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펜에 좌완 투수가 배찬승 한 명밖에 없다."
류지현(55)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김진욱(24·롯데 자이언츠)을 불펜 투수로 변신시키기로 한 것이다. 우투수 일색인 불펜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중 가장 믿음직스러운 투수로 김진욱을 택했다.
류지현 감독은 17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국군체육부대(상무)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비 연습경기를 앞두고 "김진욱은 선발보다는 그 뒤나 특정 상황, 상대 타순 등을 고려해 불펜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그래서 오늘 6회에 등판시키는 것도 그걸 가정했을 때 상황을 보려고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발 자원 오원석도 있지만 안정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해 KT로 트레이드 후 11승을 올린 오원석이지만 올 시즌엔 평균자책점(ERA)이 5.92까지 치솟았다. 피안타율이 0.298, 이닝당 출루허용(WHIP)가 1.52로 불안한 상황이다.
반면 '사직 스쿠발'이라 불리는 김진욱은 오원석과 같은 6승(8패)이지만 피안타율이 0.250, WHIP가 1.33으로 보다 위력적이다. 탈삼진도 더 많아 불펜에서 활용하기에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류지현 감독은 "김진욱이 불펜 경험이 꽤 있지 않나 지금 좌투수들 중에는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저희가 김진욱을 쓴다는 건 아마 중요한 상황에서 일 것이다. 상대의 타순이나 어떤 상황에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가 우리 구성원 중에 김진욱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원석은 이날도 불안감을 남겼다. 선발로 나선 오원석은 상무 타자들에게 폭격을 당했다. 정현승과 장재영, 이율예, 박한결에서 4연속 안타를 맞았고 이승현의 스리번트 아웃, 박관우의 병살타로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2회 등판한 김영우가 삼자범퇴로 깔끔히 막았지만 3회 유일한 전문 좌완 불펜 배찬승이 흔들렸다. 정현승에게 내야 안타를 내준 그는 장재영과 이율예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박한결의 대형 희생플라이로 추가 실점한 그는 이승현마저 내야 안타로 내보냈다. 박관우에겐 2루타를 맞고 다시 1실점했다.
어디까지 위기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이닝이 그대로 종료됐다. 당초 협의를 통해 대표팀은 한 명당 30구 이상을 던지지 않기로 했고 30구가 초과될 때엔 자동 이닝 종료를 하게끔 정해뒀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등 투수들의 투구수 관리가 필요할 때 종종 사용하는 방식이다.
공교롭게도 좌완 투수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성영탁과 조병현 모두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6회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은 퓨처스리그 홈런 1위(20개) 박한결을 우익수 뜬공, 이승현을 1루수 땅볼, 박관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모두 안타를 날린 선수들이지만 김진욱의 투구에는 타구에 힘을 싣지 못했다.
경기 후 류지현 감독은 "대표팀을 구성하고 소집하는 날부터 불펜으로 활용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다"며 이날 부진했던 좌완 투수들에 대해선 "고민이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다. 구위형으로 밀어붙일 팀을 잘 선정해야 할 것 같다. 변화구 완성도를 가진 선수들을 팀에 맞게 어떻게 등판 시키느냐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런 점에선 좋은 실전이었다"고 말했다.
김진욱은 "작년에도 불펜으로 준비했었기에 이질감은 없다"며 "시즌 때도 매 투구마다 집중해서 던진다. 좋은 결과로 보답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1이닝 동안 단 10구만 던져 깔끔한 투구로 삼자범퇴로 이닝을 삭제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0㎞를 찍었고 스트라이크 존으로 향한 게 7구에 달했다. 김진욱은 "같은 또래끼리 하니까 시너지가 났고 재미있었다.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적응하다보니 좋은 투구가 나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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