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로 끌려가는 상황. 한화 이글스는 필승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과 데자뷔 같은 상황이었다. 다만 분명히 다른 게 있었다. 다음날 비가 예보됐고 실제로 우천 취소됐던 당시와는 기상 상황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 4회말. 선발 문동주가 흔들렸고 수비도 집중력을 잃으며 5점을 내줬다.
2사 2루에서 문동주를 대신해 김서현이 등판했다. 여기까진 그럴 만했다. 마무리를 맡고 있던 김서현은 난조를 겪었고 그 자리에 잭 쿠싱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김서현을 추격조로 활용하는 건 충분히 납득할 만했다.
그렇게 4회를 추가 실점 없이 마쳤고 5회 1점을 추격한 뒤 맞은 5회말. 마운드엔 필승조 정우주가 등판했다.
분명 경기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었다. 한화의 타선은 여전히 파괴력이 있고 후반 역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불펜 자원에는 한계가 있고 이기고 있는 경기에만 활용하더라도 한 시즌을 치르면 필승조의 피로도는 자연스레 쌓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경기 중반 4점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팀은 추격조로 분류되는 투수들을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16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가 오벌배됐다. 당시에도 1-5로 끌려가던 8회초 정우주를 불러올렸고 흔들리자 김종수까지 투입했다. 9회엔 새 마무리 쿠싱을 투입했다.
한화는 다음날부터 부산 사직으로 이동해 롯데 자이언츠와 3연전을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17일 부산엔 비가 예보돼 있었다. 비가 올 것을 확신하고 마운드를 운영했다고 이해해 볼 수 있었다.
이날은 달랐다. 22일 잠실 지역엔 비 예보가 없었기에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불펜 운용이었다. 고작 프로 2년차 투수지만 이미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했고 이날로 12번째 경기에 등장했다. KBO리그에서 손에 꼽힐 만큼 많은 등판수를 자랑하고 있다.
정우주가 투구를 하는 동안 불펜도 바쁘게 돌아갔다. 필승조 중 한 명인 박상원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정우주의 등판을 본 이순철 SBS 야구 해설위원은 "정우주를 패전조로 내린 건 아닐 것"이라면서도 "팬들로서도 의아할 불펜 운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우영 캐스터는 "내일은 꼭 이 부분을 확인해봐야겠다"고 지적했다.

6회말엔 앞서 불펜에서 몸을 풀던 박상원이 등판했다. 7회초 공격에서 상대 투수가 흔들렸고 실책까지 겹치는 행운 속에 4점을 추가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제 필승조를 꺼내들어야 할 타이밍이 됐지만 이미 많은 투수를 쓴 터였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조동욱이 7회말 등판했으나 1사에서 볼넷을 내주고 상대 희생번트로 2사 2루가 된 상황에서 김종수를 불러 올렸으나 오스틴 딘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이후에도 볼넷을 내줬고 오지환의 타석에선 2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뒤에 마무리 잭 쿠싱을 투입했다.
투수 교체는 결과론에 많이 좌우된다고 하지만 과정부터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필승조 투입 후 박빙의 상황이 됐지만 상대 투수의 난조와 실책까지 예상해 필승조를 앞당겨 썼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시즌 초반부터 필승조를 상황에 맞지 않게 쓰다보니 팬들의 울도 커지고 있다. 이순철 위원 또한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투수들이 지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확실한 기준이 없어보이는 듯한 운영으로 인해 팬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결국 역전에도 실패했고 지는 경기에서 필승조를 모두 투입한 꼴이 됐다. 내용에서도, 결과에서도 어느 것 하나 만족할 수 없는 뼈아픈 경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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