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비가 데뷔 10년째 고전 중이다. 여전히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화제성은 '없다'. 이유비란 배우의 가치는 무엇일까.
지난 2011년 MBN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로 데뷔한 이유비는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MBC '구가의 서', SBS '피노키오', MBC '밤을 걷는 선비',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등 다수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강마루(송중기 분)의 동생 강초코 역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강초코는 상황이 힘들지만 밝은 모습을 잃지 않은 '캔디형' 인물의 정석이다. 신인 다운 연기였던 만큼 차기작을 기대해볼만 했으나 곧 시청자들의 기대가 무너졌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유비는 한결같았다. 그는 언제나 밝고 엉뚱하고 재기발랄했다. 어두웠던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고 반짝 등장했다가 또 반짝 사라졌다. 이를 계속 반복한 이유비는 결국 드라마 제목만 바뀌었을 뿐 10년 내내 한 사람을 연기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앞선 문제는 이유비가 주연으로 나섰을 때 더 크게 다가왔다. 주연배우는 작품의 전체를 끌고 가는 사람으로서 존재감을 강력히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완전히 캐릭터화되기 때문에 작품 종영 후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하는 배우들도 여럿 있다.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무게감이 있는 자리가 바로 주연배우다.
'구가의 서', '피노키오', '밤을 걷는 선비', '어쩌다 18',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등에서 주연을 맡은 이유비는 제대로된 빛을 내지 못했다. 그는 귀여운 외모로 화제를 모았던 '구가의 서'에서 회차가 거듭될수록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밤을 걷는 선비'에선 미숙한 남장 연기로 지탄받았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최저 시청률로 막을 내리게 됐다. 다수의 주연, 데뷔 10년차란 경력이 있음에도 이유비의 작품 화제성은 SBS '조선구마사' 폐지와 '펜트하우스3' 특별 출연이 전부였다. 그는 "밝은 캐릭터 속의 다양성을 펼치고 싶다"란 목표를 내세웠으나 명백히 연기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과연 그가 성장하고자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만든다.
그가 유일하게 화제되는 부분은 뷰티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팔로우미', '셀럽뷰티' 등 다수 뷰티 프로그램에서 활약했으며 대중은 날씬한 몸매 관리법에 관심을 드러냈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이유비의 일상에도 눈이 가고 SNS 팔로우 수도 증가했다. 그의 행보를 미루어 보아, 배우나 탤런트란 호칭보다 셀러브리티가 더 어울린다.
배우를 향한 모든 평가는 필모그래피를 통해 결정된다. 출연 작품의 흥행성, 대중성, 예술성 등 다양한 기준은 물론, 배우가 얼만큼의 활약을 했느냐에 따라 각자의 성적표를 받게 된다. 이런 기준이 포괄적인 만큼, 개개인의 평가는 다를 순 있으나 1000만 관객를 돌파하거나 배우를 캐릭터의 이름으로 기억하거나 혹은 시청률 20%가 넘는 작품을 기준으로 뒀을 때, 이유비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매일 새로운 배우들이 나타나고 있는 현 대한민국에선 성장하지 않은 사람은 대체되기 마련이다. '견미리 딸'로 알려진 이유비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견미리 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예인 가족이기에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하정우는 '김용건의 아들'이란 타이틀이 없고 정수정은 '제시카의 동생'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이유비가 아무리 노력했다고 한들 '견미리 딸' 혹은 '이다인 언니'에 머문다는 의미는 대체될 위기에 놓인 배우란 뜻이다. 그가 언제쯤 배우 이유비로 당당하게 설 수 있을까. 이유비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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