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기자협회가 길환영 KBS 사장이 공식 보고 계통이 아닌 별도의 비선(秘線) 라인을 통해 보도국을 사찰, 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 기자협회는 21일 "KBS 기자협회 내 '보도 개입 의혹 진상조사팀'은 제작거부 사흘째인 오늘(21일), 길 사장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뉴스9' 가편집 큐시트와 보도국 내 현안 등 정보사항을 보고받았음을 시사하는 물증을 확보해 공개했다"고 했다.
KBS 기자협회는 "확보한 '보도본부 내 디지털뉴스국의 팩스 송신 내역'(사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 50분 쯤, 디지털뉴스국 팩스를 통해 '뉴스9' 큐시트 한 장이 사장실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했다.
KBS 기자협회는 "앞서 지난 16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이른바 '2차 폭로'를 통해 '매일 오후 4시 경, 그날의 뉴스9 큐시트를 사장에게 보냈다'고 증언했으며, 길환영 사장 역시 이 사실을 인정했다. 이것만으로도 길 사장이 보도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길 사장이 더 나아가, 공식 보고 이전에 별도의 채널을 통해 보도국 내 9시 뉴스의 아이템 선정 과정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봤을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라고 했다.
KBS 기자협회는 "특히 디지털뉴스국의 지난 28일치(4월 17일~5월 15일) 팩스 기록에는 문제의 뉴스9 가편집 큐시트를 포함해 모두 12건의 송신 내역이 확인됐다"라며 "시간대는 대부분 보도본부 수뇌부와 부장단의 아침 편집회의가 끝난 오전 11시30분부터 12시 사이였다"고 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보도국 간부들은 '이전에도 보고한 적도 없는 사실을 길 사장이 이미 자세히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편집회의에서의 발언이 고스란히 사장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정황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는 "진상조사팀의 해명 요청에 대해 디지털뉴스국 소속 모 인사는 '보도국의 공식 지휘라인을 무시하고 사장에게 큐시트를 보내거나 정기적으로 보고한 적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다만, '보도국 현안에 대해 사장에게 조언을 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KBS 기자협회는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인 길환영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해명을 듣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길 사장에게 공식적으로 해명을 요청하고, 디지털뉴스국으로부터 사장실에 건네진 자료의 실체를 규명해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문완식 기자munwansik@mt.co.kr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