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사 만루 위기에 등판해 연속 삼진으로 18세 이하(U-18) 대표팀을 구해냈다. 김민훈(18·광주 진흥고)의 진가가 야구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순간이었다.
김민훈은 21일 오후 2시 서울시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리는 2027 KBO 신인 드래프트에 나선다. 수술 이력으로 인해 뒤늦게 활약하기 시작했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며 1라운드 지명을 노리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하더라도 김민훈은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다. 2024년 6월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MCL) 수술을 받고 지난해 중반 이후에서야 마운드에 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근히 재활을 마친 김민훈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팔꿈치 통증은 말끔히 사라졌고 나서는 경기마다 감탄을 자아냈다. 신장 187㎝, 체중 100㎏의 다부진 체격에서 뿌리는 직구는 아직 최고 시속 150㎞를 쉽게 넘지 못하지만 충분히 체중을 실어 던지며 묵직한 볼끝을 자랑하고 큰 궤적의 슬라이더와 이젠 주무기가 된 킥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고교 무대를 장악해 나갔다.

2학년 시절 4경기에만 나서 5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ERA) 1.80으로 가능성을 나타낸 그는 올해 꽃을 피웠다.
15경기에서 무려 66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 ERA 1.34를 기록했다. 탈삼진은 무려 86개에 달했는데 볼넷은 단 9개에 그쳤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90에 그쳤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열린 봉황대기에서도 7이닝 동안 91구를 던져 8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막아냈다. 김민훈이 강판된 뒤 5점을 더 내주며 1-9로 광주동성고에 패해 탈락했지만 김민훈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이후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김민훈은 사실상 드래프트 1순위로 예상되는 하현승(부산고)에 이어 가장 믿음직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일본과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팀이 0-2로 끌려가던 2회말 1사 만루에 소방수로 나선 김민훈은 상대 2,3번 타자에게 전매특허 체인지업을 뿌려 연속 삼진으로 불을 껐다. 3,4회에도 실점없이 이닝을 마친 김민훈은 5회부터 하현승에게 공을 넘겨 대표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정윤진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오늘 경기에선 김민훈이 2점 뺏긴 1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올라가서 막아준 게 제일 컸다. 거기에서 점수 차가 더 벌어졌으면 힘든 경기가 됐을 텐데 민훈이가 그걸 막아준 덕분에 타선도 좀 터지면서 경기 승리한 것 같다"고 극찬을 받은 김민훈은 "솔직히 기회가 많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기회를 잡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이런 상황은 팀에서도 많이 겪어봤다. 위축되면 더 결과가 안 좋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강하게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던진 게 주효했던 것 같고 체인지업이라는 강점이 있어 그걸 믿고 던졌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순번이 예상되는 1라운드 상위픽이 아닌 하위 순위에선 변수가 크다. 여전히 김민훈은 확실한 1라운드 후보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고 아시아청소년선수권은 이에 대한 확실한 쇼케이스가 됐다.
제구가 안정적이면서도 담대한 가슴을 가진 게 가장 김민훈을 빛나게 하는 대목이다. 앞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민훈은 "투수에게 가장 안 좋은 게 볼넷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게 낫다. 볼넷을 내주기보단 코스와 제구력으로 공격적인 승부를 보는 게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능력을 긴장감 가득한 국제대회 무대에서 증명해냈다.
구종 가치도 상당하다. 김민훈은 150㎞이라는 숫자에 매몰돼 무리하게 구속을 늘리기보다는 힘을 싣는 방법에 더 집중했다. 2학년 시절 이미 직구의 RPM이 2500급이 나오도록 완성돼 있었다. 그를 상대해본 타자들은 일제히 "공이 묵직하다, 구속보다 훨씬 빨라보인다"고 평가하곤 한다.
김민훈은 "구속을 위해 무리하게 폼을 바꾸거나 욕심을 낼 때는 아니다"라며 "저는 피지컬에 비해 아직 기술적으로 채울 부분이 많다. 프로에 가서 좋은 코치님들께 배우면 구속도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구속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완성도 높은 변화구에 있다. 상대팀에게 '포크보링 좋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낙차가 큰 슬라이더가 있고 가장 뒤늦게 장착한 체인지업은 몇 차례 수정 끝에 킥 체인지업으로 정착했고 김민훈의 가장 무서운 무기로 발전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에게 팔에 부담을 줄여주는 구종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김민훈은 "팔에 부담이 가장 덜하면서도 직구와 똑같은 폼으로 던진다. 헛스윙 비율이 가장 높은 확실한 결정구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김민훈을 자주 상대해 본 A고교 감독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뛰어나지만 직구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구속이 150㎞는 안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훨씬 빠르다. 그만큼 볼 끝이 묵직하다는 것"이라며 "충분히 1라운드 지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호평했다.
프로구단 B의 스카우트 담당자는 김민훈의 뛰어난 가치로 '안정감'을 꼽았다. 그는 "안정적인 밸런스를 보유한 투수로서 타자의 유형을 가리지 않고 투구를 펼칠 수 있는 체인지업이 강점"이라며 "1군에서도 선발, 불펜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자원"이라고 치켜세우며 1라운드 지명을 예상했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김민훈이기에 프로 생활에 대한 건 여전히 꿈과 같지만 누구보다 확고한 책임감이 있다. "열심히 뒷바라지해주신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프로에 지명돼 힘이 돼 드리고 싶다"며 "야구를 하고 있는 동생이 졸업할 때까지는 든든하게 지원해 줄 수 있는 형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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