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프로 8년 차 좌완 전용주(26)가 마침내 이강철(60) 감독이 가장 중요한 순간 꺼내 드는 투수가 됐다.
전용주는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서 1⅓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KT의 6-2 승리에 힘을 보탰다.
등판 상황부터 쉽지 않았다. KT가 3-1로 앞선 7회초 구원 등판한 스기모토 코우키가 2사 2루에서 박정우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2루 도루까지 허용했다. 3-2,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강철 감독이 선택한 투수는 전용주였다. 상대는 국가대표 좌타자 박재현이었다. 전용주는 볼카운트 2S2B에서 등판해 박재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끝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에는 KIA의 중심타선을 상대했다. 해럴드 카스트로를 유격수 땅볼, 나성범을 유격수 직선타로 잡았다. 김선빈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하주석을 바깥쪽 꽉 찬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마쳤다.
KT는 7회말 3점을 보태 6-2로 달아났고 그대로 승리를 확정했다. 5연승을 달린 KT는 선두를 지켰고, 전용주는 생애 처음으로 단일 시즌 10홀드를 달성했다.
경기 후 만난 전용주는 "이번 시즌 목표가 10홀드였는데 오늘 딱 이룰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도 "이제는 개인 기록에 대한 다음 목표를 세우기보다 매 경기 팀 승리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용주는 양진초(안성시리틀)-성일중-안산공고를 거쳐 2019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좌완 투수다.
기대는 컸지만, 성장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2019년 1군 데뷔 후 지난해까지 7년 동안 1군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59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4.19, 43이닝 43탈삼진을 기록하며 KT 불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월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이후 계속해서 1군 한 자리를 지키더니 어느덧 경기 흐름을 지켜야 하는 순간 이 감독이 믿고 찾는 투수가 됐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14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이었다. 당시 고영표의 뒤를 이어 6회초 1사 3루 위기에서 등판한 전용주는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며 승리를 챙겼다.
이제는 단순히 '왼손 투수'라서 마운드에 오르는 게 아니다. 전용주는 올해 가장 달라진 점으로 구종이나 구위가 아닌 '마인드'를 꼽았다. 그는 "올해는 나 자신을 믿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충분히 좋다고 생각하려고 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마음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전용주는 "투수 쪽에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많다.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내가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기도 한다"며 "특히 라커룸 바로 옆자리가 김현수 선배님, 우규민 선배님이라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멘탈도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역할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전용주는 "결국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시합이 되는 투수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에서 타자들과 팀 선후배들이 만들어놓은 흐름과 점수를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 마지막에 영현이에게 승리의 기운을 이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공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전용주의 포심 패스트볼은 반듯하게 뻗기보다 움직임이 있는 편이다. 처음에는 낮은 포심 RPM(분당 회전수)에 고민도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용주는 "처음에는 남들처럼 회전수도 많이 나오고 누가 봐도 멋있어 보이는 공을 던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고 하니 잘 안됐다"며 "지금은 내 장점을 그냥 살리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 포심은 무빙이 있는 편이라 가끔 투심 패스트볼로 (트랙맨 데이터에) 찍히기도 한다. 그게 내가 투 피치임에도 타자들에게 잘 안 맞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스스로 가진 것을 의심하지 않기 시작하자 결과도 따라왔다. 좌타자뿐 아니라 우타자를 상대하는 경험도 늘었고, 투수코치들과 매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상황별 플랜을 세우는 과정도 익숙해졌다.
전용주는 "사실 올 시즌 목표가 10홀드였다. 그런데 오늘 딱 채워서 기쁘다. 이젠 내 개인 기록보단 매 경기 팀이 이기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라며 "내가 잘 던지는 게 팀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 맡고 있는 자리에서 최대한 잘해서 올해 꼭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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