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80·네덜란드)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6강에서 한국에 패배한 뒤 보여준 이탈리아 축구계 추태에 일침을 가했다.
히딩크 감독은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기자 잔루카 디마르지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24년 전 월드컵을 돌아보면서 "당시 페루자에서 뛰던 선수(안정환)가 그런 대우를 받았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시 안정환은 이탈리아와의 대회 16강전에서 1-1로 맞서던 연장 후반 12분 극적인 골든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런데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 소속이던 안정환의 골든골로 이탈리아가 탈락하자, 현지에선 안정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디마르지오 기자는 히딩크 감독 인터뷰를 전하면서 "당시 안정환은 살해 협박을 받았고, 페루자 구단주였던 루치아노 가우치는 '그자(안정환)는 다시는 페루자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 이탈리아 축구를 망친 사람에게 월급을 줄 생각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디마르지오 기자는 히딩크 감독에게 "당시 이탈리아에선 안정환이 '자신을 먹여 살린 손을 물었다'는 말이 나왔다. 그가 세리에A에서 성장하지 않았다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주전으로 뛰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히딩크 감독은 "그러면 안정환이 경기에 뛰면 안 됐다는 건가. 골을 넣으면 안 됐다는 이야기인가. 그게 당신들의 답인가? 당연히 아니다. 이건 스포츠"라며 "안정환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을 위해 뛴 거다. 이탈리아를 위해 한국 골문에 자책골이라도 넣었어야 했다는 건가? 답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건 그저 스포츠다. 이긴 팀을 축하하고, 또 축하하면 된다. 졌다면 당당하고 신사답게 행동해야 한다. 이탈리아 축구계는 과연 그랬나"라고 꼬집으며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탈리아는 그 경기에서 말디니와 토티 등 스타들을 데리고 이기지 못했다. 지금 와서 불평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와 16강전 당시 주심이었던 비론 모레노(에콰도르) 심판이 '심판복 안에 한국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노골적인 편파 판정 의혹 질문에도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이 드러나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비에리도 전반전에 팔꿈치로 한국 선수를 가격하고도 카드를 받지 않았다. 심판을 탓하는 건 쉬운 일인데, 당시 이탈리아 전력이라면 한국을 압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한국 대표팀은 하루하루 매우 강도 높게 월드컵을 준비했다. 감독으로서 대표팀을 구성하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져 기존과는 다른 유형의 선수들도 발탁할 수 있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준비가 아주 잘 이뤄졌다"며 "당시 한국은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최고의 팀들 중 하나였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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