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롯데 자이언츠의 히트 상품을 꼽으라면 첫손에 꼽힐 이름이 손성빈(24)이다. 다양한 표정과 리액션으로 '쇼츠형 포수'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포수 마스크를 쓴 손성빈은 결코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주자의 발을 묶는 포수다.
도루 저지율만 놓고 보면 20%로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다. 손성빈의 진짜 존재감은 '잡은 숫자'보다 '뛰지 못하게 만든 숫자'에서 더 잘 드러난다. 올 시즌 손성빈은 KBO 리그 300이닝 이상 소화한 포수 중 도루 시도율 3.9%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애초에 뛰기 어렵게 만드는 포수라는 뜻이다.
포수에게 쉽게 칭찬하지 않는 냉정한 포수 출신 사령탑도 인정했다. 김태형(59) 롯데 감독은 4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손)성빈이가 나왔을 땐 상대 팀이 만만하게 보고 뛰지 못한다. (손성빈 상대로 도루하는 건) 투수의 습관이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지 않는 이상 힘들다. 성빈이는 (공을 빼는) 폼도, 공도 빠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 각 팀에 정말 빠른 몇 명 빼고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손성빈도 자신의 존재가 상대 주자에게 압박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수원에서 만난 손성빈은 "도루 시도가 많이 없는 건 사실 같다. 도루 스페셜리스트나 빠른 주자들밖에 뛰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잡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 적은 횟수에도 잡아야 하는 게 내 역할이다. 또 나 혼자 잘한다고 주자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상대 팀에게 압박감을 준다는 건 장점 같다"고 수긍했다.

포수 손성빈의 강점은 어깨에만 있지 않다. 투수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며 마운드 안정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태형 감독도 "(손)성빈이가 생각보다 많이 좋아졌다. 투수 리드도 그렇고 주전으로서 흉내를 내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주전 포수의 틀을 갖춰간다는 의미로, 김 감독 특유의 표현으로는 꽤 높은 평가다. 실제로 올해 롯데 팀 평균자책점은 4.45로 리그 4위다. 그 중에서도 동갑내기 김진욱(24)은 손성빈과 호흡을 맞추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이에 손성빈은 "(김)진욱이가 잘 던져서 간 것이다. 내가 하는 역할은 정신 차리게 하고 열심히 받아준 것밖에 없다. 진욱이뿐 아니라 우리 투수들 다 잘 던져서 좋은 성적이 나온다. 포수로서 그 점이 제일 뿌듯하다"고 뿌듯함을 숨기지 못했다.
투수들을 정신 차리게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표정과 상황도 연일 화제다. 친구 김진욱은 물론 한 살 형 최준용(25)에게는 거침 없다가도 큰 형 박세웅(31)이나 신인 박정민(22)에는 한없이 따뜻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선발투수 박세웅은 양 팀이 2-2로 맞선 7회말 김민혁, 허경민에게 안타, 대타 이정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주고 2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권동진 타석에서도 초구가 볼이 되자, 손성빈은 마운드에 올랐다. 중계화면에는 손성빈이 박세웅에게 "막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격려하는 것이 잡혔다. 이후 박세웅은 권동진에게 슬라이더와 포크를 연거푸 던져 2루 땅볼 아웃시키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손성빈은 "잘하는 영상이 떠야 하는데... 내가 한 게임을 하면 짤이 엄청나게 생긴다"고 한숨 쉬면서도 "투수들에게 그러는 건 선수마다 접근법이 달라서 그런다. 세게 말해야 잡히는 선수가 있고 부드럽게 해야 하는 선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진욱이나 (최)준용이 형은 좀 세게 해야 정신을 차린다. (박)정민이나 (나)균안이 형, (박)세웅이 형은 조금 천천히 호흡하고 부드럽게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수들과 호흡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손성빈은 "엘빈과 비슬리 각각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라 이야기를 많이 한다. 비슬리는 타자의 반응을 많이 보는 편이다. 포수가 타자 반응을 보는 거랑 마운드에서 보이는 게 다를 수 있다. 내가 놓치는 부분도 있다. 본인이 확신이 있을 때는 존중하고 내가 확신이 있을 때는 사인이 계속 싫다고 해도 끌고 간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합을 맞추던 손성빈과 비슬리 두 사람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인 4일 수원 KT전에서도 승리를 합작했다. 경기 후 만난 비슬리는 손성빈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비슬리는 "손성빈이 굉장히 영리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KBO에서 경험도 나보다 많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을 굉장히 잘 이해한다. 타자들의 반응을 보고 거기에 맞춰 조정하는 능력이 좋다. 계획을 가지고 게임을 운영해 나가는 측면에서 손성빈을 굉장히 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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