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가 12년 만의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정상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리고 이제 삼성의 새로운 '가을 영웅'으로 등극한 사나이가 있다. 바로 '프로 8년 차' 외야수 박승규(26)다.
삼성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KT 위즈를 10-5로 완파했다.
이로써 1차전에서 패한 뒤 3연승의 상승세를 탄 삼성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했다. 삼성은 지난 2014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통산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이날 4차전은 양 팀 합쳐 무려 19개의 사사구가 난무하는 등 다소 어수선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박승규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지난 3차전에서 쐐기 솔로 아치를 그린 박승규는 이날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격,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위를 떨쳤다.
박승규는 팀이 0-1로 뒤진 1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초구에 완벽한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이후 삼성은 구자욱의 볼넷과 르윈 디아즈, 김영웅의 연속 적시타로 순식간에 2-1 역전에 성공한 뒤 계속된 만루 기회에서 김도환이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사실상 삼성이 완벽하게 승기를 잡은 순간이었다.
박승규의 활약은 계속됐다. 삼성이 6-1로 앞선 3회말. 2사 1, 3루 기회. 박승규는 유격수 장준원의 수비를 뚫어내는 타구를 날리며 팀에 추가점을 안겼다. 이어 5회말 2사 1, 2루의 기회에서는 KT 오원석을 상대로 좌측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쳐냈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고, 박승규는 2루에 안착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박승규의 방망이는 7회에도 식지 않았다.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이어 후속 구자욱의 좌중간 2루타 때 홈을 밟았고, 결국 삼성은 10-5 승리를 거뒀다.

박승규는 일산초-덕수중-경기고를 졸업한 뒤 2019년 2차 9라운드 전체 82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입단 계약금은 3000만원. 박승규는 지난해 오른 엄지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올 시즌 주전급 선수로 도약한 박승규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최고의 활약을 해내고 있다. 앞서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도 5경기에 모두 뛰면서 5타점을 기록했다.
사령탑도 그런 박승규를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4차전을 마친 뒤 "포스트시즌 하면 미친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진짜 미친 것 같다. 또 (박)승규의 리액션이 벤치 분위기를 너무나 끌어 올려 주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승규는 4차전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포스트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가졌던 각오가 바로 '미친놈'이 되는 것이었다. 다행히 좋은 쪽으로 미치고 있는 것 같아 지금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안타를 칠 때마다 크게 포효하는 이유에 대해 "일단 제가 흥분을 잘하는 스타일"이라며 "중요한 순간에 적시타를 쳐서 크게 리액션해야 팀 분위기가 확 올라온다. 그렇게 해야 상대 팀의 기세를 완전히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해 더 크게 하는 것도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현재 박승규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었다. 박승규는 "일단 MVP는 결국 팀이 우승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MVP를 향한 욕심보다는, 저는 팀의 우승 욕심이 더 크다. 우승한 뒤 MVP는 (구)자욱이 형이 받았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축 베테랑 선수들뿐만 아니라 박승규라는 젊은 피까지 '가을 해결사'로 거듭나며 투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삼성. 그리고 박승규는 개인 타이틀보다 팀의 승리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지난 4월 22일 대구 SSG 랜더스전 8회말 2사 만루 당시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 하나만 남겨둔 상태에서도 3루까지 내달린 모습처럼. 과연 박승규가 삼성을 12년 만의 정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삼성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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