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시대풍자 개그가 대세인 요즘, 허무개그와 단순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무섭지 아니한 가' 팀이 나타났다. 서남용(34), 허안나(29), 오나미(29), 송영길(29)이 바로 그들. 이들 4명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깨알호흡으로 신선함을 안겨준다. 특히 몇 명은 오랜만의 개그무대 복귀라 더욱 반갑다.
등장인물들은 각각 유령분장을 한 채 자신의 집에 귀신이 있다고 하는 모습은 영화 '식스센스'가 떠오르게 한다. 퇴마사라고 등장한 사람은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보고 놀랄 정도로 허약하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묘한 중독성이 느껴진다. 지난 13일 첫 방송이후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그들과 16일 만났다.

◆ 절박함에서 가진 만남, 반전을 노리며 만들어진 코너
성격이 냉소적인 엄마를 비롯해 얼굴이 고민인 딸, 뚱뚱한 덩치를 갖고 있는 아들, 실제로도 도인 같은 퇴마사까지 등장인물들이 독특하다. 네 사람은 평소 방송에서 자신만의 캐릭터가 확고하다 보니 어떻게 모였는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힘든 점은 없을까.
"원래 하고 있던 코너가 없어져서 모이게 됐어요. 요즘 시사개그가 많다보니 오히려 반대로 단순하게 가려고 했어요. 허안나를 제외하고 다들 외모만 봐도 웃기기 쉬운 사람들이 모였는데 밝은 분위기 보다 진지함 속에서 반전을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
했어요."(송영길)
"'패선 넘버 5'가 이제 막을 내리고 다음 코너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경제적으로 살짝 힘들었죠. 코너는 송영길을 주축으로 컨셉이 만들어졌는데, 처음에 저한테 같이하자고 제의해놓고 연락이 없어서 당황했어요. 계속 재촉하다보니 완성된 틀을 짜고 알려주겠다고 했어요. 엄마 캐릭터를 맡은 저는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모티브로 참고했어요. 그리고 결정적인 건 서남용 선배님의 합류를 하게 되서 냉큼 하겠다고 했죠." (허안나)
"코너 특성상 빨리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천천히 흘러가다보니 자칫 지루해 질 수 있으니까 애드리브를 타이트하게 구성하려고 해요." (송영길)
◆ 일부러 풍자 피해서 나온 단순개그
현재 개그콘서트는 웃음 뿐 만 아니라 사회적인 현실을 깨알같이 녹아내 더욱 사랑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단순허무개그는 호불호가 갈리게 된다. 현재 개그계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일부러 코너를 구성할 때 다들 시사는 피하려고 해요. 워낙 시사와 관련된 기존 코너들이 확고하게 있으니까요. 다만 저희는 시사를 하고 싶어도 잘 모르기도 하고 이미지와 안 어울리는 거 같아요."(허안나)
"시사개그는 박성호 선배님, 최효종 선배님, 황현희 선배님이 하셔야 제일 잘 어울린다고 봐요." (오나미)
"요즘은 다시 '아빠와 아들' 코너처럼 단순한 웃음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영길)

◆ 서남용, 은둔 끝내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다
서남용은 팀에서 가장 연장자이자, KBS 공채기수도 18기로서 제일 높다. 한 때 '사물개그'로 이름을 알리며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어느 순간 개그무대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을까.
"4년 전에는 자신감이 많이 상실한 상태였어요. 성격도 내성적이다 보니 다른 개그맨들을 보면 잘 하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가장 지배적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움츠러들고 자신이 없어져서 방송을 잠시 떠났죠. 그래도 늘 대학로에서 살았어요. 방송을 안하다보니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하면서 살아야 했으니까요. 그러다 올해 들어 송영길이 전화로 '어두운 지하세계에만 있지 말고 나오라고 말했죠." (서남용)
"처음에는 고민 끝에 같이 합류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혼자 개그 짜면서 다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팀이다 보니 제가 달라지고 있는 걸 느껴요. 단합도 되고 서로의 장단점을 평가해주고 그러면서 이 코너를 오래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게 됐죠." (서남용)
"서남용 선배님이 오랜만의 컴백이다 보니 첫 녹화에서 관객 분들이 개그맨이 아니라 조연출 인줄 아는 모습에서 멤버들이 웃었어요. 한날은 김준현 선배님이 도시락을 싸오셨는데 고기반찬 등 종류가 많았는데 샐러드만 드시더니 배부르다고 하시더라고요." (허안나)
"코너에서도 허약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도 도인에 가까우세요. 한 가지 웃긴 일화가 있다면 밥을 거의 일반인과 다르게 드세요. 흔히 보통사람은 세끼, 공부하는 사람은 두 끼, 도인들은 한 끼 먹는다고 하는데 서남용 선배님은 도인처럼 한 끼만 드세요."
(송영길)

◆ 코너를 살린 목각새, 원래 부리는 길었다?
방송 후 주위 반응은 어땠을까. 시청자들은 퇴마사의 머리가 KBS 소품실에 있는 가발로 생각했지만, 사실 서남용의 실제 머리카락이었다. 특히 이들은 퇴마사의 어깨에 놓여 졌던 목각새가 왕이라며 코너에 고정출연시키겠다고 말했다.
"녹화당시에 관객들은 오나미와 송영길이 메인이 앉아있으니 너무 반겨주셨죠. 저야 패션넘버5 때처럼 분장을 해야 알아봐주시는데, 서남용 선배님이 최고 인 게 오랜만에 컴백하시다보니 관객 분들이 개그맨이 아니라 조연출인줄 생각 하신 거 같았어요. 그리고 코너가 나간 뒤 서수민 PD님께서 개인적으로 짧게 한 마디 해주셨는데, '내가 언질을 해줘야 잘 된다'고 하셨어요."(허안나)
"첫 방송 후 주위 반응은 좋았죠. 다만 개인적으로 100% 만족하면서 한 코너는 없기에 앞으로 다 채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죠." (송영길)
"제 주위에서는 웃기다고 난리 났죠. 저도 지난해 '뷰티스쿨' 코너이후 오랜만에 복귀이다 보니 가슴이 뛰었어요."(오나미)
"복귀하니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죠. 예전 신인시절 느낌으로 되돌아가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참 퇴마사의 머리는 가발이 아니고 온전히 제 머리입니다. 녹화할 때 풀고 다녀요." (서남용)
"새는 KBS 소품실에서 구했는데 원래 부리가 엄청나게 길었어요. 그런데 한 번 녹화 하다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아예 부리가 부러졌죠. 다시 접착제로 복구하려고 하니까 나머지 부분이 어디간지 몰라서 그냥 그대로 두고 다시 녹화했죠. 이 새에게 웃긴 점이 있다면 실제로 사람을 쳐다보는 것 같은 눈을 갖고 있어요. 저도 대사연습하면서 깜짝 놀라죠. 새가 왕이라 고정출연 시킬까도 고민 중이에요." (허안나)

◆ 기가 세지 않아요~ 우리도 연애하게 해주세요!
팀의 여성멤버 오나미와 허안나는 올해 29살이다. 어느덧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개그계를 대표하는 솔로들이다. 방송에서 못난이 콘셉트와 달리 실물이 아름답다. 방송활동과 개그욕심도 좋지만 이제 한 남자의 여인이 되고 싶지 않을까.
"저 실물 보시고 예쁘다고 해주시는 분들 많아요, 정말 남자친구 생기면 공개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개그우먼은 매력만 느끼고 친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기도 안세니까 연애해보고 싶어요." (오나미)
"오나미 경우는 쉽게 짝사랑하고 상대가 바뀌어요. 그래서 동료들은 그녀를 향해 인스턴트 사랑을 한다고 하죠. 저 같은 경우는 최근에 친구에게 소개팅 제의가 왔는데 상대분이 모든 면에서 엄친아였어요. 상대분은 제 사진을 보시고는 좋아하시다가 '이름이 뭔데' 라고 문자 보내셨죠. 친구가 솔직하게 허안나라고 밝혔어요. 그리고 답문이 없으셨어요. 저도 뭐 아쉬울 거 없고, 친구도 미안해해서 접고 있었는데, 그 분이 한참 시간이 지나고 '허안나 재밌겠다 술이나 먹자'라고 하셨어요. 그 문자 얘기를 듣고 조금 허탈했는데 사실 이런 경우 많아요." (허안나)
"남자 멤버들도 물어봐주세요. 영길이는 노코멘트고 저도 여자친구 없는데 한번 사귀어 보고 싶습니다. 이상형은 얼굴만을 떠나서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분입니다." (서남용)

◆ 영화가 멜로만 있다면 재미없지 않을까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들은 뼛속까지 웃음을 선사하는 유전자가 있음을 느끼게 됐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개그철학을 밝히며 진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회가 유독 개그맨에게 엄격한 기준을 갖고 바라보는 시간에 한 번 더 웃어주시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무섭지 아니한 가' 코너가 장수코너가 됐으면 좋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은 방송이 첫 주가 나갔지만, 앞으로 더 코믹하게 구성해서 안방극장에 찾아가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오랜만의 복귀이지만 1년 넘게 할 수 있는 코너 만들겠습니다."(오나미)
"개그맨들은 같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승부욕이 있다거나 암투를 그리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다들 시청자들만 생각하고 순수하다보니 진심어린 응원해주시면 더욱 힘이 납니다. 아참 비방댓글 다시는 분들! 제가 다 기억하고 있어요." (허안나)
"첫 방송 하고 게시판에 옛날에 비슷한 코너 있지 않았냐는 글을 봤습니다. 사실 개그는 참신함도 있지만, 힘들게 비판하시는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즐겁게 웃으신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송영길)
"영화에도 멜로, SF등 종류가 다양하듯이 개그에도 장르가 많습니다. 개그콘서트가 1번부터 12번까지 모두 다 시사적인 내용만 있다면 재미가 있을까요. 단순허무개그도 하나의 장르로서 봐주시고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세요. 녹화를 할 때 관객들의 반응이 제일 좋지만 사실 무대를 내려오면 다음 주 방송 생각하는 막막함에 힘들 때도 있습니다. 앞으로 코너가 더 발전되면 재밌어 질 겁니다. 맹목적인 질타보다 충고 해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서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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