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32년 만에 일본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자정을 넘긴 심야에 경기가 시작되는 사상 초유의 촌극이 빚어졌다. 코트 재배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엉망진창' 운영에 선수와 관중 모두 큰 피해를 입으면서 일본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일본 이치노미야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일본의 차세대 에이스 미야자키 토모카(20·세계 랭킹 7위)와 '인도의 간판스타' 푸살라 벵카타 신두(31·세계 9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하지만 세계 정상급 랭커 간의 빅매치가 시작된 시각은 날을 넘긴 27일 오전 0시 8분이었다.
일본 매체 더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이번 대회 배드민턴 종목은 하루에 2경기를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미야자키는 앞서 열린 2회전에서 몽골 선수를 2-0으로 완파하고 3회전에 올랐으나, 해당 코트에서 앞선 경기들이 줄줄이 연장 접전을 펼치며 시작 시각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났다. 비어 있는 다른 코트로 경기를 유연하게 재배정하지 않는 등 엉망진창인 대처로 일관한 조직위원회 탓에 선수들은 기약 없는 대기를 이어가야 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이자 인기 스타들의 격돌이었지만, 관중석은 썰렁하다 못해 적막했다. 취재진과 소수의 관계자 몇 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무관중 경기나 다름없는 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지루한 대기 끝에 컨디션 조절에 완전히 실패한 미야자키는 몸이 무거운 기색을 보이며 신두에게 세트 스코어 0-2(9-21, 13-21)로 완패했다. 경기가 끝난 시각은 오전 0시 49분이었다.
한국 배드민턴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2연패에 도전하는 '셔틀콕 여제' 안세영(24·삼성생명) 역시 26일 여자 단식 2회전을 마친 뒤 1일 2경기를 치르는 것에 대해 황당한 심기를 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식 밖의 파탄 난 일정에 해외 언론도 일제히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을 취재한 인도 스포츠 매체 '레브스포르츠'의 보리아 마줌다르 기자는 SNS를 통해 "경기가 끝난 지금은 새벽 1시다. 이 엉망진창인 스케줄은 마법이라도 부린 건가 싶다. 한마디로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럽다"고 비판했다.
인도 매체 '더 필드(The Field)'의 비나약 기자 역시 다음 날 일정을 공유하며 "선수들의 건강을 완전히 무시한 엉망진창 일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승리한 신두는 불과 12시간 남짓 뒤인 27일 오후 1시경 8강전을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외신들도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경기냐"며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을 성토했다.
일본 내 관중들의 원성도 폭발했다. 체육관과 인근 이치노미야역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밤 10시 40분에 일찌감치 끊기면서, 현장을 찾았던 관중 다수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SNS상에는 "경기를 보려고 표를 샀지만 귀가 교통편이 없어 포기했다", "티켓값만 날렸다", "대회 운영이 모든 면에서 엉망진창"이라는 팬들의 분노와 탄식이 쏟아졌다.
배드민턴 종목 특성상 경기 종료 시점을 단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융통성 없는 코트 배정과 무리한 일정 편성이 선수들의 컨디션은 물론 관중의 권리까지 침해했다는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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