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故 이순재)
데뷔 70년 만의 연기대상 수상, 대중의 기억 속에 마지막이 됐다. 현역 최고령에도 활발히 활동했던 '국민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0세.
25일 유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이순재는 세상을 떠났다. 아직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순재는 1934년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다. 1960년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발탁되며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고인은 다수의 연극,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시트콤에, tvN 예능 '꽃보다 할배' 시리즈까지 다방면으로 활약하며 '국민 할아버지'로 자리매김했다. '현역 최고령'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올해 아흔 살을 앞두고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만인의 귀감이 됐다. 특히 이순재는 89세 나이에도 KBS 2TV 시트콤 '개소리'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출연하는 등 장르불문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건강이 악화되며 작년 10월부터 활동을 중단하기 이전까진, 누구보다 맹활약했던 이순재다.
결국 이순재는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무려 연기 인생 70년 만에 대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누렸다. 이는 작년 12월 31일 녹화분으로 올 1월 11일 방송됐는데, 이 시상식이 고인의 마지막 무대가 됐다.
당시에도 건강 문제로 회복에 힘써야 했던 상황이지만, 이순재는 시상식에 참석하며 어김없이 활동 의지를 드러냈다. 야윈 얼굴로 마이크를 잡은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라며 감격에 젖었다.
이순재는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 그동안 대상하면 역사적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가져갔었다. 근데 60살 넘어도 잘하면 상을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바로 그게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다"라고 애정 가득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순재는 "이 상은 나 개인의 상이 아니다. 아시다피시 '개소리'엔 수많은 개가 나온다. 그대들도 한몫 다 했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거제도를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며 찍은 드라마이다. '대 KBS' 덕분에 오늘날 '개소리'가 전국에 들리게 됐다. 사장님 감사드린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특히 이순재는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마지막까지 진심을 전했고, 대중의 영원한 별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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