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태인(26) 마무리 카드. 1차전을 내준 삼성 라이온즈가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내건 승리 전제 조건이었다. 계획대로 승리를 거뒀으나 5점 차 리드에서 원태인을 마무리로 활용했다. 승리에도 한 구석에 석연찮음이 남았다.
박진만(50)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완벽한 투타 조화를 자랑하며 8-3 승리를 거뒀다.
시즌을 2위로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으나 1차전 패배로 한국시리즈 확률이 22.9%(8/35)까지 낮아졌던 삼성이었다. 무조건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전날 단 2안타에 그쳤던 타선이 폭발했다. 0-1로 끌려가던 3회말 박승규의 동점타, 구자욱의 역전타에 이어 르윈 디아즈의 투런 홈런으로 기세를 완전히 가져왔다.

5회에도 2사에서 타선의 집중력이 빛났다. 박승규의 내야 안타로 선발 애덤 올러를 강판시켰고 바뀐 투수 이의리를 상대로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하나를 묶어 1점을 더 추가했다. 6회엔 3안타에 희생플라이까지 더해 더 달아났다.
선발 아리엘 후라도 또한 6⅔이닝 동안 108구를 던져 2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불펜 소모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다만 경기 막판 원태인을 활용한 건 다소 의아했다. 1차전 패배 후 박진만 감독은 원태인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불펜으로 나설 수도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날 경기 전에도 "이기고 있을 때는 무조건 출전시킬 것"이라며 "태인이가 나간다는 것은 오늘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전제하에 출전시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당연히 나간다. 그렇게 되면 선발 로테이션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발 등판을 포기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1승이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 3차전 선발은 최원태로 예정하고 있었다.
물론 무조건 등판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기는 경기라도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다면 굳이 쓸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그 기준이 꼭 세이브 상황이라든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다. 기록을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승리를 지키기 위한 결정으로, 5점 차라도 불안하다면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앞서 가는 상황에서도 6회 2점을 더하고 후라도가 6회 2사까지 소화하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한 것, 7회 1실점한 뒤 곧바로 최형우가 다시 달아나는 솔로포를 날린 건 상당히 의미가 깊어 보였다.
그러나 삼성 벤치는 5점 차 상황에서 9회 원태인을 등판시켰다. '마무리 원태인'의 위력은 상당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9㎞를 찍었고 22구 중 15구를 스트라이크로 뿌렸다. 10구 승부 끝에 김선빈을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체인지업을 통해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운 원태인은 한준수에겐 낮은 코스의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하주석에게도 역시나 체인지업을 던져 3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마치 결과와 상관없이 원태인을 마무리로 낙점해 시리즈에 나선 것 같은 결정이었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2차전을 확실하게 마무리하고 3차전에 임하려고 그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5점 차 이상이었으면 안 냈겠지만 5점 차 이내라서 냈다. 그동안 경기를 많이 하지 않기도 해서 등판시켰다. 원태인 선발 등판 여부는 3차전 끝나고 결정한다. 계속 불펜으로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5점 차에서 원태인을 써야 하는 이유로 100% 납득이 되진 않았다. 마치 당초부터 마무리로 쓸 것을 정하고 시리즈에 나선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원태인은 "감독님께서 직접 마무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1차전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도 똑같이 준비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어 대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 나설 수 있었다는 박진만 감독의 이야기와는 조금 뉘앙스가 달랐다.
경기 후 박 감독은 "원래 시리즈 들어오기 전에 그런 방안이었다"며 애초에 불펜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3차전에 투입을 안 하면 변수가 생기는 것이다. 3차전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 직후 다시 취재진과 만난 원태인은 "넉넉한 점수 차이였긴한데 가을무대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감독님께서도 저를 투입하셨다고 생각했고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마운드 상태부터 시작해 모든 분위기가 선발과 정말 많이 다르더라. 깔끔하게 잘 막았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7회부터 몸을 풀었다. 이미 등판을 위한 준비를 마쳤던 터. 등판하지 않는다고 해도 피로감이 없을 수는 없었다.
이어 향후 보직에 대해선 "아직 계획된 건 없는데 감독님께선 사실 계속 마무리로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기는 하다"며 "3차전 경기 결과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까 3차전에도 대기를 한다고 말씀을 드렸고 결과에 따라 바뀌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태인의 마무리는 분명 효과적이었지만 3차전엔 올 시즌 KIA전 1승 1패 ERA 8.10으로 부진했던 최원태를 내보내야 하고 더 큰 문제는 4차전 선발이었다. 원태인이 등판할 수도 있지만 보직을 오가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만약 또 다른 비장의 카드를 4차전 선발로 낙점해 두고 있었던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유력한 후보는 'KIA 킬러' 장찬희다. 올 시즌 신인 장찬희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KIA전에선 8경기 15이닝 동안 ERA 1.80으로 강했다. 지난 6월 6일엔 선발로 나서 5⅓이닝 2실점(1자책) 호투를 펼쳤고 시즌 막판 지난 6일에도 KIA를 상대로 오랜 만에 선발로 나서 2⅔이닝을 투구했다. 3실점했지만 모두 비자책이었다.
당초부터 원태인을 마무리로 준비시켰고 그 배경에 장찬희가 있었던 것이라면 모든 퍼즐이 풀린다. '5점 차에 왜 원태인을 투입했나'라는 의문은 '원태인을 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결론으로 바뀔 수 있는 전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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