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BA에 온 것은 세대교체하기 위해서였다."
50대, 60대 선수들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일명 '고인물 판'인 당구계에 18세 소년이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이젠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가 됐다.
김영원(하림)은 11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6-2027시즌 2차 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에서 응오딘나이(베트남·휴온스)를 세트스코어 4-2(15-8, 15-9, 11-15, 15-3, 12-15, 15-4)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8세 7개월 26일.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지만 벌써 통산 4승을 거두며 강동궁(휴온스)과 함께 PBA 최다승 공동 3위가 됐다.
우승 상금 1억원을 챙기며 누적 5억 8420만원으로 남자부에서 6번째로 상금 5억원을 돌파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당구천재'로 일찌감치 잘 알려진 김영원은 챌린지 투어(3부)와 드림 투어(2부)를 거쳐 2024-2025시즌 1부 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그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더니 지난 시즌엔 왕중왕전인 PBA 월드챔피언십 포함 2회 우승을 거뒀다.
올 시즌 개막전에선 32강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으나 이번 대회 들어 강호들을 연이어 격파했다.

상대는 4강에서 애버리지 3.000으로 이번 대회 최고의 경기력을 뽐낸 응오였지만 김영원은 1,2세트부터 거세게 밀어붙이며 승리를 따냈다. 3세트 응오가 3이닝 11점을 몰아치며 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김영원의 애버리지 또한 3.667에 달할 정도로 기복이 없는 경기를 펼쳤다.
4세트 1이닝부터 9점을 몰아치며 5이닝 만에 마무리한 김영원은 응오의 분전 속에 다시 5세트를 내줬으나 6세트를 단 3이닝 만에 끝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김영원은 "2024-2025시즌에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를 해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고 이번 우승이 더 값지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전 애버리지가 무려 2.306에 달했다. 어린 나이에도 큰 무대에서 긴장감마저 극복해낸 모양새다. 그는 "항상 결승전은 어렵지만 2부와 3부 투어를 뛰면서 많이 경험을 해 면역이 생긴 것 같다. 1부 투어에서도 5번째 결승을 치르면서 예전에 비해서는 긴장이 덜한 것 같다"며 "응오는 지난 시즌에 두 번 만나서 모두 이겼지만 (그 당시에) 정말 잘 쳤다. 이번에도 조금만 삐끗하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더 집중해서 경기를 치렀다"고 전했다.
더 무서운 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영원은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애버리지가 많이 오른 것 같다. 경기를 운영하는 방법도 많이 좋아졌다"며 "1부 투어 첫 대회에서 결승전에 진출했다. 당시 결승전에서 강동궁(휴온스) 선수와 경기를 했는데, 많은 걸 느꼈다. 마냥 공격적으로 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느꼈다. 최근에는 공격을 하면서도 수비를 할 수 있게끔 섞으면서 공을 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선은 여전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아직 애버리지가 PBA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할 때 높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5~1.6 정도 치는 선수들은 많다. 그 선수들보다 잘하기 위해서는 1.7 이상은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애버리지가 높은 선수들을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득점을 잘한다. 혼자 연습할 때도 어려운 배치 상황을 두고 연습한다"고 말했다.
다니엘 산체스(52·웰컴저축은행), 에디 레펀스(57·하이원리조트) 등 50대 선수들은 물론이고 세미 사이그너(62·웰컴저축은행)와 같은 60대 선수들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천재' 10대 선수 김영원에 더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영원은 "PBA에 오게 된 것도 세대교체라는 목표가 있었다. PBA에 지금 젊은 선수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며 "당구 세대교체가 더 빨라질 것 같다. 열심히 해서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집 인테리어 비용으로 쓴 수 천만원이 가장 큰 지출이었다는 김영원은 "상금이 체감이 잘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상금 랭킹 1위가 10억원 정도인데 나도 10억원을 목표로 하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나타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