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주목을 받은 건 단연 상위 라운드 선수들이었다. 신인 모두 첫해엔 최저 연봉을 받지만 계약금에선 큰 차이가 나타난다.
메이저리그(MLB) 구단으로부터 350만 달러(약 47억 6600만원) 제안까지 받았던 전체 1순위 하현승(키움 히어로즈)은 계약금만 10억원 이상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상위 지명이, 큰 계약금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반대로 하위 지명자라도, 이번에 지명을 받지 못했더라도 얼마든지 성공의 문이 열려 있다는 건 4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행복은 지명순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큰 기대 속에서 각 구단들의 상위 라운드에 지명됐으나 제대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경우는 손에 꼽을 수 없이 많다.
KIA 타이거즈의 한기주(10억원), 키움 히어로즈의 장재영(9억원), 현대 유니콘스의 임선동, KIA의 김진우, 한화 이글스의 유창식(이상 7억원) 등은 여전히 역대 계약금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거나 강렬한 임팩트만 남겼지만 꾸준히 그 활약을 이어가지 못한 게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총 1280명의 지원자 중 취업에 성공한 건 110명에 불과했다. 취업률은 고작 8.5%다. 수없이 반복된 좌절의 역사였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성공 신화를 이룬 선배들의 사례는 위안을 안겨준다.

프로와 정식 계약을 이루지 못했지만 과거 신고 선수, 연습생 등으로 불리기도 했던 육성 선수로서 프로야구의 한 획을 긋는 선수로 성장한 신화적인 선수들도 존재한다.
장종훈이 가장 대표적이다. 깡마른 체격으로 정식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빙그레 이글스에 연습생으로 입단해 연습벌레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지옥 훈련을 거쳤고 3차례의 홈런왕, 두 번의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원조 '신고선수 신화'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많은 선수들이 그 뒤를 따랐다. 아마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고도 신인드래프트에서 고개를 숙인 김현수(KT)는 두산에 신고 선수로 합류해 19시즌 동안 리그 최상위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서건창(키움)은 2008년 LG에 신고 선수로 입단했으나 방출의 아픔을 겪었고 입단 테스트를 거쳐 넥센(키움 전신)에 합류해 2012년 신인왕, 2014년 KBO 최초 200안타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며 MVP까지 차지했다. 이후에도 부진에 빠지며 KIA로부터 방출 당했지만 올 시즌 키움에서 다시 완벽히 살아나며 꿈을 키우는 예비 스타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박해민과 신민재(이상 LG), 채은성(한화)도 모두 육성 선수로 입단해 현재까지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하위 지명자들의 반란도 적지 않았다. 마음을 졸이며 막판에 지명을 받은 간절함을 프로 무대에서 성공의 씨앗으로 승화시킨 이들이다. 양의지(두산) 2006년 2차 8라운드 전체 59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으나 입단 후 빠르게 경찰 야구단에 입대해 몸집을 키우고 타격폼을 수정하며 KBO 역사상 가장 뛰어난 포수로 성장했다.

2002년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전체 48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던 최형우는 수비의 약점 등으로 인해 프로에서 6경기만 뛴 뒤 2005년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그랬던 그 또한 경찰 야구단에 합류한 뒤 가파른 성장세를 그렸고 2008년 삼성에 재입단한 뒤 신인왕을 차지했고 현재 KBO 각종 타격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전설적인 타자가 됐다.
프로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독립야구단 혹은 대학에서 꿈을 키우다가 우연한 기회로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이들도 있다.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와 불꽃야구를 통해 존재감을 알린 뒤 꿈을 이룬 선수들이다. 황영묵(한화)과 정현수, 박찬형(이상 롯데)은 각 구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신인드래프트의 한계를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전국의 모든 고교 선수들을 면밀히 살피기 어려운 점이 있고 아직은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이기에 잠재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자신에게 더 잘 맞는 포지션 혹은 메커니즘을 뒤늦게 찾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뒤늦게 꽃을 피우는 이들도 있다.
물론 하위 라운드 지명 선수, 육성 선수 등에 비해선 상위 라운드 선수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기도 좋고 성공으로 향할 수 있는 더 깔끔히 포장된 도로에 놓여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연한 것도, 보장된 것도 없다. 반대로 하위 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도,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도 결코 세상이 무너졌다고만 생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선배들의 사례가 보여준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