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 역사지구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을 맞이할 준비와 함께 100여 년 전 이곳을 거쳐 간 독립 영웅의 발자취가 연결되어 있다.
9일(현지시간) 찾은 과달라하라 역사지구의 리베라시온 광장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기간 운영될 피파 팬 페스티벌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번 팬 페스티벌은 오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39일간 전면 무료로 개방된다. 대형 스크린을 통한 전 경기 생중계를 비롯해 다채로운 문화 행사와 콘서트가 예고되어 있고, 하루 최대 4만 명의 인파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둔 현장은 무대와 가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고, 현장 전반을 통제하는 보안 요원들과 군인, 경찰들이 배치되어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평일 오전 특유의 한산함 속에서도 축제 직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축제 구역 외부는 촬영이 자유로우나, 내부는 아직 월드컵 취재진까지 진입이 통제되어있는 상황이다.


이 광장에서 한 블록만 옆으로 들어가면 도보로 3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역사적 현장이 자리하고 있다. 1610년에 문을 열어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과달라하라의 중심을 지켜온 프랑세스 호텔이다.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 고풍스러운 벽 한켠에 대한인국민회 중앙총회장이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모습을 담은 동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7년 도산 안창호 선생의 멕시코 순방 100주년을 기념해 호텔 측과 협의를 거쳐 이 자리에 동판을 설치했다. 호텔 관계자는 현장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안창호 선생의 동판을 보고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프랑세스 호텔과 과달라하라는 안창호 선생이 멕시코 한인사회를 안정시키고 독립운동의 기반을 다진 구심점이다. 1917년 당시 멕시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카탄 지역의 한인 동포들은 심각한 생활난을 겪으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이민 사회를 이끌 지도자가 없어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이에 안창호 선생은 교민들의 청빙을 받아 1917년 10월 만사니요 항구를 통해 멕시코 땅을 밟았다.
안창호 선생은 에네켄 농장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한인 노동자들의 복지에 힘썼고, 새로운 계약 체결과 노동 규정 제정을 이끌며 동포들의 난관을 해결했다. 1000여 명에 달하는 멕시코 한인사회의 단결력을 끌어올려 대한인국민회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후원할 수 있는 토대를 닦은 것이다.


이후 1918년 미국으로 돌아가려던 안창호 선생은 난관에 부딪혔다. 멕시코시티의 미국총영사관이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라는 이유를 들어 일본 여권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이를 거부한 안창호 선생은 미국 국경과 인접한 이곳 과달라하라로 이동해 프랑세스 호텔에 1918년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두 달가량 더 체류했다. 결국 안창호 선생은 일본 여권 대신 대한제국 여권을 제시하고 북부 노갈레스를 통해 미국으로 향했다.
108년 전 일제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주권을 외치며 머물렀던 도시에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본선 무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일 입성해 현지 적응과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홍명보호는 역사적 배경이 깊은 과달라하라에서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와 2차전 승리를 정조준한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