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한 작가의 '압구정백야'에서 박하나의 자살이 암시됐다. 이에 '임성한의 데스노트가 시작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찬찬히 뜯어볼 일이다.
지난 29일 방송된 MBC '압구정백야'에서는 여주인공 백야(박하나)가 자살을 기도했음이 암시됐다. 이미 알려진 전개였다.
화엄(강은탁 분)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은탁의 할머니 단실(정혜선 분)으로부터 화엄을 떠나 외국으로 가라는 부탁을 받은 백야는 작심하고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백야는 단실의 약속에 따라 공항으로 가는 대신 속초 바닷가로 떠났다. 이미 연인 화엄에게 밥을 해주며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미워 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상태. 바다를 바라보는 백야의 모습이 등장한 것도 잠시, 죽은 백야의 전남편 동생인 지아(황정서 분)가 뜻밖의 전화를 받는 장면으로 전환됐다. 백야의 전화기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으나 낯선 남자가 "이 전화기의 주인이 사망한 것 같다. 아가씨인데 바다에 투신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혼절하고 말았다.
극적인 전개를 즐겨 선보이는 임성한 작가는 전작에서 극중 사망하는 등장인물을 종종 묘사해 왔다. 특히 전작인 MBC 일일극 '오로라공주'를 통해 이를 비꼬는 '임성한의 데스노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전소민이 맡은 주인공 오로라의 아버지를 비롯해 애견까지 죽음을 맞고, 중견 연기자들이 도중 하차하며 생긴 별명이었다.
'데스노트'란 비아냥은 이번 '압구정백야'까지 이어지고 있다. 백야의 오빠(심형탁 분)가 교통사고로 초반 사망하고, 백야의 남편인 조나단(김민수 분)가 중반 비명횡사하자 '데스노트'란 해석이 기다렸다는 듯 등장했다. 그러나 '압구정백야'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백야의 복수극이자, 갖은 역경 속에 이뤄진 백야와 화엄의 러브스토리다. 두 중심축을 감안한 예정된 전개였음에도 비난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 방송에서 백야의 자살 기도가 묘사되자 또 '임성한의 데스노트'라고 야단이 났다. 그러나 드라마는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남편을 허무하게 잃고, 새 연인과의 사랑마저 마음대로 반대에 부딪친 백야의 기구한 처지는 반복해 처연하게 그려져 왔다. 작가 입맛대로 갑자기 벌어진 사건이나 개연성 없는 자극적 묘사는 아닌 셈이다.
과연 드라마에서 인물의 자살을 자주 묘사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논의와는 별개다. 중심 인물의 자살 기도를 묘사한 드라마는 이전에도 상당했다. 더욱이 '압구정백야'는 자살 기도 장면을 직접 묘사하는 대신 대사로 처리하며 나름의 신경을 기울인 모습이다.
비상식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홀리는 막장드라마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임 작가가 막장 드라마의 대표 작가로 쉽게 일컬어지는 탓에 필요하지 않은 비난, 비아냥거림까지 쏟아지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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