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근 10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이룬 이상엽(32)은 기술적인 면보다 심리적인 변화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러한 변화를 가능케 했던 건 그의 피앙세였다.
이상엽은 19일 춘천 라비에벨 골프앤리조트(파72·7254야드)에서 열린 막을 내린 2026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개막전 제21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23언더파 265타로 정상에 올랐다.
2016년 6월 12일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프로 첫 정상에 오른 이상엽은 본인이 출전한 104개 대회 만에 KPGA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는데 9년 10개월여, 정확히는 무려 3598일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내용도 좋았다. 개인 첫 스트로크 플레이 우승을 이뤄낸 이상엽은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역대 최다언더파와 최저타 우승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와 함께 상금 2억원까지 손에 넣었다.
2016년 우승 후 꾸준함을 유지하지 못했고 2022시즌을 마치고는 군 입대를 택했다. 2024년 전역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엔 KPGA 투어에 복귀했으나 제네시스 포인트 105위로 결국 퀄리파잉 토너먼트(QT)까지 거쳐 가까스로 잔류할 수 있었다.

비시즌을 잘 준비한 이상엽은 새 시즌 개막전에서 공동 1위로 시작해 내내 상위권을 지키다 4라운드에서 초반부터 6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우승에 빠르게 다가섰다. 8번 홀(파4) 보기로 잠시 주춤했지만 11번 홀(파5)과 12번 홀(파3) 연속 버디로 격차를 벌렸고 경쟁자의 실수까지 나오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세리머니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나선 이상엽은 "너무 긴장해서 티를 안내려고 많이 했는데 긴장이 너무 많이 됐다. 무슨 기분인지 아직 제대로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10년이라는 시간 만에 우승하게 돼 뿌듯하다. 힘든 시간도 많았다. 군대에 다녀오고 그 이후에도 슬럼프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일찍 돌아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마지막에 깨달음이 있었다. "전역 후 복귀 시즌이었는데 굉장히 준비가 잘 안 됐고 복귀 후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1년 내내 이렇게도, 저렇게도 쳐보면서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했다"며 "시드전에 갔는데 거기서도 마지막 날에 잘치고 올라왔고 '이렇게 치면 되겠다'는 감이 왔다. 비시즌 동안에도 (당시에) 어떻게 쳤는지 생각하며 유지했고 개막전 전에 챌린지 투어를 했는데 거기서도 실전 감각을 쌓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다만 기술적인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보다는 심리적인 안정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고 고백했다. 바로 직접 캐디로 변신한 여자친구의 도움 덕분이다. 골프 선수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골프 관련 분야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이상엽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건네고 있다.

이상엽은 "여자친구가 운동에 관련된 걸 조금 알아서 심리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서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다"며 "실수에 엄격한 편인데 그걸 여자친구가 잘 보완해준다. 너무 자책하고 무너지지 않게 '잘하고 있다. 하던대로 해라'라는 식으로 도와준다. 표정이 일그러질 때 많이 풀어준다. 그래서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 저에게는 정말 큰 차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2라운드 종료 후 우승 후 프로포즈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럽게 밝혔던 이상엽은 "내년 결혼하는 게 제 바람이다. 결혼하려는 전제 하에 만나고 있어 캐디를 도와주고 있다"며 "아직 프로포즈를 할 정신이 없어서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마음이 안정되며 오히려 실수를 더 과감히 활용하기로 했다. 페이드라는 확실한 구질이 있어 한쪽 방향을 배제하고 샷을 구사하는 게 도움이 되고 있다. "미스가 났을 때 어느 쪽으로 미스가 난다는 걸 인식하고 치니 한쪽에 대해서는 (불안감이) 없어졌다. 페이드 구질이다보니 마지막 홀도 긴장이 됐는데 미스를 해도 오른쪽으로 돌겠지 생각했고 잘 돌아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막전부터 우승을 이뤄낸 만큼 목표를 더 크게 삼는다. 이상엽은 "상반기에 상위 10명 안에 들면 콘페리 투어에 나갈 수 있는 규정이 생겼다. 그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며 "선수로서 가장 큰 목표는 대상이겠지만 너무 욕심 부리기보다 한 홀 한 홀, 하다보면 결과는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덕춘상(최저타수상)이 욕심이 난다. 매 홀마다 덕춘상을 생각하며 치려고 한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상엽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거의 10년 넘게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도와주시던 아버지 같은 분이 계신다. 크리오란 코리아 정철 대표"라며 "큰 아버지와 지인이셔서 알게 됐는데 양아버지처럼 도와주시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많이 해주셨다. 안 될 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게끔 도와주셨다. 그분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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