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명문 클럽 리버풀이 새 사령탑을 선임했다. 같은 리그 본머스의 돌풍을 이끈 안도니 이라올라(44)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리버풀은 4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이라올라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리버풀은 최근 전임 사령탑 아르네 슬롯 감독을 경질했고, 경질 6일 만에 새 감독 선임을 마무리했다.
이라올라는 구단을 통해 "어느 클럽에 도착하든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속될 권리도 얻어야 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그렇게 하고 싶다. 그래야 나도 그들과 함께 축하할 수 있고, 그 축하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게 축구는 감정이자 열정이다. 평소에는 꽤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골 세리머니를 할 때는 내 안에서 무언가가 나온다"며 "선수에게도, 팬에게도, 감독에게도 그런 에너지가 필요하다. 안필드(리버풀 홈)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버풀은 내게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지도할 기회를 준다. 그리고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우승을 위해 싸울 기회를 준다"며 "모든 것을 약속할 수는 없지만, 내가 어떤 곳에 왔고 무엇을 기대받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나는 이 도전에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라올라는 리버풀을 비롯해 크리스탈 팰리스(잉글랜드), AC밀란(이탈리아), 레버쿠젠(독일)의 관심을 받았다. 올여름 전 소속팀 본머스와 계약이 만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선임 과정에서 별도의 보상금 문제는 없었다. 여러 구단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라올라의 최종 선택은 리버풀이었다.
리버풀도 제바스티안 회네스 슈투트가르트(독일) 감독, 피에르 사주 랑스(프랑스) 감독 등 여러 후보를 검토했다. 하지만 실제로 감독직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인물은 이라올라뿐이었다. 이라올라 역시 리버풀행을 원하면서 협상은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리버풀의 리처드 휴즈 스포츠 디렉터는 2023년 본머스에서 이라올라 감독 선임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동안 리버풀은 '레전드 출신' 사비 알론소 감독과도 연결됐다. 하지만 알론소는 최근 첼시 지휘봉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이라올라와 알론소의 에이전트는 같은 인물이다. 리버풀이 원했다면 알론소 측과 접촉할 수 있었지만, 구단은 최종적으로 이라올라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의 마이클 에드워즈 최고경영자와 휴즈 등 구단 경영진은 이라올라의 공격적이고 전방 압박을 중시하는 전술 스타일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올라는 사령탑 커리어 내내 단기 계약을 선호해왔다. 앞서 지휘봉을 잡았던 AEK 라르나카(키프로스), 미란데스(스페인), 라요 바예카노(스페인)에서도 모두 3년 안에 팀을 떠났다. 본머스에서도 2023년 7월부터 팀을 이끈 뒤 올여름 계약 만료와 함께 결별했다. 리버풀에서도 2년 계약으로 새 도전에 나선다.
이라올라는 본머스에서 함께했던 수석코치 토미 엘픽과 숀 쿠퍼, 분석관 톰 웨버, 피트니스 코치 파블로 데 라 토레를 리버풀로 데려오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엘픽과 쿠퍼는 아직 본머스와 계약이 남아 있다. 현재 리버풀은 이라올라 감독 선임 외에 새 코칭스태프 합류를 공식 확정하지는 않았다.

리버풀을 떠난 슬롯은 2024년 '명장' 위르겐 클롭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데뷔 시즌이었던 2024~2025시즌에는 리버풀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2025~2026시즌에는 리그 5위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비판이 더 컸던 이유는 투자 규모였다. 리버풀은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 알렉산드르 이삭, 플로리안 비르츠, 제레미 프림퐁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시즌 내내 경기력은 불안했고, 특히 뛰어난 공격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이라올라는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본머스는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며 전력 약화 우려를 안았다. 그러나 이라올라는 예상을 뒤엎고 본머스를 리그 6위(승점 57)로 이끌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클럽대항전인 유로파리그 진출권까지 따냈다.
공격력도 돋보였다. 본머스는 리그 58골을 기록해 팀 득점 부문 공동 5위에 올랐다. 제한된 전력 속에서도 공격적인 색깔을 잃지 않은 이라올라의 지도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고, 결국 리버풀은 그를 새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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