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에 몰린 사자군단을 구하기 위해 '에이스'가 투혼을 불살랐다. 지난 등판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단 사흘만 쉬고 마운드에 오른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30)이 완벽한 설욕투를 펼쳤다.
페덱은 30일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플레이오프 4차전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투구 수는 무려 99개에 달했다.
불과 나흘 전의 악몽을 완벽히 지워낸 호투였다. 지난 26일 대구에서 열린 1차전 당시 페덱은 해럴드 카스트로와 한준수에게 홈런포를 헌납하는 등 4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고개를 떨군 바 있다.
하지만 페덱의 가슴속에는 설욕의 칼날이 번뜩이고 있었다. 페덱은 3차전을 앞두고 "노트에 일기처럼 생각들을 적어 내려가며 잘못된 부분과 고쳐야 할 점들을 정리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많이 정리됐다"며 "KIA를 상대로 올 시즌 3번 붙어 3번 다 졌다. 이젠 사적인 감정으로 맞서야 할 때다. 내가 빠르게 보완해야 할 점들을 고쳐서 다음 등판을 철저히 준비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러한 결의는 4차전 깜짝 선발 등판으로 이어졌다. 경기를 앞두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여러 고민을 거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페덱 본인의 의지였다. 강압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일정이 아니기에 몸 상태를 면밀히 점검했는데, 나가겠다는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면서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의 무게감은 다르다. 페덱 역시 단기전 특유의 분위기와 책임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정해진 투구 수 제한 없이 매 이닝 상태를 체크하겠다는 게 벤치의 복안이었다.
마운드에 오른 페덱은 사흘 휴식의 피로감 따위는 잊은 듯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최고 시속 153km에 달하는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필두로 주무기인 체인지업, 커브, 투심, 컷패스트볼을 적재적소에 섞어 던지며 KIA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날 페덱의 유일한 실점은 4회말에 나왔다. 2사 후 김도영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나성범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1, 2루 위기에 몰렸고, 이어 한준수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1점을 내줬다. 그러나 페덱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후속 타자를 실점 없이 요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백미는 5회말이었다. 2-1로 근소하게 앞선 2사 2, 3루 동점 위기에서 1차전 홈런을 허용했던 천적 카스트로를 마주했다. 페덱은 온 힘을 다해 헛스윙 삼진을 솎아낸 뒤 마운드 위에서 포효하며 결정적인 불을 껐다.
한계 투구 수에 도달한 페덱은 6회말 1사 2, 3루 위기에서 구원 투수 이승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3일 휴식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99개의 공을 던지며 5⅓이닝을 단 1실점으로 막아낸 뒤였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승민이 하주석을 1루 땅볼로 잡은 뒤 김태군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줘 2사 만루 위기에 처했지만, 대타 김호령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페덱의 책임 주자가 홈을 밟지 않으면서 페덱의 자책점은 1점으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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