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타를 치고 출루한 타자가 두 손을 모아 뾰족한 삼각형을 그린다. 얼핏 보면 산(山)을 연상케 하는 이 생소한 동작을 두고 중계 화면을 지켜보던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무슨 세리머니냐"는 궁금증이 쏟아졌다. 정체는 바로 금메달을 향한 열망을 형상화한 한자 '쇠 금(金)'이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21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발 곽빈의 6이닝 노히트 무실점 호투와 경기 후반 폭발한 타선에 힘입어 5-0 완승을 거뒀다. 난적 대만을 첫 경기에서 제압하며 대회 5연패를 향한 힘찬 첫걸음을 뗐다.
완벽했던 경기력만큼이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대표팀의 '새 세리머니'였다. 출루 때마다 선수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선보인 특유의 세모 모양 동작은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은 안타를 칠 때마다 머리 위로 세모를 그렸다. 팬들은 '산을 그리는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사실 이번 세리머니는 출국 직전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지난 18일 결전지인 일본 나고야로 떠나기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주장' 노시환(26)은 대표팀의 새로운 세리머니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사실 어제(17일)도 같이 밥을 먹으면서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솔직하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일본에 건너가 첫 경기 때 보시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불어넣은 바 있다.
경기 다음 날인 22일 오전 KBO(한국야구위원회)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세리머니의 전말이 밝혀졌다. 이번 세리머니의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 역시 노시환이었다.
인터뷰에 나선 윤동희는 세리머니 비하인드를 묻자 "그냥 밖에서 보셨을 때는 잘 모르셨을 수도 있는데, 시환이 형이 낸 아이디어"라고 운을 뗐다. 김주원 역시 "경기 직전까지 딱히 정해진 세리머니가 없어 다들 '뭐 하지, 뭐 하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시환이 형이 '한자로 금메달의 금(金)을 표현하자'고 제안해 급하게 맞추고 들어갔다"고 털어놓으며 웃음을 지었다.
대표팀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김도영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나 영문 'K'를 활용한 아이디어 등도 거론됐으나, 주장의 직관적인 제안이 선수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윤동희는 "다른 복잡한 뜻은 없다. '무조건 금메달을 따자'는 의미 하나로 쇠 금(金) 자를 만든 것"이라며 "의미가 워낙 좋다 보니 선수단 반응도 '이걸로 하자'며 일사천리로 모였다"고 설명했다.
노시환의 '세리머니 메이커' 본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시환은 지난 3월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에도 "미국 마이애미로 전세기를 타고 날아가자"는 의미를 담은 '비행기 세리머니'를 고안해 열풍을 이끈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선 결속과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金 세리머니'로 승화시킨 모양새다.
첫 경기 완승과 함께 최고의 분위기 속에서 첫선을 보인 대표팀의 '금빛 세리머니'는 대회 끝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윤동희는 "첫 경기라 팬분들께서 당연히 모르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첫 경기부터 기분 좋은 승리를 가져온 기운 좋은 세리머니인 만큼, 대회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끝까지 밀고 나갈 생각"이라며 금메달을 향한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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