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이자 키움 히어로즈의 '괴물 신인' 우완 박준현(19)이 고향 대구 마운드에서 가진 프로 커리어 첫 선발 등판에서 자신의 진가를 완벽하게 증명했다. 비록 팀의 패배로 승리는 빛이 바랬지만, 아시안게임 명단 제외의 아쉬움을 날려버리는 강력한 무력시위를 펼쳤다.
박준현은 1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투구 수는 단 85개에 불과했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3.51에서 2.90까지 대폭 끌어내렸다.
박준현에게 이번 대구 원정은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KBO리그의 전설적인 내야수 박석민(41·현 삼성 라이온즈 2군 코치)의 아들인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대구에서 보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천안북일고로 야구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그의 뿌리는 줄곧 대구에 있었다. 다만 아버지 박석민이 2016시즌을 앞두고 삼성에서 NC 다이노스로 이적해 홈구장으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익숙한 곳이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지난 4월 26일 고척에서 자신에게 데뷔전 선발승(5이닝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을 안겨준 삼성이었다. 시즌 및 커리어 첫 승 이후 6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하며 한 차례 1군 엔트리 말소까지 겪었던 박준현은 아버지의 상징이자 현재 자신의 등번호인 '18번'을 달고 고향 팬들 앞에서 부활을 선언했다.
이날 박준현은 효율적이고 완벽한 경기 운영 능력을 뽐냈다. 종전 최다 이닝 피칭이었던 지난 5월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6이닝 1실점 99구)의 기록을 정확히 한 달 만에 경신했다. 약점으로 꼽히던 투구 수 관리까지 잘되며, 다소 높았던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역시 이번 호투로 1.59에서 1.46으로 하락시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흐름도 압도적이었다. 1회 안타 하나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마무리한 박준현은 2회 박승규의 도루 실패를 엮어 세 타자로 이닝을 끝냈다. 3회에는 1사 1, 2루 위기를 맞이했으나 김성윤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4회부터 6회까지는 삼성을 완벽히 꽁꽁 묶으며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사실 이날 가장 큰 위기는 7회말이었다. 선두타자 구자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르윈 디아즈에게 볼넷, 박승규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박준현은 전병우를 상대로 4구째 154km짜리 패스트볼을 꽂아 넣으며 유격수 방면 병살타를 유도해 실점하지 않았다.
특히 이날 박준현의 최고 구속은 무려 158km에 달했다. 7회 위기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고 156km의 강속구를 꽂아 넣는 지구력까지 뽐냈다.
다만, 키움은 9회말 구자욱에게 끝내기 3루타를 맞으며 0-1로 석패해 박준현의 시즌 2승 수확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서의 이닝 소화 능력을 완벽하게 증명하며 패배 속에서도 위안을 얻었다.
지난 11일 발표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최종 명단에 박준현의 이름이 제외됐을 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만의 군 복무 기간이 4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났기에 오는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이 정예 멤버를 대거 소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까지 있는 상황. 국제무대에서 통할 강력한 구위를 지닌 박준현의 탈락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준현은 낙담하지 않고 보란 듯이 고향 마운드에서 무력시위를 펼치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대만 정예 타선이 온다 해도 이 구위라면 충분히 통하지 않았을까 하는 강렬한 여운을 남긴 채 '괴물 신인'은 진짜 에이스로의 가능성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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