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시즌을 넘어 포스트시즌 우승 팀을 가리는 '가을야구'마저 검은돈의 먹잇감이었던 것일까. 메이저리그(MLB)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가 연루된 승부 조작 스캔들이 구체적인 공소 내역을 드러내며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미국 뉴욕 포스트가 20일(한국시간) 입수해 보도한 뉴욕 동부지검 연방 검찰이 최근 법원에 제출한 공식 공소 문건에 따르면, 검찰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소속 마무리 투수 엠마누엘 클라세(28)가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등판한 17경기에서 던진 투구 중 총 18개를 불법 베팅 브로커와 결탁한 '조작 투구'로 적시했다. 검찰은 클라세와 클리블랜드 동료 루이스 오티스(27) 등 일당 4명을 통신사기, 돈세탁,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조작 의혹 투구 목록에 포스트시즌 빅매치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검찰이 특정한 18개 투구 리스트에는 2023년 5월 뉴욕 메츠의 스탈링 마르테를 상대한 타석을 비롯해 2024년 10월 열린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맷 비어링을 상대로 던진 투구까지 명시됐다. 공 하나에 팀의 명운과 팬들의 열정이 걸린 가을야구 무대마저 사전에 각본을 짠 사기극의 희생양이었다는 구체적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특정 투구의 구속과 로케이션(코스) 등 내부 정보를 베팅 브로커들에게 사전에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조셉 노셀라 연방 검사는 문건을 통해 "정부는 클라세의 투구 중 약 18개, 오티스의 투구 중 2개에 대해 피고인들이 불법 도박 참여자들에게 사전 내부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을 입증할 것"이라며 강한 혐의 입증 의지를 보였다.
이번 스캔들의 시발점은 특정 투구 상황에서 몰린 비정상적인 베팅 흐름이었다. 미국 내 합법 스포츠 베팅 시장인 오하이오, 뉴욕, 뉴저지 등지에서 오티스와 클라세의 '초구 볼' 등에 확신을 갖고 거액을 베팅하는 기형적인 패턴이 반복 감지됐다. 일부 스포츠 베팅 업체들이 과도한 베팅 몰림 현상에 해당 상품 발매를 전격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미국의 베팅 감독 기관이 이상 징후를 MLB 사무국에 공식 통보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결국 MLB 사무국과 클리블랜드 구단은 관련 정황을 포착한 뒤 조사를 위해 지난 2025년 7월 두 선수를 즉각 전력에서 제외했다. 특히 비징계 유급휴가(행정 휴직) 조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난 클라세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201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리그 최고의 특급 소방수다. 통산 366경기에 등판해 21승 26패 182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으며, 올스타에도 3차례나 선정됐다. 마지막 메이저리그 시즌인 2025시 48경기에서 5승 3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이었기에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크다. 2024시즌에는 47세이브로 올해의 구원왕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클라세와 오티스를 비롯한 피고인 측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정식 재판 배심원 선정 절차는 오는 11월 시작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무대인 '가을 야구'마저 뒷거래로 얼룩졌다는 의혹이 구체적인 정황이 공개되면서, 클라세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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