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끊이지 않는 트레이드 루머 속에서도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시선은 오직 팀을 향해 있었다. 이날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관계로 동료들이 팀을 떠났기에 경기장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맹활약으로 정면 돌파한 그는 샌프란시스코를 향한 깊은 애정과 충성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정후는 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최근 불거진 트레이드 소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이정후는 4타수 3안타(2홈런)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시즌 타율을 0.301에서 0.306으로 끌어올렸다.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에 따르면 경기를 마친 이정후는 "오늘 라커룸에 도착했을 때 정신없는 분위기이긴 했다"며 트레이드 마감일이었음을 짚은 뒤 "하지만 야구선수라면 당연히 경기에 집중하고 몰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오늘 그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날 실제 샌프란시스코 좌완 선발 로비 레이와 내야수 루이스 아라에즈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특히 이정후와 아라에즈는 나란히 교타자로 서로 야구적인 노하우를 자주 교환했다고 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어 다른 팀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루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계약을 제시해 준 팀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만약 제가 이 리그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그건 반드시 자이언츠와 함께이고 싶다. 그저 우리 팀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끝까지 확인해 보고 싶을 뿐"이라며 팀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했다.
그의 말대로 '경기 몰입'의 결과는 완벽했다. 이날 이정후는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칼 콴트릴의 3구째 시속 83마일(약 133.6km) 스플리터를 통타해 비거리 410피트(약 125m)짜리 우중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시즌 7호 홈런.
세 번째 타석 좌전 안타와 시즌 8호 도루로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완성한 이정후는 8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상대 구원 페이튼 그레이의 초구 시속 86.3마일(약 138.9km) 슬라이더를 다시 잡아당겨 비거리 385피트(약 117.3m)짜리 우중간 솔로포(시즌 8호)를 터뜨렸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한 경기 멀티 홈런은 지난 2025년 4월 14일 뉴욕 양키스전 이후 무려 477일 만이다. 빅리그 통산 두 번째 멀티 홈런이자, 메이저리그 진출 후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8개) 타이기록이다.
흥미로운 점은 스탯캐스트 분석이다. 3회 터진 7호 홈런은 MLB 30개 구장 중 29개 구장에서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였으나, 유일하게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만 넘어가지 않는 타구로 측정됐다. 8호 홈런 역시 오라클 파크를 포함한 5개 구장을 제외한 25개 구장에서 홈런이 되는 타구였다. 홈구장의 높은 우측 담장과 넓은 우중간이라는 '억까(억울하게 손해 보는 상황)'를 원정길에서 실력으로 완벽히 극복해 낸 셈이다.
이정후는 마지막 9회초 1사 만루 찬스에서도 정석적인 희생플라이로 소중한 추가 타점까지 올리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투수 친화 구장'의 악조건과 어수선한 트레이드설마저 비웃듯 방망이를 불태운 이정후였다. 메이저리그 첫 두 자릿수 홈런 고지까지 단 2개만을 남겨둔 이정후의 질주는 이제 막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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