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물어주고 싶은 다섯 꼬맹이와 공감백배 다섯 아빠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마저 따뜻해진다. MBC '일밤' '아빠 어디가' 얘기다.
이달 초 첫 방송한 '아빠 어디가'는 2회 연속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며 일요일 예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3회는 8.2%의 전국일일시청률을 기록했다. 한 주 전보다 1.0%포인트 시청률이 상승했다. 비록 3사 예능 프로그램 중 꼴찌지만 그간 4~5%의 수모를 겪은 '일밤'의 종전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대단한 선전이다.
MBC가 '놀러와', '엄마가 뭐길래', '최강연승 퀴즈쇼Q' 등을 연이어 폐지시킨 와중에 '나는 가수다2' 후속으로 선보인 '아빠 어디가'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출발했다. 어딘가 어색한 아빠들과 아이들의 1박2일 여행기를 담는 부자-부녀 버라이어티는 KBS의 '1박2일'에 SBS의 '붕어빵'을 더한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깨물어주고 싶은 매력 덩어리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9~6살 말썽꾸러기 아이들과 아빠들의 1박2일은 어떤 버라이어티보다 다아내믹하고 깜찍한 모습이다. 어떻게 저렇게 모았는지, 어느 하나 겹치는 캐릭터가 없는 아빠들과 아이들의 매력도 발군. 방송 첫 회부터 드러난 캐릭터가 3회만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육아 지식은 많지만 배운 대로 잘 안 되는 아빠 김성주와 의젓한 울보 큰형 민국, 철부지 젊은 아빠 윤민수와 씩씩한 로맨티스트 윤후, 방임형 아빠 이종혁과 4차원 개구쟁이 준수, 엄격한 무서운 아빠 성동일과 의젓한 준, 그리고 딸바보 송종국과 홍일점 귀염둥이 지아. 일단 아빠들보다 캐릭터 강한 아이들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일등공신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잠자리, 먹거리 해결이 문제긴 해도, MT 떠난 선후배 느낌이 물씬 나는 '1박2일'과 엄마 없는 하루를 보내는 아빠와 자녀가 등장하는 '아빠 어디가'는 기본적인 톤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연예인 아빠와 아이가 나오지만, 아이들의 눈으로 본 연예인 엄마 아빠의 적나라한 실상 폭로가 이어지는 '붕어빵'과도 완전히 다르다.
의젓해 보이던 아들도 '으앙' 눈물을 흘릴 수 있고, 뭐든 능숙해보이던 아빠도 끼니 하나를 해결 못 해 허둥지둥한다는 걸 '아빠 어디가'는 조용히 드러내 보인다. 그리고 함께 보낼 시간이 없었던 아빠와 아이들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어쩔 수 없이 육아와 교육을 엄마에게 맡겨 온 평범한 아빠들의 모습이 겹치는 건 당연지사. 여기에 다섯 깜찍이들의 티없는 모습까지 더해지니 빵 터지는 한 방이 없어도 즐겁다. 시청자들까지도 절로 '아빠미소' '엄마미소'를 짓게 하면서 '공감 예능', '힐링 예능'이란 찬사를 얻는 이유다.
급조한 짬뽕 예능인 줄 알았던 분들, 다들 틀렸다. '아빠 어디가'는 MBC 예능,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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