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어나서 뺨 한 번 때려봤습니다. 다행히 꿈이 아니더라고요."
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 테크볼 금메달리스트 이준석(27)이 자신의 오른뺨을 만지며 말했다. 21일 일본 나고야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대회 금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다. 전날 대회 테크볼 남자 단식 정상에 선 그는 하루가 지난 뒤 소감을 묻는 질문에 "수없이 많이 상상해 보고 이루고 싶었던 결과였기에 꿈같은 순간이고 행복했다"며 "(뺨을 때려봤는데) 꿈이 아니라 다행이었고 감사했다"고 웃어 보였다.
테크볼은 곡선형 특수 테이블에서 탁구나 족구처럼 공을 주고받는 종목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지 아직 10년도 채 안 되는 생소한 종목이다. 그런데도 이준석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시상대 제일 위에 섰다. 전날 남자 단식 결승에선 이라크의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를 2-0으로 완파한 뒤 포효했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이뤄낸 금메달이라는 데 의미가 더 컸다. 생소한 종목이다 보니 테크볼은 아직 국내 실업팀이 없다. 이준석을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했다. 이준석도 대기업 생산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회 준비에 전념했다. 메달에 대한 선수들의 의지는 그래서 더 컸다. 시상대에 올라야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실업팀 창단 등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이준석은 "준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며 "아직 (테크볼은) 실업팀이 없다. 선수들 모두 생계를 내려놓고 올인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가 현실적인 고민이기도 했다. 메달을 따야 뭐가 생겨도 생긴다고 했다. 사실 아시안게임 이후 어떤 플랜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어려운 시절부터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숨겨진 곳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이제 실업팀도, 고등부나 대학부 등 탄탄한 저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준석은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연락이 끊어진 분들한테도 메시지들이 왔다. 하나씩 쌓일 때마다 에너지가 차는 느낌"이라면서 "올해까지는 매달 국제대회가 있다. 좋은 결과가 생겨서 내년에는 실업팀이 생기면 좋겠다.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용섭 테크볼 총감독은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대회에서 금메달이라 뜻깊고 자랑스럽다. 테크볼 발전을 위한 교두보를 잘 마련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체육회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앞두고 2주 정도 입촌해 훈련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주겠다'는 연락도 받았다. 선수들에게는 '선수촌 밥 먹을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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