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세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마운드 위 열정은 신인 못지않다. 2003년 프로 입단 이후 무려 20년 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KT 위즈 '베테랑 투수' 우규민(41)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현역 마지막을 향해 가고 만큼 마지막 남은 한국시리즈 등판에 대한 꿈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우규민은 지난 9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여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6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만루 위기에 등판했다. 1사서 주성원의 강습 타구가 그의 오른 다리를 강타했지만, 우규민은 끝까지 공을 쫓아 몸을 날리며 홈으로 송구해 실점을 막아냈다.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 고통을 호소했던 그는 다시 일어나 후속 타자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끝내기 위기를 넘겼다. 결국 KT는 11회까지 점수를 유지해 6-6으로 비겼다.
경기 다음날인 10일 현장 취재진과 만난 우규민은 "예전 선발 완봉승 했을 때보다 연락을 더 많이 받았다"며 웃어 보였다. 다리에 멍이 들고 부어오른 상태였지만, 그는 담담했다. 오히려 "타구가 느려 어떻게든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훈련 때 투수 코치님과 장난 섞인 대처 훈련을 했던 것이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우규민의 롱런은 기록이 증명한다. 그는 2025시즌을 앞두고 KT와 2년 총액 7억 원의 무려 세 번째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며 투수 최초의 'FA 3회 계약'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003년 LG에서 시작해 삼성을 거쳐 KT에 이르기까지 19시즌 동안 통산 868경기에 등판하며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마운드를 지켜온 결과다.
이번 시즌 우규민의 정교한 제구력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무려 11경기에 나섰지만 아직 볼넷이 없다. 이강철 감독의 신뢰 속에 불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40대의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3월 28일 개막 엔트리에 승선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말소된 적이 없다.
1군 통산 87승 89패 91세이브 120홀드 평균자책점 3.87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우규민이지만, 그에게도 간절한 '마지막 꿈'이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등판이다. 현역 선수 가운데 최장 기간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선수라는 아픈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어 한다. 드래프트 동기인 노경은(42) 역시 한국시리즈 7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8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2004 드래프트 출신인 강민호(41)도 2024시즌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우규민은 팀이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현재 분위기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4월까지는 아예 생각 안 했는데, 5월부터 경기력이 좋아진 걸 보며 살짝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솔직하게 답한 뒤 "하지만 끝내봐야 아는 것이니 설레발보다는 김칫국 마시지 않고 시즌을 끝까지 잘 치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규민은 "지난 시즌보다 타격에서 (최)원준이나 (김)현수가 들어와서 확실히 좋은 영향력을 주고 있다. 확실히 추가점이 필요할 때 점수를 낼 수 있는 팀이 됐다. 확실히 더 강해졌다는 생각은 든다"며 동료들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였다.
아주 공교롭게 우규민의 소속팀 KT는 현재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모두 우규민이 몸을 담았던 구단들이다. 혹시라도 투지 같은 것이 생기느냐는 질문에 우규민은 웃으며 "요즘에는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 어쨌든 9개 구단을 모두 상대하며 경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두 똑같다"고 답했다.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저는 마운드에서 좋은 결과만 내면 된다"는 우규민. 20여 년의 세월을 돌아온 그의 야구 인생이 과연 올 시즌 KT 위즈에서 '한국시리즈 등판'이라는 화룡점정을 찍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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