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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게임' 현정완PD가 '타짜' 최동훈 감독을 좋아한 이유[★FULL인터뷰]

'피의게임' 현정완PD가 '타짜' 최동훈 감독을 좋아한 이유[★FULL인터뷰]

발행 :

한해선 기자
현정완PD /사진=MBC
현정완PD /사진=MBC

11일의 짧은 기간, 지상층과 지하층으로 나뉜 저택에서 사회와 역사의 단면을 봤다. MBC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 참가자들은 두뇌 게임의 큰 틀 안에서 참가자들이 계급, 규율, 정치, 음모, 배신, 거짓, 모략, 사랑, 우정 등 인간이 생존을 위해 갖게되는 감정과 매커니즘을 보여줬다.


'피의 게임'은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이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심리전을 펼치며 돈을 두고 경쟁하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 웹 예능 '머니게임'의 기획자이자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에 참여, 현정완PD가 연출을 맡았다. '피의 게임'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12부작에 걸쳐 방영됐다.


'피의 게임'은 10명의 출연자 UDT 출신 덱스, MBC 아나운서 박지민, 여행 유튜버 박재일, 서울대 출신 모델 송서현, 미대생 이나영, 경찰 이태균, 야구선수 출신 정근우, 한의사 최연승, 가수 퀸 와사비, 연세대 의대생 허준영이 지상층, 지하층으로 나뉜 양극의 환경에서 상금 1억을 걸고 두뇌와 정치 게임을 했다. 박지민, 송서현, 이태균, 최연승이 4인 파이널에 올랐고, 이태균이 최연승과의 대결에서 승리해 최후의 1인으로 총 상금 1억 800만 원을 획득했다.


'피의 게임'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성공한 콘텐츠로 주목 받았다. '피의 게임'은 웨이브 방영 첫 날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했으며, 매회 선공개로 꾸준히 가입자 수에 영향을 끼쳤다. 또 최근까지 첫 방영 대비 약 2.5배 이상 증가한 시청 시간으로 웨이브 예능 카테고리의 시청 시간 TOP10 안의 순위를 자랑했다. '피의 게임'은 세계적인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배급사인 바니제이(Banijay) 그룹과 계약을 통해 자체 포맷을 유럽 9개국(독일, 프랑스, 이태리,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에 판매하는 성과를 냈다.


/사진=MBC
/사진=MBC

-'피의 게임' 촬영과 편집이 녹록치 않았겠다.


▶매일 24시간, 11일을 촬영했다. 그걸 서버에 옮기는 데에만 며칠이 걸렸고 분량이 테라 단위를 넘겼다. 분량이 어마어마해서 '잘 돼야 한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보다 '빨리 완성시켜야겠다'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대박'이란 기대보다는 우리가 의도한 것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2년 전에 이런 기획을 회사에 냈는데 통과가 잘 안 됐었다. 온라인을 통해선 이런 콘텐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보고 출연자에게 연락을 받았는지.


▶나는 프로그램을 하는 중간에는 출연자 개인의 연락은 안 받았다. 그게 프로그램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근우 씨는 '잘 보고 있다' 등의 얘기를 작가에게 했다고 하더라. 그밖에 출연자들이 유튜브 리뷰를 통해서 반응을 해줬다. 이나영 씨는 인터뷰 영상을 보고 최연승 씨가 자기를 진심으로 위해준 걸 알고 감동을 더 받았다고 하더라. 퀸 와사비 씨는 자기가 너무 바보같이 나왔다고 했다.(웃음) 박지민 씨는 자기가 좋게, 나쁘게 나왔다 이런 얘기보다 최선을 다했고 자기도 몰랐던 모습이 나왔다고 했다. 나에게 '선배님 저 뉴스는 못 할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웃음)


-유튜버 진용진과 '피의 게임' 제작 협업 과정은 어떻게 되나.


▶내가 '머니게임'을 재미있게 보고 먼저 진용진 씨에게 연락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피의 게임' 얘기가 나왔다. 협업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건 똑같고 방법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TV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이라 고정관념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협업 하면서 출연자를 긴 호흡으로 볼 때 센 캐릭터를 찾는 방법을 잘 알았다. 우리는 60~80분의 분량을 생각했는데 유튜버는 짧고 강한 호흡을 잘 알았다


-'피의 게임'은 OTT에서 높은 수위의 장면들(욕, 술, 담배, 진한 스킨십)이 나온 도전적인 콘텐츠였다. MBC 내부 반응은 어땠나.


▶회사 내부에서 반응이 좋았다. 방송 관계자들이 '재미있게 봤다', '왜 이렇게 편집된 거야?'라고 묻더라. '피의 게임'은 동종업계 사람에게 연락을 가장 많이 받은 프로가 아닐까 싶다. 선을 넘을까 말까 한 점에서 연락이 많이 왔나 싶었다.


-선 넘을 듯한 장면의 편집이 많이 고민됐을 텐데.


▶맞다. 하지만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고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방송은 심의가 있기 때문에 고민했다. 최대한 그걸 넘지 않는 선에서 하려고 했다.


/사진=MBC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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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게임'은 두뇌 게임과 정치에 따른 서바이벌 방식, MC 장동민, 이상민의 출연 등이 tvN '더 지니어스'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내가 원래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과 그걸 만든 정종연PD님의 엄청난 팬이었다. 비교가 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매우 특별하고 독창적이게 해야 한다라기 보다는 기존 베이스에서 변형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나의 색깔, 포인트를 넣은 것 같다.


-여타 서바이벌과 달리 '피의 게임'이 가진 특장점은?


▶지하실이었다. 서바이벌 출연자들이 다 매력이 있는데 1, 2회에서 떨어지면 보이지 않게 되니 아쉬움이 있었다. '더 지니어스'는 똑똑한 분들이 있고, '강철부대'는 체력이 좋은 분들이 있는데 우리는 능력에서 줄 세우기 보다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주면서 서바이벌을 했다. 관계성,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게 했다.


-출연자 섭외 과정은?


▶지원을 먼저 받았고, 그 중에서 3차 이상을 거쳐 괜찮겠다고 판단되는 분들을 섭외했다. 퀸 와사비, 박재일, 송서현 씨는 우리가 직접 섭외하기도 했다. 능력에 따라 줄 세운 건 아니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을 섭외했다.


-개인적으로 응원한 출연자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한 명을 응원하진 않았다. 한 분 한 분 고마운 분이었다. 고마웠던 분은 이나영 씨이다. 제일 힘든 상황에서 촬영을 했다. 처음에는 의기소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당차고 주도적으로 했다. 의외였던 건 박지민 씨였다. 아나운서들이 '피의 게임'에 출연하면 잘 할 것 같은 친구가 있다고 박지민 씨를 말하더라. 박지민 씨가 열심히 몰입해줘서 고마웠다.


-연출자로서 이태균의 우승, 박지민, 송서현, 이태균, 최연승의 파이널 진출을 예상했나.


▶이태균 씨는 처음에 계속 지고 떨어져서 우승자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파이널 4인에는 최연승 씨가 꽤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지민 씨는 촬영 중간에 저렇게 능동적으로 판을 만드나 싶었다. 이태균 씨와 송서현 씨는 예측하지 못했다.


-출연진의 캐릭터성이 드라마 효과를 주기도 했다.


▶'피의 게임'은 승패 여부도 중요하지만 사회 게임이었다. 그래서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캐릭터가 어떻게 살아남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했다.


/사진=MBC
/사진=MBC

-덱스가 지하실에서 잠긴 자물쇠를 힘 하나로 부수고 탈출한 게 변수였다. 원래 추리 과정을 통해 자물쇠를 열어야 했던 것 아닌가.


▶완전히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도 '저걸 딴다고?'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정근우 씨도 자물쇠를 따려고 시도했지만 못 땄는데, 덱스 씨가 딴 걸 보고 놀랐다. 덱스 씨가 올라가서 뭘 하는 걸 보고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연출자로서 놀랐던 에피소드, 장면은?


▶송서현 씨가 덱스 씨를 못 찍겠다고 하길래 어떤 생각의 흐름일까 궁금했다. 그 와중에 박지민 씨는 이태균 씨를 같은 편으로 하자고 하다가 떨어뜨리더라. '져주자'라고 말하는 부분이 시청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포인트라 생각하면서 놀랐다. 이태균 씨가 허준영 씨와 지상층을 이길 줄 알았는데 역전됐을 때도 놀랐다.


-'피의 게임' 안에서 '하트 시그널', '러브캐처' 같은 러브라인도 엿보였다. 박지민-박재일, 이태균-송서현-덱스의 삼각관계가 보였는데.


▶거의 11일 동안 촬영을 했는데 휴대폰도 없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 안에서 1분 1초가 길게 느껴진 것 같다. 그래서 서로의 관계성도 나왔다. (사귀는 것에 대해) 본인들을 아니라고 하더라.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랑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은 없었다.(웃음)


-초반에 정근우-박재일-덱스 대 박지민-퀸 와사비-송서현이 맞붙으면서 남녀 대결구도가 강하게 보였다. 자칫 잘못하면 젠더 이슈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기도 했는데.


▶잠을 자야하는 특성상 남자 여자 방으로 나눠지다 보니 어쩔 수 없었고 의도적으로 성별을 가른 건 아니었다. 젠더라기 보다는 결국 방끼리 연합이 되더라. 같이 잠을 잔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구나 싶었다. 지하층에선 다 같이 하나가 됐다가 지상층으로 올라온 후 균열이 생기는 걸 보면서는 공간이 주는 힘이 엄청나다고 느꼈다.


-'피의게임'이 영화 '기생충'을 모티브로 해 지상층과 지하층의 게임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 유니버스를 시도했다. 연출 과정이 복잡했겠다.


▶복잡하고 머리 아팠다. 편집하는 사람들이 지상층, 저하층을 따로 편집했고 나중엔 서로 엮였다. 우리끼리 나중엔 회의도 엄청 길게 했다. 출연자의 행동에 개입하진 않았는데 출연자들이 속삭이면서 얘기하기도 해서 우리는 무슨 얘기를 한 지 몰라서 짜맞추기가 힘들었다. 이태균 씨가 송서현 씨에게 지하 세계의 룰을 얘기해 준 것도 우리가 처음엔 몰랐다가 나중에 유추해서 알았다.


-'피의 게임'이 지상층과 지하층의 부의 차별 분배, 지하층의 사회 형성 과정, 경제 데이터를 활용한 게임 등을 보여주며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으려 한 것이 엿보였다.


▶거창하게 하기 보다는 사회적인 구조를 녹여내려고도 했다. 첫 번째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사회적인 얘기도 나오면 좋겠다 생각했다.


/사진=MBC
/사진=MBC

-'피의 게임'의 촬영장이 된 저택은 세트장으로 지은 건물인가? 실제로 사람이 살던 저택인가?


▶있는 저택을 그대로 사용했다. 지하층이 원래 기사 대기실이었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서 제작진이 의료진을 대기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이나영 씨는 긴장이 풀리면서 아팠다고 하더라.


-지하층에서 출연자들이 제작진에게 재미있는 내용의 쪽지를 많이 줬을 것 같다.


▶출연자가 쪽지로 '올라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추천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100% 통제하진 않았다. 웬만하면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후발주자 지하층 멤버들(덱스, 박재일, 박지민, 송서현)은 '뽑기통을 부셔도 되냐', '말 안해주면 자물쇠를 부수겠다. 통로의 보일러를 부수겠다'고 하더라.(웃음) 참고로 초반에 이나영 씨가 탈출을 시도했던 지하 통로는 맥거핀이었다.


-선발 지하층 멤버들(이나영, 최연승, 이태균, 정근우, 퀸 와사비)과 달리, 후발 지하층 멤버들이 뽑기통 안의 뽑기를 보유금으로 모두 돌리는 도박에 도전, 결국 100만 원을 타냈다. 무모한 도전을 진짜 할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예상은 못했다. 그런데 흥미로웠다. 두 어개 정도 하다가 안 하는 사람도 있고 다 터는 사람도 나와서 재미있었다.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결과가 나와서 재미있었다. 최현승 씨가 효율성을 보고 판단했다면, 덱스 씨는 머리보다 가슴이 더 빨리 움직인 사람이었다.


-MC 장동민, 이상민, 박지윤, 슈카, 최예나의 적재적소 설명도 프로그램을 이해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장동민, 이상민, 박지윤 씨는 내가 이런 류의 프로를 좋아해서 섭외했다. 슈카 씨는 자본주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다 생각했고 내가 즐겨보는 유튜버이기도 했다. 최예나 씨는 출연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볼 수 있겠다 생각했다. 이상민 씨는 프로그램을 제작진보다 더 몰입해서 보셨다. 이나영 씨가 매트리스를 버렸을 때 '나도 그랬겠다'라고 말했는데 몰입해서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장동민 씨는 게임에 대한 분석에 도움을 줬고, 박지윤 씨는 사람과 게임에 대한 통찰력이 좋았다. 슈카 씨는 경제 얘기를 해달라 했는데 게임에 대한 이해가 크더라. 마지막회에서 분량상 편집됐지만, 피의 저택 출연자들과 MC가 게임을 했는데 슈카 씨가 1등을 한 적이 있다. 최예나 씨는 모든 걸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순수하게 '그래도 나는 나영 씨가 좋아요', '응원해요'라고 시청자 눈높이에서 봐줬다.


-제작진 입장에서 흥미롭게 봤던 장면이 있다면?


▶지하층 사람들이 규칙을 만드는 장면이다. 거기는 밑바닥인데 거기서도 서열을 만드는 게 흥미있었다. 이나영 씨가 매트리스를 버리는 와중에 이태균 씨와 정근우 씨가 반대하는 장면도 기억난다. 덱스 씨가 자기가 나간다고 할 때 놀랐지만 이해도 됐다. 그 분도 신념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진=MBC
/사진=MBC

-파이널과 최후의 2인 대결이 급하게 진행된 감도 있었다.


▶두 명씩 빠지는 건 기획이 돼 있었다. 11일간 촬영을 할 때 최대한 사람들이 많은 캐릭터를 보여주고 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8회까지는 모든 출연자들이 나오다가 이후엔 두 명씩 떨어졌고 빨리 진행된 게 있었다.


-사람들이 서바이벌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최연승, 장동민, 이상민 씨가 한 말인데 '서바이벌 출연이 중독'이라고 하더라. 서바이벌에는 일상에서 할 수 없는 중독적인 경험이 있다. 사는 것 자체가 일종의 서바이벌이어서 몰입이 되지 않나 싶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압축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평소 좋아하던 콘텐츠는 무엇인가.


▶만화는 '카이지', '라이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다. 영화는 '헝거게임', '배틀로얄'을 재미있게 봤다 '타짜'는 만화 영화 모두 재미있게 봤다. 내가 기본적으로 게임을 좋아하고 케이퍼 무비를 좋아하는데,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와서 그런 것 같다.


-향후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가.


▶두뇌 서바이벌이 아니더라도 관찰 프로그램을 할 것 같다. 사람에 대해서 한 단계 더 들어가는 프로를 하고 싶다. '환승연애'를 재미있게 봤는데, 같은 포맷이라도 한 단계 깊이 들어가고 리얼한 프로를 하고 싶다.


-시즌2 가능성은?


▶시즌1과 달라야 하겠다. 얘기는 하고 있는데 어떻게 나갈지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하겠다. 시즌1 출연자들도 시즌2에 나오고 싶어 하더라.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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