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학년 시즌에 보여준 것은 사실상 없다. 그런데도 유신고 좌완 이승원(18)의 이름은 여전히 2027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후보군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승원은 올해 6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투구 이닝은 고작 5⅔이닝. 1볼넷 6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6월 왼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MCL) 수술을 받고 복귀한 선수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강과 구속 상승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지우기에는 표본 자체가 너무 적었다.
그런데도 KBO 리그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들의 기억 속 이승원은 여전히 '1라운드급 좌완'이다. 전체 1순위가 유력한 하현승(18·부산고)을 제외하면 박근서(18·서울디자인고)와 함께 그다음으로 불릴 좌완으로 꼽힌다.
이유는 과거에 보여준 완성도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190㎝의 큰 키를 지닌 이승원은 유신고 입학 당시부터 완성도 높은 좌완으로 주목받았다. 1학년 때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0㎞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구속 이상의 무기가 있었다.
안정적인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자유롭게 섞었고 타자의 반응에 따라 완급을 조절할 줄 알았다. 좀처럼 볼넷을 내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지는 능력은 같은 연령대 투수들 가운데서도 눈에 띄었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최근 스타뉴스에 "이승원은 1학년 때 보여준 모습이 너무 좋았다. 수술하기 전에 구속이 안 나왔다고 해도 1학년 선수치고 많이 나온 편이었고, 요즘은 그만큼 제구가 되는 선수가 많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눈에 띄게 제구와 운영 능력이 좋은 편이었다. 1학년 때 이미 완성도가 높은 편이어서 여기에 힘이 붙으면 어떨까 스카우트들끼리 많이 기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승원은 2학년이 되면서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시속 130㎞대 초반에 머물던 직구 최고 구속이 144㎞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이마트배 휘문고전에서는 6이닝 동안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9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단순히 공이 빨라진 것뿐 아니라 기존의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까지 그대로 유지하면서 '힘만 더 붙으면 된다'던 평가를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팔꿈치가 발목을 잡았고, 2026년은 그래서 중요한 해였다. 이승원은 수술로 공을 던질 수 없는 동안 체중을 82㎏에서 90㎏까지 늘렸다. 재활 과정에서는 가동성과 순발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고, 복귀 후 최고 시속 144㎞ 빠른 공을 던졌다.
기대했던 만큼 긴 시간 마운드에 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평가가 크게 무너지지 않은 것은 이승원의 장점이 단순히 최고 구속 하나에만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 190㎝의 체격, 좌완이라는 희소성에 이미 고교 1학년부터 보여준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스카우트들이 이승원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모습은 수술 이후 짧은 5⅔이닝보다 수술 전 2년간 쌓아온 과정이다.
올해 드래프트 판도 자체가 끝까지 혼전을 거듭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승원을 비롯한 3학년 유망주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1년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엄준상(18·덕수고), 박찬민(18·광주일고), 남현우(18·서울컨벤션고) 등 1라운드급으로 평가받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고, 또 다른 1라운드 지명 후보군 선수들에게는 학교폭력 의혹까지 불거졌다.

상위권 판도가 연쇄적으로 흔들리면서 각 구단의 판단도 더욱 어려워졌다. 실제로 신인드래프트를 코앞에 두고도 복수의 KBO 구단 관계자들은 "5순위 이후로는 누가 뽑힐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승원 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이 같은 혼전 양상이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부각하는 배경이 됐다. 올해 보여준 실적만 놓고 보면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미 1, 2학년 때 선발투수로서의 완성도와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고, 좌완이라는 희소성까지 갖췄다. 다른 상위권 후보들 역시 저마다 변수가 생긴 상황에서 과거에 확인한 장점을 믿고 선택할 만한 카드라는 평가가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물론 위험 부담도 분명하다. 팔꿈치 수술 이후 건강과 긴 이닝 소화 능력, 기대했던 구속 상승이 프로에서도 현실이 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인드래프트는 3학년 성적만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현재의 완성도와 함께 과거에 보여준 재능,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함께 본다.
스카우트들의 머릿속에는 아직 팔꿈치를 다치기 전, 스트라이크존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경기를 지배했던 유신고 좌완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3학년 5⅔이닝이 전부인데도 이승원이 여전히 1라운드 후보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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