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자책점(ERA) 2.84, 득점권 피안타율 0.136, 이닝이터의 면모까지.
류현진(39)의 기록이 아니다. '우현진'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오웬 화이트(27·이상 한화 이글스)의 압도적인 성적이다.
화이트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11구를 던져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시즌 5승(4패)째를 수확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인해 5월 중순에서야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으나 이후 완벽한 에이스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화이트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겠다는 전략이었다. 화이트는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해 9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4승 4패, ERA 3.24로 한화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옥에 티라면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0.292로 시즌(0.250), 우타자(0.198) 상대 때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 부분을 파고 들었다. 선발 라인업에 좌타자만 7명을 배치해 공략에 나선 것. 그러나 화이트는 염 감독의 데이터 야구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3회까지 매 이닝 안타를 허용하고도 전혀 흔들림이 없고 결정적인 상황마다 오히려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 범타와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고 4회부터는 3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이어갔다.

7회엔 1사에서 오스틴 딘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문보경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다시 천성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미 투구수가 100구를 넘긴 상황이었지만 한화는 불펜 투수 대신 화이트로 밀어붙였고 결국 문성주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스스로 불을 껐다.
이날 화이트는 최고 시속 152㎞, 최저 147㎞의 두 가지 종류의 패스트볼을 절반 이하인 49구 던졌다. 큰 궤적을 그리는 슬라이더를 26구, 이보다 각이 작지만 더 빠른 커터를 11구 던졌다. 여기에 직구처럼 오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포크볼도 19구를 뿌렸고 직구와 최대 30㎞ 이상 차이나 타이밍을 빼앗기 좋은 커브까지 6구를 섞었다.
올 시즌 개인 최다 투구수였고 심지어 1위 팀을 상대로 한 긴장감 넘치는 경기였으나 노련한 투구로 자신의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화이트는 "LG 라인업에 좌타자가 많아 스위퍼 외에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려 했던 것이 주효했다"며 "오늘이 가장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것 같다. LG가 강한 상대라 경쟁심을 발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6가지의 구종을 바탕으로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뽐냈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0.136(44타수 6피안타)에 불과하다. 무려 10경기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6번이나 작성했고 이중 7이닝을 소화한 것도 4차례나 됐다. 우투수이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류현진이 오버랩되는 수치들이다.
단 2점의 득점 지원을 받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화이트는 "우리 득점이 많지 않았지만 그것도 야구의 일부다. 항상 많은 득점 지원이 있을 순 없다"며 "상대도 좋은 투구와 수비를 보여준 것이다. 득점 지원보다 내가 팀으로부터 서포트와 응원을 받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겸허한 자세를 보여줬다.
남다른 책임감 또한 류현진과 닮았다. "7회 마지막 타자를 잡아낼 때는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나는 언제나 마운드에 있는 순간에는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모든 에너지를 쓰려고 한다"는 화이트는 "감독님과 팀이 7회를 마칠 기회 준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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