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앗, 또 지나쳤네."
걸그룹 피에스타 매니저는 스케줄 이동 중 고속도로를 돌아간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했다. 길을 몰라서가 아니다. 차오루의 쉼 없는 입담에 맞장구를 쳐주다 나들목을 지나쳐 버린 것. 차오루는 "제가 말이 많기는 많은 것 같다"며 웃었다.
차오루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 거침없는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다. '가나다라'를 거꾸로 빠르게 외워 놀라게 했고, MC 김구라에게 "바보야"라고 하는 등 '겁 없는' 멘트로 웃음을 안겼다. 또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묘족' 출신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방송 직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차오루를 만났다. 기자에게 차오루 인터뷰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 당시 새 앨범 발매 당시 피에스타 멤버들 전체를 인터뷰했는데 당시에도 차오루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가 흥미롭게 느껴졌었다. 피에스타는 그때 "피에스타란 이름이 꼭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9개월이 흘렀고, 예지가 엠넷 '언프리티랩스타'를 통해 이름을 크게 알렸고, 차오루 역시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이번에 '라디오스타'로 홈런을 쳤다.
9개월 만에 만난 차오루의 한국어는 여전했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외국인 한국어' 느낌은 아니다. 뭔가 정겹고, 뭔가 진솔하게 느껴진다. 가장 중요한 건 열심히 하려 한다는 것. 어떤 질문에도 진심을 다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뜻이 어색하게 전달된 것 같으면 또 설명한다. 차오루는 1시간의 인터뷰 동안 정말 쉬지 않고 얘기를 이어갔다.
피에스타는 이번에 꿈 하나를 이뤘다. 바로 중국 진출이다. 중국인 멤버가 있음에도 데뷔 4년 동안 중국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피에스타는 오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현지 팬미팅 행사를 연다. 중국인 차오루에게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묘족 소녀 차오루 "한국어, 중국어, 후난 사투리 2개..4개 국어 가능"
"중국은 처음이에요. 떨려요. 정말 열심히 해서 예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리 예쁜 동생들 중국분들에게 더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하나 아쉬운 게 중국 학생들이 요즘 시험기간이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친구들이 못 와서 아쉬워요."
차오루는 이번 행사에서 중국인 MC를 도와 통역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 스스로는 '4개 국어'를 할 줄 안다고 했다.
"고향은 후난성(호남성)이에요. 사투리를 쓰죠. 근데 학교에서는 표준어(베이징어)를 배웠어요. 엄마, 아빠는 같은 후난성 출신인데 엄마는 후난성 북서부 장자제(張家界), 아빠는 후난성 서부 샹시(湘西)라 또 말이 조금 달라요. 제 이름 차오루도 표준어로는 차오루인데, 엄마는 철루, 아빠는 줘루 식으로 발음이 다르니까요. 부부니까 이제는 말이 서로 섞여 있죠. 저는 두 사투리 모두를 알고요. 그 덕에 저는 한국어, 베이징어, 후난 사투리 2개를 할 수 있으니 4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셈이죠. 하하."
차오루는 묘족(苗族 , Miao) 출신이다. 중국 56개 민족 중 하나로, 총인구는 894만명 정도다. 인구수로는 소수민족 중 4위 정도다.
"묘족 출신 한국 활동 연예인은 아마 저 1명일 거예요. 중국어로는 '먀오주'라고 하는데 한족 출신들은 많이 봤는데 묘족은 아직 못 봤어요.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같이 놀 수 있으니까요(웃음)."

◆차오루, 꿈을 안고 한국으로
차오루를 우리식 한자로 쓰면 '조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조조(曹操)와 동성이다. 로는 아름다울 옥 로 자를 쓴다. 어릴 적 후난성에 살다 고교시절 베이징으로 이사해 예술고등학교를 다녔다. 고교 시절 가수로 데뷔, 가수로 1년 정도 활동했다. 이때 CCTV 신인상을 받는 등 나름 기대주로 꼽혔다. 그러다 관뒀다. 부모님이 "너는 어리니까 지금은 공부를 하는 게 맞다. 연예활동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얘기해 이 착한 장녀는 부모님의 말을 따랐다. 당시 중국에서 활동하던 장나라와 같은 소속사였는데 장나라를 통해 한국의 중앙대를 알게 됐고,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좋아했던 것도 한국으로 유학 온 이유 중 하나였어요."
차오루는 지난 2006년 8월 31일 한국에 왔다. 차오루는 "피에스타가 2012년 8월 31일 데뷔했는데 날짜가 같은 걸 보니 운명인가 보다"라며 웃었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 게 한국어 배우기였다. 어학원에 입학해 '무려' 2년간 수업을 들었다.
"한국에 오기 전 알고 있는 한국어라고는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사랑해요. 오빠, 언니 정도였어요. 보통 친구들은 1년이면 어학원을 마치던데 저는 2년 동안 연수받았어요. 머리가 안 좋은가 봐요(웃음). 처음 3개월은 정말 '빡세게' 배웠어요. 오전, 오후반이 있었는데 둘 다 들으며 하루 8시간을 공부했어요. 쇼핑할 때도 틀려도 막 한국어를 썼어요. 저는 얼굴에 철판을 깔아서 한국어 틀리는 데 부끄러움이 없거든요. 밤에 잘 때는 한국 드라마를 틀어놓고 잤고요."

◆차오루의 한국어 배우기.."어학원 2년, 대학은 아직 휴학중"
올해로 10년 한국어 공부인데 스스로 많이 아쉽다고 했다.
"한국어 발음이 정말 힘들어요. 10년 치고는 너무 못하죠. 제 혀가 고집이 있나봐요. 계속 발음을 고쳐도 돌아서면 또 틀려요. 머리속에는 있는데 잘 안돼요. 요즘 속담도 공부하고 단어도 공부해요. 노래 녹음할 때도 발음을 연습하고요. 단어도 그렇지만 저는 형용사도 어려워요. 똑같은 것 같은데 '섭섭하고'와 '시원섭섭하고'의 구별을 잘 못하겠어요(웃음)."
한국어가 힘들다고 했지만 앞서 '라디오스타' 얘기에서 언급했듯 차오루의 한국어는 나름 수준급이다. 차오루는 그러나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저도 봤어요. 피디님하고 작가님이 너무 편집을 잘해주셨어요. CG(컴퓨터그래픽)도 너무 재미있게 잘해주셨고요. 편집발, CG발인 것 같아요(웃음). (김)구라 선배님도 잘 받아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더 웃음, 해피바이러스를 드렸으면 좋겠어요. 저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화제의 '가나다' 역순 말하기는 어떻게 나온 걸까.
"옛날에 어학원 다닐 때 '가나다'를 외워야 했어요. 저는 그걸 거꾸로 외웠죠. 제가 평소에 이상한 거 신기한 걸 많이 하는 편이라서요. 걸그룹 데뷔하면서 개인기도 준비해야 해서 옛날에 이런 거를 했는데 개인기가 될 수 있나 물어봤더니 재미있어 하시길래 준비했죠(웃음). 어렸을 때 중국에서 연기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비슷한 걸 한 적이 있어서 어렵지는 않았어요."
차오루는 아직 학생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휴학 중인데 졸업을 언제 할지는 미지수다. 활동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려면 유학생 비자여야 하는데 가수 활동은 유학생 비자로는 할 수 없다. 둘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결국 학교 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 언젠가는 학교를 졸업해야 하는데 큰일 났어요. 1년 반만 다니면 졸업인데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착한 딸 차오루, "30년만에 부모님 웨딩사진 찍어드려"
차오루는 한국에 온 지 8년 되던 지난 2013년 부모님을 한국에 모셔와 웨딩사진을 찍어드렸다. 그의 부모님은 30년 전 결혼 당시 예복을 입고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했다. 그걸 '착한 딸' 차오루가 해드린 것.
"제가 나이도 많이 먹었는데 부모님께 효도를 못하잖아요. 제 헤어 메이크업을 담당해주는 언니가 고맙게도 도와주셨어요. 사진 작가님도 연결해주시고요. 아빠 엄마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결혼하실 때 사진을 못 찍으셨거든요. 엄마는 그날 생전 처음으로 화장을 해보셨어요. 평소에 화장을 안하셔서 그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예뻤어요."
인터뷰 내내 명랑 소녀 같던 차오루는 부모님 얘기를 할 때는 숙연해졌다.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한국에 와서 10년간 활동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 덕이에요. 부모님도 큰딸이 얼마나 보고 싶으시겠어요. 하지만 제가 꿈이 있으니까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하시죠. 부모님은 내 딸이 꿈이 있는데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이해라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아빠는 늘 말씀하세요. 아빠 엄마는 너를 위해 도와줄 수 없어서 안타깝다. 네가 할 수 있는 것 다하고 걱정 하지 말아라. 아빠가 엄마를 잘 챙길테니 시간 있을 때 올 수 있으면 오고 바쁘면 영상통화 하자고 하시는데 울컥했어요. 정말 고맙죠. 부모님이 이해를 안해주시면 제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은데 계속 응원해주시고 이해해주셔서 고마워요."
부모님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차오루에 따르면 그녀의 미모는 부모 모두에게서 물려받았다.
"아빠는 젊었을 때 정말 꽃미남이었어요. 예전 사진 보면 배우 못지않게 잘 생기셨어요. 제가 입술은 엄마를 닮고 다른 데는 아빠를 닮았어요. 아빠는 '머리통'이 진짜 작아요. 엄마는 살이 쪘는데 웃음이 예쁘죠. 사람을 녹이는 미소를 갖고 있어요. 제가 봐도 그 미소에 녹아요. 누구 닮았냐고요? 아빠와 있으면 따님이 아빠 닮았다고 하고, 엄마와 있으면 또 엄마를 닮았대요. 부모님 모두와 있으면 부모님 다 닮았다고 하고."

◆차오루의 사생활.."연애? '밀당' 너무 힘들어요."
차오루의 인터뷰는 사실 신년맞이 한복인터뷰로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소속사에서 그녀가 묘족 출신이라 한복을 입을 경우 민족 감정이 나빠질 수 있을 것이라 걱정했고, 결국 한복인터뷰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데 차오루의 말은 달랐다.
"그런 것 없어요. 한복 입어도 돼요. 저 한복 인터뷰 한 번 한 적 있어요. 하하."
10년을 한국에 살면서 한국 음식도 곧잘 하게 됐다.
"저 '차장금'이에요. 요리 잘해요. 김치찌개, 된장찌개, 떡볶이, 김치볶음밥...그리고 불고기도 만들 줄 알아요. 거의 다 맛있게 만드는 편이죠. 요즘에는 고추잡채를 자주 만들어요. 쉬는 날에 일찍 일어나면 밥상 차려서 멤버들 다 깨워서 밥 먹여요. 애들도 되게 좋아해요. 요리 맛있다고. 진짜 맛이어서 그런지 자주 해주길 원해서인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 '연애'를 안 물어볼 수 없다.
"남자 친구는 없어요. 사귀고 싶어요. 한국에서 학교 다니면서 '썸'은 있었어요(웃음). 옛날에 중국에 있을 때 남자 친구를 사귄 적이 있는데, 저 정말 잘해줬거든요. 그런데 몇 개월 사귀다 차였어요. 친구들이 그랬어요. 너 너무 착하게 모든 걸 다해준다고. 그러면 재미가 없다고. 여자는 적당히 '밀당'(밀고 당기기)을 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제가 아는 언니 동생들에게 '밀당'해야한다고 막 말하고 다녔어요. 근데 저는 중간이 없더라고요. 계속 밀기만 하고 당기질 못해요. 그랬더니 남자들이 자꾸 도망가더라고요. 이제는 사람들 얘기 안듣고 저 하고 싶은대로 하려고 해요. 하하."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고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죠."
"결혼에 대해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한국 사람과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저는 저한테 잘해주고 자상한 남자면 어디 사람이든 다 괜찮아요. 국적은 조건 안에 안들어가요."
◆차오루의 꿈.."소원은 오직 하나, 피에스타가 1위 하는 것"
내년이면 서른 살이 되는 차오루에게 달라지는 게 있는지 물었다.
"얼마 안 있으면 서른 살인데 더 빨리 달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연기에 대한 관심도 많아요. 원래 연기전공을 했으니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연기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이건 둘째 목표고 첫째는 피에스타가 1위하는 거예요. 2012년 데뷔 때부터 계속 꿈꿨던 소원이에요. 음악방송에서 1위 하는 거요. 그런데 벌써 5년이지 시간 참 빨라요."
예능 도전도 계속할 예정이다.
"예능에 출연해도 숨기는 건 아마 없을 거예요. 막 있는 대로 보여드릴 거예요. 앞으로 더 개발해야 할 게 많아요.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이 생각도 해야죠. 계속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어요. '가나다' 거꾸로 외우는 것 같은 개인기도 또 개발하고요. 아직은 뇌가 싱싱하거든요(웃음)."
인터뷰 말미 슬쩍 '복면가왕'에 한 번 도전해보라고 했다.
"하하하. 발음 때문에 (김)구라 오빠가 딱 '차오루다!'고 얘기할걸요. '복면가왕'은 한 30년쯤 더 열심히 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더 정확한 발음으로 여러분들하고 교류하고 싶어요. 혹시라도 제가 말실수를 하면 이해해주세요.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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