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간의 장면이 부천FC 골키퍼들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줬다.
지난 1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23라운드 부천과 전북 현대의 맞대결. 부천은 전반 9분 성예건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김종우와 갈레고의 추가골을 앞세워 3-2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전북전 5경기에서 3승2무의 우위를 이어갔다.
골키퍼 김현엽의 활약도 빛났다. 2실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상대의 결정적인 슈팅 2개를 막아내며 부천의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전반 이승우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에서 보여준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김현엽은 골문에 머물지 않고 과감하게 앞으로 뛰쳐나와 위기를 차단했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용기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부천 베테랑' 김형근의 반응이었다. 김현엽이 멋진 선방을 펼치자 김형근은 대견하고 뿌듯한 듯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은 중계화면에도 잡혔다.
애초 부천의 주전 골키퍼는 김형근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FC서울과 홈경기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한 뒤 현재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그 사이 김현엽이 골문을 지키고 있는데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전북전 승리는 물론 지난 21라운드 강원FC전에서는 여러 차례 선방을 펼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활약을 인정받아 K리그1 21라운드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김현엽은 지난 19일 코리아컵 16강 부산 아이파크전에서도 승부차기 선방을 해내며 부천 8강행의 주인공이 됐다.
김현엽이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김형근이 복귀한 뒤 두 선수의 주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하지만 김형근은 당장의 주전 경쟁보다 후배 김현엽의 활약을 먼저 응원하고 있다.
평소에도 끊임없이 조언하며 힘을 실어준다. 김현엽은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형근이 형이 잘하고 있다가 부상으로 빠지셨기 때문에 저 역시 그만큼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형근이 형과 대화를 정말 많이 한다. 좋은 말씀과 조언을 해주시고 자신감도 계속 불어넣어주신다"며 "특히 축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형근이 형은 '뭐 있느냐. 그냥 자신감 있게 해라.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고 고마워했다.
김현엽 역시 김형근이 쌓아온 경험을 적극적으로 배우려 한다. 그는 "저도 형근이 형에게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많이 물어본다"고 설명했다.
이영민 부천 감독 역시 김현엽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현엽은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침착하라'는 주문을 많이 하신다"며 "전술적인 부분보다는 경기를 뛰면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부분을 더 강조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엽은 2024시즌 당시 K리그2에 있던 부천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 시즌에는 리그 3경기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는 1경기만 뛰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김형근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출전 기회를 잡았고, 이를 놓치지 않으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현엽은 올 시즌 벌써 리그 9경기에 출전했고, 이 가운데 3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현엽은 "이전과 달라졌다기보다는 준비하는 방식은 똑같다"면서도 "저는 경기를 뛰면 무조건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크다. 그래서 경기 전까지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방 능력에는 확실히 자신이 있다"며 "순간적인 스피드와 반응 속도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강점을 드러냈다.

언젠가 김형근이 복귀하면 두 선수는 다시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김현엽도 주전 자리를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경쟁에 앞서 김형근을 향한 믿음과 존중도 분명했다.
김현엽은 "주전 욕심은 선수라면 무조건 있다"면서도 "그만큼 제가 더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형근이 형이 언제 복귀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전까지 최대한 승점을 많이 챙기고 싶다"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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