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기간 14년 동안 5억 달러(약 68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초대형 장기 계약 첫해부터 터져 나온 '망언 논란' 끝에 결국 성난 팬심과 '명예의 전당' 아버지의 매서운 불호령 앞에 무릎을 꿇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 '간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7)가 자신의 경솔한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사태의 발단은 최근 공개된 도미니카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였다. 팀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밀려 가을야구 탈락을 확정 지은 직후, 게레로 주니어는 거액 계약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선수들은 앞으로 할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성과에 대해 돈을 받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다.
이 발언에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분노로 들끓었다. 마치 '이미 5억 달러짜리 초대형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니, 앞으로의 성적은 내 알 바 아니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읽히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지만, 게레로 주니어는 지난 24일까지만 해도 "내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당당하게 맞섰다. 하지만 이틀 만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게레로 주니어는 26일 출근하자마자 취재진을 불러 모았다. 팀 통역을 대동하고 카메라 앞에 선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며칠 전 내가 했던 말은 진짜 전하고 싶었던 뜻이 아니었다"면서 "우리 팬들을 비롯해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려야 한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불과 이틀 전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는 완벽한 '태세 전환'이었다.
이러한 급격한 사과의 배경에는 '레전드' 아버지의 따끔한 일침이 있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적인 대타자이자 아버지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51)가 직접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호통을 친 것.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가 팬들에게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털어놓으며 아버지의 불호령이 이번 사과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음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팬들의 배신감이 극에 달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그의 처참한 이번 시즌 성적표에 있다. 지난 2025시즌 포스트시즌에서만 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토론토의 영웅으로 우뚝 섰던 그는 2025시즌 도중 맺은 14년 5억 달러 계약의 첫 시즌인 올해 타율 저하와 함께 9홈런 OPS 0.695라는 충격적인 부진을 겪었다. 지난 5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려내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홈팬들의 야유를 한 몸에 받던 와중에 터져 나온 "과거에 대한 보상"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셈이었다.
보 비셋(뉴욕 메츠)이 FA로 팀을 떠나며 온전히 클럽하우스의 리더 역할을 맡아야 했던 게레로 주니어였기에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 역시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팀 동료들과 팬들 앞에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며 성난 팬심에 대한 진화 필요성을 짚었다.
메이저리그 노사 협상을 두고 직장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되기에 길고 긴 비시즌을 앞둔 게레로 주니어는 이제 말 대신 성적으로 팬들을 달래야 하는 무거운 처지에 놓였다. 우선은 "내 계약이 정말 훌륭한 계약이라는 점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사과를 뱉은 것이다.
아버지의 불호령 끝에 뱉어낸 고개 숙인 사과. 그가 진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가올 시즌 그라운드 위에서 6800억 원의 몸값을 스스로 증명해 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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