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핫 아이콘 가운데 배우 김광규(46)를 빼놓을 수 없다. 김광규는 친근한 외모와 우리네 막내 삼촌과 같은 푸근함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일주일 가운데 절반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김광규는 지난 1999년 영화 '닥터K'로 데뷔, MBC '환상의 커플' 공실장 역, MBC '크크섬의 비밀' 김과장 역, KBS 2TV '성균관 스캔들' 책방주인 황가 역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감초배우로 거듭났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KBS 2TV '직장의 신'부터 MBC '나 혼자 산다'까지 방송 분야와 방송사를 넘나들며 국민 '혼자남'으로 등극했다. 인터뷰를 위해 직접 만난 김광규에게 TV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라이프스타일, 연애, 국민배우 이론까지 솔직담백하게 들을 수 있었다. 세 가지 키워드로 알아보는 김광규.

키워드 1. '나 혼자 산다'
데뷔 14년차 김광규에게 2013년은 제2의 전성기가 됐다. 예전에는 길거리를 지나가면 10명 중 2~3명이 알아봤다면 이제는 절반이 넘는 인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에도 20대들이 김광규를 알아보며 격하게 맞이했다. ·
"체력적으로 조금은 지쳤지만 제가 언제 일주일 내내 바쁘게 살아 보겠어요. 정말 바쁘게 살아보고 싶은 소원이 성취됐는데 신기한 건 세상은 모든 것을 다 주진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소원을 얻은 대신 체력이 지치네요.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방송 하고 있어요. 스트레스 해소요? 나이가 드니까 사우나가 최고에요."
'나 혼자 산다'는 올해 설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정규로 안착했다. 1인가구의 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낸 것이 인기요인이 됐다. 출연배우들도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를 반신반의했던 상황 속에서 무사히 순항 중이다. 득과 실도 있었다. 초반에는 사생활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부담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좋은 점이 있다면 저를 친근하게 봐주신다는 것과 현장에서 동료들이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에요. 김광규라는 사람이 살아 있음을 알릴 수 있으니까 좋아요. 불편한 점은 아무래도 사생활인데 사소한 것에도 조심스러워져요. 주로 집에서 촬영하다보면 생리현상도 3번 중에 2번은 참네요. 하하"
'나 혼자 산다'를 통해 3040세대 남성들의 진솔한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하면서 프로그램 내 멤버들을 뜻하는 무지개 회원 자리를 탐내는 선후배들도 많아졌다.
"방송이 잘 되다보니 들어오고 싶은 사람도 많아졌어요. 그런데 주변에 혼자 사는 남자 중에 인지도가 크게 높은 사람들은 별로 없네요. 그 중에서 혼자 사는 지인들을 꼽자면 '금 나와라 뚝딱'에 같이 출연 중인 후배 박서준이 무지개를 탐내요. 대놓고 들어오고 싶다고 표현해요. '추적자'의 조재윤도 저의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김광규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열혈 홈쇼핑 마니아로 등장했다. 그에게 요즘도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는지 물으니 예전보다는 빈도가 줄었다고 밝혔다.
"스케줄이 많아지다 보니 홈쇼핑 구매를 자주 못했지만 종종 애청하고 있어요. 요즘 사고 싶은 건 집에 사과가 없어서 눈독들이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핫도그도 구매했어요. 혼자 있다 보니 먹을 거 위주로 많이 사요."
키워드2.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김광규에게 있어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이었음에도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라는 부산사투리 명대사를 남겼다. 한동안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모든 타입의 학교 선생님 역을 연기했다.
"어느 순간 내가 선생님 역할만 하다 끝나지 않을까 싶어서 한동안 제의를 거절했어요. 당시에는 조금 생활이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인물을 연기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멜로를 해보고 싶어요. 이병헌, 정우성씨의 외모도 아니고 대머리 노총각이지만 이런 나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
'친구'에서의 명대사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는 지금의 김광규를 있게 했고 그의 무명생활을 한 방에 날렸던 대사다. 분명 지겨울 법 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말이 됐다. 기운이 떨어지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기운을 내게 하는 주문이 됐다. 그가 밤에 달을 보면서 대사를 외칠 때면 기적처럼 작품출연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팬들이 저한테 '느그 아버지 해주세요'라고 해요. 절대 귀찮지도 질리지도 않아요. 전 고생을 많이 하고 산 사람이기 때문에 요청이 감사해요. 오늘도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해달라고 해서 볼을 잡아줬어요. 그럴 때 마다 살아있음을 느껴요. 재밌는 부분은 주로 당하는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김광규는 올해 지상파 3사의 대표작에 출연하며 흥행대열에 합류했다. KBS 2TV '직장의 신'에서는 특별출연, 현재 MBC '금 나와라 뚝딱'에서는 효자 정병달,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판사 김공숙 역을 연기 중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것. 그 중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서는 판사의 지엄한 이미지가 아닌 친근함을 내세웠다.
"최근 김공숙 캐릭터의 롤모델이 된 판사님을 직접 만났는데 정말 옆집 아저씨 같은 분이에요. 그 분이 저에게 '사람 다 똑같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아요. 판사님들도 더위에는 법관복 때문에 갖은 고생을 한대요. 저도 가끔 촬영하다보면 더워서 법관복을 벗어 버리고 싶을 때가 많아서 공감이 가요."

키워드3. 40대 미혼남의 결혼, 미래
무지개 멤버 가운데 유부남인 김태원. 이성재를 제외하고 데프콘, 김광규, 강타가 솔로남이다. 서로가 4개월 동안 봐오면서 각자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파악했을 터. 이들 중 누가 먼저 결혼에 골인할까.
"데프콘? 데프콘이 가끔 저에게 결혼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을 보면 의외로 먼저 장가를 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 친구는 여자에 대해서 절대 이야기를 안 해요. 자기는 천천히 가도 된다고 하는데 그 말에서 자신감이 느껴졌어요."
김광규는 연예계 대표 노총각 배우로도 알려졌을 만큼 솔로로 지내고 있다. 결혼과 연애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얼른 자신의 반쪽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다. 40대 중반 남자의 솔직한 이상형이 궁금했다.
"제 이상형은 책임감 있고 존경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이는 띠 동갑만 안 넘기려고 해요. 눈이 높은 거 아니냐고들 하는데 눈이 높다는 기준은 참 애매한 것 같아요."

김광규는 10년 전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자 겸손함으로 표현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국민배우론인 가볍게, 만만하게, 친근하게를 유지하며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음지에서 활동 중인 팬들에게 10년 뒤에는 미중년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제 휴대전화기에 신입 무지개 회원인 강타씨의 번호가 있을 거라고는 10년 전엔 상상도 못했어요. 그렇다면 10년 후에는 집을 샀을 것 같아요. 그리고 멋진 중년이 되고 싶어요. 머리숱은 지금보다 더 빠져 있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그때도 전 가볍고 만만하고 친근한 배우가 되어 있을 거라 믿어요. 제가 생각하는 국민배우의 필요한 조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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