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좀 많이 밝습니다."
한화 이글스 박준영(24)이 데뷔전부터 KBO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고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박준영은 1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의 9-3 승리를 이끌고 데뷔전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KBO리그 역대 36번째 데뷔전 선발승으로, 육성선수 출신으로는 박준영이 최초였다. 박준영이 안정적인 호투로 기선을 제압하자 타자들도 펄펄 날았다. 허인서가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2득점, 황영묵이 4타수 3안타 3타점, 강백호가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한화는 LG에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확정하고 16승 20패로 5할 승률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날 박준영은 직구(43구), 슬라이더(19구), 체인지업(12구), 커브(5구) 등 총 79구를 던졌다. 제구가 엄청나게 뛰어난 것도 구속이 빠른 것도 아니었다. 79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건 48개에 불과했고, 최고 직구 구속은 시속 142㎞였다.
그럼에도 상대가 건드리지 않는 16개의 초구 중 9개(56%)를 스트라이크존에 과감하게 꽂아 넣었다. KBO 출루왕 홍창기를 상대로도 몸쪽에 공을 떨어트리며 루킹 삼진과 병살타를 끌어냈다. 1회 1사 2, 3루, 4회 2사 1, 3루로 위기도 있었지만, 침착하게 자신의 공을 던져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24세라는 어린 나이, 1군 첫 데뷔전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침착함이었다. 하지만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준영에게서는 뜻밖의 답이 들려왔다. 박준영은 "진짜 너무 무서웠다. (위기 때도) 진짜 많이 떨렸는데 최대한 마운드에 있을 때 즐기려고 했다. 그래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 수비나 포수 (허)인서나 엄청나게 잘하기 때문에 믿고 던진 게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불과 7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박준영은 영일초-영남중-충암고-청운대 졸업 후 지난해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 연말 충남 서산에서 진행한 테스트를 통해 육성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두 번의 지명 실패와 육성선수 신분으로 이뤄낸 첫승이기에 눈물을 흘릴 법도 했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 부담감도 즐기려 했던 것처럼, 박준영은 인터뷰 내내 생글생글 웃으며 주위를 밝게 했다.
박준영은 "내가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다. 웃음이 많고 내가 좀 밝다. 난 계속 실패만 했던 선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왜 안 되지'라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보단 '안 된 부분을 더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했다. 그렇게 매년 거듭했던 것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한 것이 결과로도 나오기 시작했다. 박준영은 올해 퓨처스리그 7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9, 28이닝 22탈삼진, 피안타율 0.186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최근에는 퓨처스 월간 루키상을 받기도 했다. 퓨처스에서 그를 오래 지켜본 박승민(49) 한화 1군 투수코치가 그걸 기억했다. 박승민 코치는 김경문 감독에게 박준영을 추천했고 지난 6일 퓨처스 경기 다음 날인 7일, 콜업 소식을 들었다.

박준영은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수없이 달려왔는데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정말 하늘을 날 것 같았다. 그래도 마운드에선 차분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후회 없이 마운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내려오려 했다"고 떠올렸다.
커리어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도전할 수도 있었지만, KBO 최초 육성선수 데뷔 선발승 기록에 만족했다. 박준영은 "5회 던지고 내려왔을 때 다음 이닝을 준비했다. 하지만 구위가 많이 떨어져서 박승민 코치님이 '오늘 너무 잘해줬고 고생했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님도 '정말 너무 고맙고 잘해줬다, 나이스 피처였다'라고 해주셔서 정말 기뻤다"라고 말했다. 이어 "KBO 최초 기록이라고 방금 들었는데 정말 신기했다. 오늘을 통해서 계속 기록을 세워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는 시즌 18번째 1만 7000명의 만원 관중이 모였다. KBO 최초 역사를 직관한 팬들은 호투한 박준영에게 적아를 구분하지 않고 "박준영"을 연호하며 힘찬 박수를 보냈다. 이에 박준영은 "정말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 같다. 그 환호와 함성이 내게는 정말 많은 힘이 됐다. 너무 감사드리고 내가 그만큼 더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에 더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한화에는 박준영이 두 명 있다. KBO 최초 육성선수 선발승을 달성한 박준영과 2022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박준영(23)이 그 주인공이다. 박준영은 "내가 (박)준영이보다 한 살 더 많아서 팀 내에선 1준영, 2준영으로 불린다. 예전에 불꽃야구도 나온 적 있어 불준영으로도 불리는데, 어떻게 불러주셔도 감사하다"고 활짝 웃었다.
끝으로 자신을 믿어준 코치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준영은 "내게 기회를 주신 김경문 감독님과 박승민 투수코치님, 퓨처스 이대진 감독님, 정우람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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