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년간 연기 경력 때문일까. 2006년생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연기와 말투로 시선을 끈다. 보통 아역 배우는 성인 연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많은 고민과 걱정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이레는 아니다. 그는 거침없지만 자연스럽게, 그저 해야하는 일을 하는 것 마냥 묵묵하게 걸어간다. 이레에겐 '아역'이란 단어는 없다. 배우로서 우뚝 선 그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간다.
이레가 출연한 KBS 2TV 수목드라마 '안녕? 나야!(극본 유송이·연출 이현석, 이하 '안녕 나야')'는 지난 8일 종영했다. '안녕 나야'는 연애도 일도 꿈도 모두 뜨뜻미지근해진 37세 반하니(최강희 분)가 세상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고 모든 일에 뜨거웠던 17세의 반하니(이레 분)를 만나 '나'를 위로해 주는 판타지 성장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이레는 극 중 17세 반하니 역으로 분했다. 17세 반하니는 20년 뒤 미래로 떨어진 호수고등학교 퀸카다. 고등학생 반하니는 친화력이 좋으며 약자가 괴롭힘을 당하면 직접 나설 정도로 강한 사람이다.
"'안녕 나야'는 정말 아끼는 작품이다. 과거의 나가 미래의 나를 위로해준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연기하면서) 내가 위로받았기 때문이다.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다."

그간 다수 작품에서 조연으로 연기했던 이레는 '안녕 나야'를 통해 처음으로 주연을 연기했다. 극의 중심이 되어 16부작을 이끌어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레 또한 첫 주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만큼 책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기대가 되는 면도 있었다.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너무 좋더라. 나에겐 '안녕 나야'가 모험같은 시간이었다."
다른 배우와 2인 1역으로써, 같은 장면에 나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본인의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대 배우와 똑같은 감정선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레는 상대 배우가 이력이 많은 최강희란 사실에 어려움을 느낄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란듯이 어려움과 고민을 이겨내고 연기 호평을 얻었다. 또한 최강희와 닮은꼴로도 유명해져 이목을 끌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한데 가까이서 보면 다른 것 같다. 언니는 얼굴도 작고 눈도 크다. 모든 장점이 있는 얼굴인 것 같다. (최)강희 언니가 스스로 낯을 많이 가린다고 했는데 나도 낯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처음엔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했다. 내가 나를 위로하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강희 언니가 먼저 다가와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마음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수 있구나 싶더라.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대선배님이었는데 촬영하면서 그냥 친한 동네 언니, 교회 언니 같았다."

이레는 최강희 뿐만 아니라 배우 김영광, 음문석 등 다른 성인 배우와도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일이 어려운 듯 보인다. 그러나 이레는 늘 이러한 현장이기에 익숙했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막내 아닌 막내다. 그러다 보니 최강희 언니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많은 사랑을 주셨다. 감독님과 스태프분들도 그렇다. 그래서 되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
그는 극 중 연기한 반하니와 한 살 차이다. 비슷한 나이 또래 역할의 연기는 타 역할에 비해 느끼는 바가 클 터. 과연 이레는 17세 반하니의 어떤 부분에 공감했을까.
"나도 내 미래가 무조건 빛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나는 어떡하지'란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부분에서 위로를 해주고 싶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 지금 나에게도 스스로 칭찬과 응원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레의 고등학생 연기를 보아하니 실제 학교 생활에도 궁금증이 생겼다. 이레는 웃으며 "나는 '안녕 나야'에 나오는 엑스트라 정도"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배려로 편하고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는 중이라고.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이레는 앞으로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땐 지금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최강희 언니를 보면서 느낀 건데 마음을 많이 가꾸고 성숙해져야 (누군가를)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보듬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레는 최근 드라마 '스타트업', '안녕 나야'를 마쳤으며 영화 '사흘(가제)'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공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지옥'은 배우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이레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역할과 콘셉트이다. 그래서 많은 분이 궁금증을 가지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며 '지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끊임없는 연기 변신을 이루고 16살이란 나이에 주연 배우로 우뚝 선 이레. 아무리 좋은 말도 계속 달리기만 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다작하고 있는 이레는 어떤 마음 가짐으로 임하고 있는 걸까. 이레는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처음부터 연기하려고 했던 이유가 다른 직업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실에선 여러 직업을 못하지 않나. 그래서 배우가 매력적이었다. 물론 일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잘 이겨냈다. 나는 힘들 때마다 늘 미래의 날 생각한다. 이 일이 다음엔 날 더 강하게 만들 거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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