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MBC가 지난 15일 긴급 편성해 방송한 '특집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이 화제다. 김현희가 누군가.1987년 11월 29일 115명 탑승객 전원이 숨진 KAL 858기를 폭파 사건 주범으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가 1990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인물이다.
이날 방송에서 김현희와 진행자 신동호 아나운서는 사건 당시의 정황과 이후 수사과정을 되짚는 한편 인간 김현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곁들였다. 무엇보다 2003년 가짜 김현희 소동을 되짚으며 그녀가 KAL 폭파의 진범이 맞다고 거듭 입증하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 그녀는 분개했다. "그럼 북한은 억울한 누명을 쓴 나라입니까. 대한민국은 자작극을 한 겁니까." 그럴 리가. 그래서야 되겠나.
그러나 그녀의 '스타성'을 차치하고, '특별대담'이라는 타이틀로 드라마틱한 당일 편성 끝에 전파를 탄 이날의 이야기는 사실 새로울 게 없었다. 구성이며 내용은 김현희가 6개월 전 출연한 TV조선 '최박의 시사토크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KAL 폭파가 북파공작원이 벌인 테러라는 1987년 당시 안기부 수사 결과 역시 2007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거듭 확인한 바다.
되짚어보건대, 이날 방송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아이러니'가 아니었을까. 자신이 저지른 테러를 입증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자신을 살려준 이유이자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라는 여인의 삶 자체가 아이러니였다. 물론 이날의 아이러니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새로울 것 없는 25년전 이야기를 갑자기 특별히 다시 보는 아이러니, 토크쇼나 다름없는 배려 돋는 테러범 대담을 지상파에서 밤 11시대에 100분간 보는 아이러니, 범인이 자신이 범인임을 의심하는데 격분하는 아이러니, 테러범이 10년전 소동이 자신에게 '일종의 테러행위'였다고 고백하는 아이러니, 10년전 'PD수첩'이 틀렸다는 MBC의 두번째 '셀프빅엿'을 'PD수첩' 시간대에 목격하는 아이러니! 그녀의 삶도, 이날의 방송도 참으로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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