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발생한 소속 선수의 불법 지정 약물 파문을 시작으로 구단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NPB) 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결국 센트럴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구단의 리스크 관리 부재를 시작으로 추가 연루자까지 나오면서 팀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팀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2024시즌 한국 프로야구계를 뒤흔들었던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 마약 사건'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히로시마는 7일 경기를 앞둔 기준으로 38승 53패(승률 0.418)에 그치며 센트럴리그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3위 야쿠르트와 3경기 차를 유지하며 클라이맥스 시리즈(CS) 진출의 희망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경기장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며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현직 선수들이 이른바 '좀비 담배'로 불리는 지정 약물 에토미데이트 사건에 얽히면서 불붙었다. 지난 2월 체포된 전직 선수 하즈키 류타로가 5월이 되서야 에토미데이트 사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7월에는 하즈키에게 약물을 공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피의자와 함께 찍힌 현역 선수들의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사진에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일본 대표팀으로 나섰던 주전 내야수 고조노 카이토(26)를 비롯해 또 다른 내야수 야노 마사야(28), 외야수 타무라 슈스케(23)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구단의 소극적인 대처였다. 일본 데일리 신초가 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히로시마 구단은 약물 판매자와 단독 사진이 찍히고 경찰 가택수색까지 받은 야노를 3군으로 강등시켰으나, 핵심 내야수인 고조노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식 조치나 해명 없이 1군 출전을 강행하고 있다. 앞서 하즈키가 재판 과정에서 "팀 내에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하는 다른 선수도 있었다"고 증언했음에도 구단과 고조노 모두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 "핵심 자원이라는 이유로 그저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다"는 팬들의 비판이 거세다고 한다.
타 구단 프런트 출신 관계자는 데일리 신초에 "야노를 엔트리에서 말소했을 때 고조노 역시 2군으로 내렸어야 했다"며 "의혹을 명확히 해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을 강행하는 것은 구단의 관리 능력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단의 보호 속에 1군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고조노의 성적은 뚝 떨어졌다. 타율 0.251로 센트럴리그 타격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당시부터 지적받았던 수비력 불안과 메이저리그 진출에 부족하다는 평가까지 나오며 여러모로 흔들리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야노마저 이미 경찰 조사로 전력 이탈해 대체 자원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기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파행 운영은 팬심 이탈로 직결됐다. 지난 4일 요미우리전에서 연장 12회 끝에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음에도 3만 3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마츠다 스타디움에 입장한 관중은 2만 4226명에 불과했으며, 관중석 곳곳에는 빈자리가 훤히 눈에 띄었다.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산드로 파비안마저 "어서 야구장 가득 찼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일본 현지 관계자들은 히로시마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들의 도덕 불감증을 비롯해 팬들의 신뢰, 그리고 최하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가려낸 히로시마가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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