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감사하다."
결승 홈런을 날린 이재원(27·LG 트윈스)은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만큼 당연한 게 없는 처지라는 뜻이기도 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이재원이 시즌 막판 6연승을 달리는 팀에 힘을 싣는 기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재원은 19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8회말 중앙 담장을 훌쩍 넘기는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려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2018년 입단해 LG를 이끌 거포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지만 2022년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두 자릿수 홈런도 없었다.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26홈런을 때려내며 자신감을 얻고 전역한 만큼 기대가 컸지만 한 달 가량 부상으로 이탈했고 타격감도 저조해 올 시즌 47경기 출전에 그쳤다.
맞으면 크게 뻗지만 그 정확도가 너무 아쉬웠다. 전날 대타로 나서 안타를 날린 이재원은 홍창기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선발로 나섰고 일을 냈다.
앞선 두 타석에선 중견수 뜬공과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선 8회말 한화의 바뀐 투수 조동욱을 공략했다. 볼카운트 1-0에서 2구 시속 145.7㎞ 몰리는 직구를 과감하게 때렸고 무려 시속 180.1㎞ 총알타구는 잠실야구장에서 가장 깊은 중앙 담장을 여유 있게 넘어가는 비거리 140m 결승포가 됐다. 이재원의 시즌 5번째 홈런.

스스로도 놀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재원은 "야구하면서 손꼽혔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팀이 연승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어서 더 짜릿하다"며 "야구하는 동안 1군에서 이런 장면이 별로 없어서 오늘이 기억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염경엽 감독도 "타선에서 이재원이 오랜 만에 결승 홈런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오늘을 계기로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엄청난 홈런포였다. 너무도 강하게 맞은 타구는 발사각이 21.5도에 그쳤음에도 총알 같이 날아가 잠실구장의 가장 깊은 중앙 담장을 크게 넘겼다. 힘껏 잡아당겨 좌측으로 향한 타구가 아니라는 점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재원은 "사실 조금 늦었다 싶었다. 이건 잡히든가 펜스에 맞겠다 싶어서 3루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해 빨리 뛰었는데 좋은 결과로 나왔다"며 "처음은 아닌데 너무 오랜만에 쳤다. 탄도 때문에 펜스에 맞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1점 차 승부로 향하는 분위기였고 바뀐 투수를 곧바로 공략해 터뜨린 한 방이어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동료들의 거친 축하를 받았다. 이재원은 "너무 다 좋아해 줘서 고맙다. 그런데 살짝 어지러웠던 것 같다. 머리를 너무 많이, 세게 맞았다"며 "그래도 축하를 많이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웃었다.

"베이스를 돌며 가족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집에 가자마자 엄마, 아빠께 전화하고 누나와 얘기하고 싶었다"는 이재원에겐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시즌이었다. 이재원은 "계속 직구에 대해 반응이 안 되다 보니까 과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계속 소극적으로 공을 보고 확인하고 했는데 이제는 조금 더 과감하게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감독님과 코치님께 영상도 부탁하고 데이터 분석팀에서도 많은 도움을 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과감하게 앞에서 때려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재원은 "제가 점점 안 좋아진 게 뒤에서 치려고 했던 게 시작이었더라"며 "영상을 많이 보니까 조금 더 과감해질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워서 조금 더 과감하게 하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두 타석의 실패에도 다시 세 번째 타석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첫 타석, 두 번째 타석이 결과가 안 좋아서 세 번째 타석에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이 믿고 끝까지 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이 많다"고 털어놨다.
가을야구를 향하는 LG이기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재원은 "팀이 계속 승리를 바라봐야 되는 시점이고 연승을 계속하다보면 위에 있는 두 팀이 질 때도 있을 것이다. 계속 이기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한다"며 "형들이 너무 잘 해줘서 저희는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기대치가 큰 만큼 팬들에게 실망감도 많이 안겨줬다. 그러나 이날 홈런 이후 팬들은 이재원의 이름을 연호하며 여전히 그 기대가 유효하다는 걸 보여줬다.
이재원은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 밖에 없다. 많이 감사하면서도 울컥한 느낌이 많이 든다"며 "잘할 때와 못 할때가 롤러코스터 같으면서도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항상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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