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보복운전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최민수(57)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9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재판부는 특수협박과 특수재물손괴, 모욕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최민수의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최민수를 비롯해 상대 운전자, 당시 사고 목격자, 수사 경찰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민수는 지난해 9월 17일 오후 1시께 서울 여의도 한 도로에서 앞서 가던 차량을 앞지른 뒤 급정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최민수는 상대 운전자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모욕적인 언행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민수 측은 지난 1차 공판에서 "피해자가 먼저 접촉사고를 일으킨 뒤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다. 안전조치를 요구하기 위해 쫓아가다 벌어진 일"이라면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2차 공판에선 최민수가 손가락 욕설을 한 것과 피해자 측에서 사고 당시 "연예인 생활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날 최민수는 이전에 덥수룩하게 길렀던 수염을 말끔하게 밀고 파란 셔츠에 체크바지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아내 강주은이 그를 따라 나섰다. 이 가운데 최민수는 지난 공판처럼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재판에 임했다. 최민수는 "국내외로 어지러운 시기에 좋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하다"고 입을 열었다.
"보복운전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질문에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깔끔하게 (사건이) 정리됐으면 좋겠다. 일반인에게 흔할 수 있는 일인데 제 직업 때문에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스스로 안타까움을 보였다.
공판 진행에 앞서 검사는 "일반인 피해자가 공개재판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다시는 피고인을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비공개 재판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판사는 "심리적 부담이 있다고 하면 사필서를 제출해서 심리를 받는 걸로 하겠다"며 일부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 상대 운전자의 신문은 공개되지 않지만, 증인 신문은 공개됐다.
수사 경찰관은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와 함께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 기록을 확인했다. 2018년 9월 최민수의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은 당시 사건 경위에 대해 "피해자로부터 '최민수에게 보복 운전을 당했다'는 얘길 듣고 진술을 하라고 말했다"며 "사고 당일 영상 확인을 위해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 하라고 했다. 영상을 확인해 보니 차량이 앞지른 것을 봤다"고 밝혔다.

검사는 "증인이 블랙박스 SD카드를 뺀 것이 맞냐"고 물었고, 경찰관은 "맞다"고 답했다. 경찰관은 "피해자 진술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녹화 돼있지 않았다. 최대한 모든 영상을 확인했는데 사고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후 피해자 차량이 급히 막아서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피해자에게 조사를 받으러 오라 했다"고 말했다.
검사는 "증인이 피고인 최민수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요청한 적이 있냐" 묻자 경찰관은 "블랙박스 녹화가 안 됐다고 말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검사가 "피고인 소속사 대표이사가 다시 찾아와서 '피해자가 앞지르는 바람에 (최민수) 동승자가 커피를 쏟아서 우리가 다시 쫓아갔다'고 경위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경찰관은 진술 내용에 대해 "피해자가 주차장에 들어가려 차선을 돌리려고 진입을 하고 있었는데 할 수 없었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영상을 봤을 때 접촉사고로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말했더니 최민수가 '접촉사고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걸로 기억한다"며 "피해 차량은 확인했고 피고인 차량은 확인 못 했다. 영상을 봤을 때 피해자 차량이 차선을 급하게 변경하기 보다 차선을 물고 오른쪽 건물로 들어가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최민수의 사고 목격자로는 피해자의 직장 상사가 출석했다. 목격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차에 관심이 많아서 차량만 보고 지나가다가 뒤에 가해자로 보이는 사람이 내 부하직원인 것을 확인했다. 아우디는 횡단보도 위에 서 있었고, 앞에 루미콘 차가 있었다. 실제 두 차량은 거의 접촉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하 직원은 나에게 상당히 떨리는 목소리로 '쌍욕을 들었다. 손가락 욕도 받았다'고 전했다. 내가 (최민수의) 욕설을 하는 상황을 직접 보진 못했다"고 밝혔다. 목격자는 "이후 피해자가 누군지 우리 회사에 모두 알려졌다. 강단이 있던 친구였는데 그날 이후 업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최민수는 피고인 증인 신문에서 "고소인의 차량이 2차선으로 급하게 끼어들었냐"는 질문에 최민수는 "상대가 주차장에 들어가려고 할 때 내가 보복성이 있었다면 주차장에 따라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겠냐. 이성을 놓을 정도가 아니었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했다"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앞에 가던 고소인의 차량에 의해 급정차를 한 건 확실하다"며 "커피를 쏟을 정도로 급정거를 했다. 그래서 내가 '박았냐?'고 물어봤다. 이후 고소인 차량이 먼저 출발했다. 상대방도 상황을 인지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식 손가락 욕을 한 건 한 번 이었다. 나는 그걸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고 후회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욕을 먹을 상황이면 욕을 들어야지요'라며 손가락 욕을 했다"며 "상대방이 '당신이 그랬어?'라고 반말을 먼저 하면서 내가 '뭐라고 불러줄까?'라며 다툼이 시작됐다. 그래서 내가 손가락 욕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CCTV 영상을 확인한 바로, 피해자 차량이 무리하게 운행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피해자 차량을 무리하게 막고 욕설을 했다. 피고인이 진정한 사과의 뜻을 보이지 않는 것에 피해자가 괴로워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언론 보도 등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최민수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최민수는 "나는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인데, 물의를 일으킨 점은 사과 드린다"며 "'보복운전'이란 프레임 안에서 얘기들을 하시는데, 추돌을 확인하기 위함이었고 보복운전이 아니었다. 접촉을 느끼고 대화하려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억울한 상황에서 많은 걸 감내해야 하겠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사과하고 웃으며 끝낼 수 있는 부분을 시간적, 정신적으로 낭비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비상식적인 사람과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라 느꼈다. 나라 안팎이 힘든데 안 좋은 모습 보여드려 죄송하다. 법의 기본적인 가치와 원칙에 따라 재판장님이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은 3시간 가량 진행됐고, 최민수는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이런 모든 상황이 나답지 않다"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최민수의 선고 기일은 9월 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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