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영합니다"라는 뜨거운 외침에도 되돌아온 것은 무거운 침묵뿐이었다. 북한 여자클럽팀 사상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환영 인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선수단은 남색 계열의 재킷, 흰색 셔츠로 이뤄진 단정한 단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에서 한국의 수원FC 위민과 맞붙는다.
이날 입국장에는 일부 평화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환영, 내고향여자축구단'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북한 선수단을 맞이했다.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영한다", "파이팅" 등의 외침도 이어졌다.
하지만 북한 선수단의 반응은 차분하다 못해 냉랭했다.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은 환영 인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손을 흔들거나 말을 건네는 모습도 없었다. 심지어 환영 인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선수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수단은 입국장을 통과한 뒤 약 3분 만에 곧바로 준비된 차량으로 이동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통일 관련 단체 200여 곳은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4강전을 위한 공동 응원단을 결성했다. 공동 응원단은 "잘한다 수원", "힘내라 내고향" 등 양 팀을 향한 응원 구호와 함께 파도타기 응원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도 현장 응원이 남북 상호 이해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티켓과 응원 도구 등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뜨거운 환영 분위기와 달리 입국 현장은 끝내 조용하게 마무리됐다. 공동 응원과 평화 분위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북한 선수단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라운드 위 남북 대결이 시작되기 전부터 공항 입국장에서는 묘한 온도 차가 먼저 드러났다. 수원 시내 호텔에서 투숙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앞으로도 철저한 보안 아래 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도 한국과 북한의 다른 분위기를 조명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북한은 지난 2023년 한국과 평화 통일을 포기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남북간 우호와 협력을 지원해 온 일부 단체가 남북 양 팀을 위한 응원단을 결성해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또 한국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을 목표로 응원 활동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3억원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지나치게 정치색을 띠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북한 선수단은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약 8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북한 여자축구팀의 방남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며, 여자 클럽팀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지난 해 11월 미얀마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에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이 3-0으로 승리했다.
한편 또 다른 4강에선 멜버른 시티(호주)와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가 맞대결을 펼친다. 4강 두 경기 모두 단판 승부다. 결승전은 오는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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