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의 마무리' 김재윤(36)이 전거근 부상으로 2주 휴식 진단을 받으며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으로 삼성 라이온즈 불펜이 헐거워진 상태에서 우완 이재희(25)가 구원으로 나서 2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삼성은 2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KIA 타이거즈에 6-4로 신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우위를 점하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날 삼성은 선발 최원태가 1⅔이닝 2실짐하며 조기 강판됐다. 좌완 배찬승 이후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재희는 흔들리던 마운드의 중심을 단단히 잡으며 삼성의 승리를 든든히 지탱했다. 가을 축제의 한가운데서 터진 대형 악재 속에서도 삼성 불펜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 위기 속에서 이재희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9월만 해도 박진만 감독이 "최지광, 이재희, 김무신 등은 이번 정규시즌 내에 1군에 돌아오기 쉽지 않다"고 밝혔을 만큼 가을 무대 승선조차 불투명했던 자원이었다. 부상 탓에 정규시즌 출전도 21경기(평균 자책점 2.25)에 그쳤다. 하지만 10월 6일 1군에 복귀해 막판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마침내 생애 첫 가을 무대 엔트리에 승선했다.
등판 순간은 그야말로 숨 막히는 접전이었다. 최원태가 2이닝도 채우지 못했고 두 번째 투수 배찬승이 1⅓이닝 1실점으로 버텼다. 불펜이 조기에 가동된 상황에서 팀이 3-2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4회초, 3번째 투수로 이재희가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가을 데뷔전이라는 중압감 속에서도 투구는 침착했다. 선두타자 김규성을 1루수 땅볼, 김태군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하주석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박재현을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첫 이닝을 매끄럽게 정리했다.
압권은 5회였다. 첫 타자 김호령을 날카로운 3구 삼진으로 솎아낸 뒤, KIA가 자랑하는 중심 타선 '도나스' 트리오를 상대했다. 까다로운 타자 김도영을 상대로는 의도적으로 바깥쪽 변화구 승부를 펼치며 볼넷을 내줬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 해럴드 카스트로를 3루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1-1 볼카운트에서 3구째 꽂아 넣은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 깊숙하게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이어진 나성범 타석에서는 김도영의 2루 도루 시도를 저지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지웠다.
이재희가 4회와 5회, 2이닝을 무실점으로 삭제한 뒤, 6회부터 원태인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재희의 단단한 징검다리 투구가 없었다면 삼성의 6-4 승리는 불가능했다. 평소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롤모델로 삼아 등번호까지 17번을 달고 투구폼을 깊게 연구해 '오타니 판박이'라 불리던 이재희는 이날 마운드에서만큼은 오타니 부럽지 않은 배짱과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해냈다.
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직후 박진만 감독도 극찬과 함께 강한 신뢰를 보냈다. 박 감독은 "이재희가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라 부담이 많이 됐을 텐데 2이닝을 막아줬다"며 "원태가 일찍 내려가면서 불펜을 빨리 가동해야 했던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 앞으로도 불펜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오늘 생겼다"고 박수를 보냈다.
가을야구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투수의 반전 호투가 김재윤의 이탈로 깊어졌던 삼성 벤치의 시름을 단번에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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