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 최고의 수비였다."
모두가 실점을 예상했던 순간. 김호령(34·KIA 타이거즈)이 날아올랐고 거짓말처럼 안타를 삭제시켰다. 빠르게 스타트를 끊었던 1루 주자까지 아웃시키며 이닝을 그대로 끝내버렸다. 모두가 두 눈을 의심할 만한 슈퍼캐치에 제임스 네일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호령은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타석에선 3회초 몸을 날리는 내야 안타로 출루 후 선제 득점에 성공했고 3점 차 리드를 지키던 6회 공격에서도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와 도루 이후 달아나는 득점을 만들었다. 8회에도 선두 타자로 등장해 안타 이후 추가 득점했으나 더욱 김호령을 빛나게 한 건 5회 결정적인 수비였다.
팀이 5-2로 앞서가던 5회말 1사 1루. SSG 박성한의 타구가 우중간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발 빠른 정준재는 안타를 직감하고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었다. 득점을 막기 힘들어보였던 그 순간. 빠르게 타구를 쫓은 김호령이 몸을 날렸고 타구를 걷어냈다.
여기까진 발 빠르고 수비가 뛰어난 중견수들에게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장면까지 더해지며 원정 응원석을 가득 메운 KIA 팬들을 열광케 했다.
타구를 낚아챈 김호령은 재빠르게 일어서 1루로 빠르게 공을 뿌렸다. 정준재가 서둘러 귀루했지만 공이 더 먼저 1루에 도달했다.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가 늘어났고 네일은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경기 후 이범호 감독도 "김호령이 공수주에서 맹활약을 해줬다. 5회말 더블아웃 플레이가 다시금 분위기를 끌어올렸다"고 칭찬했다.
네일은 "김호령 선수가 그 압박감과 모든 것을 견뎌내면서 다이빙 캐치를 해줬고 상대팀의 기를 죽일 수 있는 플레이였다"며 "그 리액션은 자연스럽게 너무 기뻐서 나왔다. 정확히 전달하진 못했지만 호령 선수도 허그를 받고는 그 느낌을 잘 전달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투른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호령도 그 마음을 충분히 전달받았다. "네일이 원래 안 그러는데 와서 껴안으면서 인생 최고의 수비라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며 웃었다.
모두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란 슈퍼캐치였지만 김호령은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일단 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뛰어갔는데 거의 다 갔을 때는 '이제 잡을 수 있겠다', '다이빙하면 잡을 수 있겠다' 생각해서 잡았고 그 다음에 송구로 잡아낸 게 너무 더 좋았다"며 "쉬운 타구는 아니지만 전문 외야수이다보니까"라고 말했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하는 타구지만 KIA 주전 중견수 김호령 스스로는 어떻게든 처리해야 된다는 책임감을 안고 몸을 던졌고 모두를 놀라게 만들 수 있었다.
하나의 특출난 능력만으로 해낼 수 있는 수비가 아니다. 타구 직후 빠르게 발을 뗄 수 있을 만한 판단력, 빠른 발, 자칫 타구가 빠질 경우의 위험성을 감수하는 과감함, 몸을 날린 상태로도 정확히 포구해내는 능력 등이 동시에 갖춰져야 가능한 수비다.
김호령은 이 모든 걸 한 단어로 요약했다. "감각인 것 같다. 매일 외야 배팅 수비를 하다보면 이 타구가 어디쯤 올 것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런 타구 연습을 많이 하다보니까 몸에 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구를 쫓기 바빴기에 1루 주자의 위치를 정확히 체크하진 못했다. 그러나 김호령은 "주자가 1루에 있었으니까 바로 일어나서 봤는데 안 보였다. 그래서 던지면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수차례나 박성한의 타구를 이런 식으로 훔쳤다. 김호령은 "의도치 않게 성한 선수의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조금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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