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뒤에 가려졌던 이범호(45) KIA 타이거즈 감독의 예리한 시선이 결국 하루 만에 현실적인 고민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김도영-해럴드 카스트로-나성범으로 엮인 이른바 '도나스 트리오'가 굳건히 버티고 있지만, 중심타선 밖의 화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득점 루트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KIA는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서 3-8로 완패했다. 선취점을 먼저 뽑아냈으나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고, 삼성의 막강한 화력을 감당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시리즈 전적은 1승 1패다 됐다.
사실 이범호 감독의 경고음은 기분 좋은 대승을 거뒀던 26일 플레이오프 1차전 직후부터 울렸다. 당시 KIA는 김도영, 카스트로, 나성범으로 이어진 클린업 트리오가 6안타 2볼넷을 합작하며 삼성 마운드를 사정없이 폭격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차분하게 약점을 짚었다. 그는 1차전 후 "테이블세터가 어떻게 움직여 주느냐에 따라 대량 득점이 나올 수 있다. 오늘은 중심 타선이 터져주면서 초반에 경기를 잡을 수 있었다"라면서도 "테이블세터의 컨디션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짚었다. 이어 "지금은 중심 타선이 잘해주고 있지만, 중심 타선이 힘들어졌을 때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하위 타선이나 1·2번 타순에서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중심 타선이 아닌 다른 쪽에서도 점수가 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라며 득점 루트 다변화를 선결 과제로 꼽았다.
그 우려는 불과 하루 만인 2차전에서 곧바로 수면 위에 드러났다. 이날 KIA 타선은 6안타 3득점에 그치며 상대 선발 후라도 공략에 애를 먹었다. 김도영이 4타수 1안타, 카스트로가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분전했고 나성범이 볼넷을 2개나 골라내며 중심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앞뒤 타선의 연결고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테이블세터 역시 상대 배터리를 흔들지 못했고, 6번 김선빈이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돌아서는 등 하위 타선 역시 침묵을 거듭했다. 대타 김태군과 8번 하주석의 득점이 나왔으나, 중심타선의 폭발력 없이는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2차전 패배 직후 이 감독의 입에서는 1차전과 판박이 같은 진단이 다시 나왔다. 이 감독은 패장 인터뷰에서 "테이블세터를 맡고 있는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해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라면서도 "1, 2번을 어떻게 준비해서 가야 할지가 지금 가장 중요하다. 솔직히 중심타자들을 제외하면 현재 타격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선수들이 없어 고민이 크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 감독은 상대 선발 후라도의 노련미를 인정하면서도 "후라도가 존을 넓게 활용하며 워낙 잘 던졌다. 투수의 제구가 완벽할 때는 타자들이 더 공격적이고 과감하게 덤벼들어야 약점을 깰 수 있는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보니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힘들었다"라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도나스 트리오'의 존재감은 리그 최정상급 화력을 자랑하지만, 단기전 승부에서 클린업 트리오 3명에게만 득점을 의존하는 구조는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상대 벤치가 중심타선을 집중 견제하거나 거르는 승부를 택할 때 공격의 맥은 맥없이 끊길 수밖에 없다.
대구에서 1승 1패를 거두고 광주로 무대를 옮기는 이범호 감독은 "그래도 원정에서 1승 1패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본은 했다고 본다. 지나간 경기는 털어내고, 홈 3차전에 모든 집중을 쏟아붓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1차전의 예고와 2차전의 확인을 거친 이범호 감독이 중심타선 외의 '차가운 침묵'을 깰 어떤 타순 변화 카드를 빼들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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