르친다. 문보경과 신민재는 옆에서 그 과정을 다 보고 있다. 그 선수들이 고참이 되면 어떻겠나. 자연스럽게 따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베테랑들은 자연스럽게 백업으로 3~4년 뛰면서 주전 선수들에게 조언하고 성장하면서 코치로서 준비를 할 수도 있다. 그러다 주전들이 지치고 팀이 어려울 땐 70~80게임을 뛰면 팀도 성적을 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육성하면서 휴식도 제대로 줄 수 있다. KBO리그에서 내가 상상하는 육성 시스템이란 그걸 반복하는 것이고, 그게 건강한 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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