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현지에서도 손을 뗄 정도다. 기타노 다카히로 전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부회장이 한국인 비하 폭언 파문으로 전격 사임한 가운데, JOC 수뇌부마저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매체 '데일리'는 최근 하시모토 세이코 JOC 회장이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기타노 전 부회장이 사임한 것은 JOC에도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의 사임 의향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기타노 전 회장은 자신이 수장을 맡고 있던 일본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연맹의 행정적인 실책으로 인해 지난 2월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날려버린 문제와 관련해 경위를 청취하는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일본 매체 '슬로우 뉴스'가 폭로한 녹취 데이터에 따르면 기타노 전 회장은 대책 회의 도중 피해 이사가 선수 지원 체계 개선을 제안하자 "결과를 보고 분석하는 것 따위는 바보라도, 조센징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한국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비속어를 사용해 국제적인 충격을 안겼다. 사태가 올림픽 헌장을 위배한 인종차별 파문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기타노 전 회장은 사죄하며 지난 12일 연맹 회장직과 JOC 부회장직에서 전격 사임했다.
이번 파문에 대해 하시모토 회장은 "발언 내용의 사실확인은 각 경기단체 내부의 사안이라 JOC 차원에서 어떠한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가맹단체의 건전한 운영은 JOC도 책임이 있다. 건전한 운영을 해나가기 위한 신뢰 회복은 JOC가 확실하게 해나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JOC 수뇌부가 유감 표명과 선 긋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반면, 정작 일본 현지 선수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라는 냉소적인 반응과 함께 기타노 전 회장의 독재 체제의 종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일본 매체 'TBS' 보도에 따르면 봅슬레이 전 일본 대표 출신인 무라카미 겐지와 가네코 요시테루는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폭로된 차별적인 발언과 무관하게 이미 우리 선수들 사이에서는 '언젠가 저런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항상 나누고 있었다"며 "기타노 전 회장은 평소에도 특정 국가를 향해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기타노 전 회장은 연맹 내규상 임기 상한인 12년을 넘겨 14년째 자리를 독점해 오던 일본 동계 스포츠계의 거물이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대한민국 2018평창기념재단을 직접 방문해 한일 협력을 논의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평소 "한국은 신용할 수 없다"며 한국 측의 협력 제안을 묵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독단적인 수장의 사임 소식에 일본 현지 선수들은 안도하고 있다. 무라카미는 "이제야 연맹이 정상화될 것이라 믿고 다시 한번 현역으로 복귀하겠다고 말하는 동료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전면적인 쇄신을 촉구했다.
한편 가해 당사자의 불명예 퇴진과 일본 현지 선수들의 규탄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피해 당사국인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일본 측으로부터 사과 서신을 받았다는 사실만 밝힌 채 공식적인 추가 입장 표명이나 항의 계획은 없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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